문수성지 오대산 월정사
함허 스님
함허스님은 조선의 억불정책에 맞서 다른 종교나 사상을 배척하지 않는 상생의 길을 모색했던 인물이다.
성균관에서 수학할 정도로 촉망받는 유생의 길을 걸었던 스님은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세상의 무상함’을 보고 쇠락해 가던 불교에 홀연히 눈을 돌려 관악산 의상암으로 출가했다. 이후 회암사에서 3년간의 혹독한 정진 끝에 깨달음을 얻고 무학 대사의 법을 이은 스님은 법석을 열어 대중교화에 앞장섰다.
특히 스님은 선사임에도 교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금강경오가해설의>, <선종영가집설의>, <금강경윤관>, <반야참문>, <현정론>등의 명저를 남겼다. 오늘날 함허 선사는 한국불교 사상에 있어 새로운 전통의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다.
배불정책으로 쇠퇴해 가는 불교를 유불융합적 호교론으로 지켜내려 했던 함허 스님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 있다. 깨달음을 성취한 양주 회암사나 4년 동안 《반야경》을 세 차례 강설한 문경 대승사, 꿈에 나타난 신인神人으로부터 득통得通이라는 호를 받은 평창군 진부면 영감사, 중수하고 입적할 때까지 머물렀던 문경 봉암사 등이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