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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스님에게 보내는 서간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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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2-10 13:23 조회6,406회 댓글0건

본문

■ 번역 ■
오랫동안 적조하던 차에 문병하는 편지 잘 받았습니다.
도체(道體) 인연따라 자적(自適)하신다니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弟)는 별탈없이 편안히 지냅니다.
오후(悟後)의 생애에 대하여 고인(古人)들의 숱하게 많은 언구(言句)가 있습니다.
어떤 분은 “한조각 굳은 돌같이 하라.”고 했고,
어떤 분은 “죽은 사람의 눈같이 하라.”고 했으며,
어떤 분은 “해독 있는 곳을 지남과 같아서 한 방울의 물도 묻혀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또 우리나라 보조국사는 《진심직설(眞心直說)》의 십종식망(十種息忘)을 말한 곳에서 첫째는 깨달아 살피는 것이고, 둘째는 쉬고 쉬는 것이요, 내지 열째는 체(體)와 용(用)에서 벗어나는 것까지 요긴하고 간절하지 않은 법어가 없으나, 다만 자기 자신이 스스로 그 묘(妙)를 터득한 연후에야 얻어지는 것이오니, 이 몇 가지 법문 중에 하나를 택해서 사용하여 오래 가면 자연히 묘처(妙處)를 얻을 수가 있어서 내가 수용하는 것이니, 천 마디 만 마디가 모두 나의 일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또 옛 사람이 이르기를,
“문으로 좇아 들어온 것은 집 안의 보배가 아니다.”
라고 하시니, 그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수행을 하려 하면 말은 말대로 나는 나대로라. 마치 저 물 위의 기름 같아서 졸지에 모든 망념을 끊어 버리는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실실낙락(實實落落)한 경지에 이르려면, 늘 한 생각 일어나기 전 자리에 나아가서, 참구하고 또 참구하여 홀연히 타파하게 되면, 가슴속의 오색실이 자연히 끊어질 것입니다. 이와 같이 실답게 깨닫고 실답게 증득하는 것이 바로 천하 사람들의 혀 끝을 끊는 자리입니다. 지극히 빌고 지극히 빕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들이 눈밝은 사람 분상(分上)에는 참으로 섣달의 부채격이니, 허허. 허물이 적지 않습니다.
편지하신 대로 내원암은 진실로 이와 같은 뜻이 있는 곳이어서 만일 폐사시킨다면 참으로 아깝습니다.
운봉(雲峰)은 좋은 사람인데, 다시 이러한 사람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제(弟)의 문하에는 이러한 사람이 없으니, 가히 탄식할 뿐입니다.
제(弟)는 내년 3~4월 사이에나 옮겨 갈는지, 금년 겨울에는 이곳에서 겨울을 지낼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선원(禪院)이 되게 주선하십시오. 이만 줄입니다.
경오(1930년) 9월 13일
한암 배사(拜謝)
 
■ 原文 ■
久阻餘 一,�慰病懷하고 仍承審 道體隨緣自適하니 何等仰慰之至로소이다 弟姑保劣狀而已라 就 悟後生涯에 對하야 古人이 多數한 言句가 有하오니 或云 如一片頑石이라하고 或云 如死人眼이라하고 或云 如過蠱毒之鄕에 水不得霑着一滴이라 하시고 我國 普照國師는 眞心直說 十種息忘에 一曰覺察하고 二曰休歇하야 乃至 十曰 透出體用이 無非緊切法語오나 只在當人의 自得其妙然後에 得이오니 此幾箇法門中에 하나를 擇하야 用之日久하면 自然得妙處가 有하야 爲我之受用而千言萬語가 總不干我事니이다
古人亦云 從門入者는 不是家珍이라 하시니 但聽人語而擬欲修行이면 則語自語 我自我하야 如水上油相似하야 不能猝地斷曝地折矣리니 若欲實實落落地打失去어던 每就未起一念底前頭看하야 看來看去에 忽地失脚하면 胸中五色絲가 自然斷絶矣리니 如是實悟實證而坐斷天下人舌頭處也라 至祝至祝하노이다 然上來所陳이 於明眼人分上에 眞似臘月扇子니 呵呵라 漏逗不少로다 內院庵은 誠如示意하야 若破壤則 眞可惜也라 雲峰이 好人인데 更求此等人難得이외다 弟之下에 無如此人하니 可歎이라 弟난 來三四月間이나 移去할난지 今冬此處過冬準備가 되얏나이다 某條禪院이 되게 周旋하십시요 只此不備謝禮
庚午(1930년) 九月 十三日
弟 漢岩 拜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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