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스님에게 보내는 서간문(18) > 한암일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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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스님에게 보내는 서간문(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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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6-27 12:45 조회6,116회 댓글0건

본문

■ 번역 ■
 
편지 잘 받았습니다.
대법체후 만복하시다니 기쁩니다. 제(弟)는 그럭저럭 환질(幻質)을 지탱할 뿐입니다.
혜일(慧日) 수좌가 잘 와주어 함께 지낼 생각입니다.
편지 가운데 시(詩) 두 편은 의미가 심장하여 읊조리는 입에서 향기가 돕니다.
제(弟)는 본래 시구 등에 능하지 못하나 이미 운(韻)에 화합하라는 말씀이 계시기에 마지못해 구상해 본 대로 시원치 못한 글을 엮어 올리오니 한 번 보고 웃으소서.
물소리와 산빛이 모두 고향이네.
마치 전단나무 조각조각 향기로세.
무착1)이 팥죽 솥에서 홀연히 문수2)를 만났으니
문수가 어찌 청량산에만 있다 하리오.
다만 한 생각 번뇌 없으면
번거로이 붉다 누르다 논할 게 없네.
납승은 항상 정법 만나기 어려움을 염려해서
정좌(正坐)하고 긴 가을 밤 보내네.
먼 곳에서 온 나그네 고향 갈 줄 잊었구나.
고향엔 감자도 달고 나물 또한 향기롭다네.
달이 뜨니 일천 봉우리 고요하고
바람 불어오니 온갖 나무 서늘하네.
잿마루엔 흰 구름만 한가롭고
뜰에는 어느덧 낙엽이 지네.
온갖 사물마다 모두 참모습,
콧구멍은 하늘을 향했네.
병술(1946년) 10월 17일
한암
 
■ 原文 ■
 
謹承審大法體候 以時萬福하니 仰慰區區且祝이로다 弟 姑保幻質而已로소이다 慧日首座가 善來同住計耳라 示中淸韻二首는 意味深長하니 不覺牙頰生香이요 弟는 本不能於詩句等事로대 而旣承和韻之敎하야 不可以已之故로 玆構荒辭하야 答呈 一笑焉하노라
水聲山色盡家鄕이니如析�檀片片香이라
無着忽然逢粥鍋하니文殊何獨在淸凉이리오
但能一念無塵惱하면不必煩論辨紫黃이라
衲僧常起難遭想하야端坐消遣秋夜長이로다
遠客忘還鄕하니藷甘菜又香이라
月出千峰靜이요風來萬木凉이라
嶺上閑雲白이요庭中落葉黃이라
頭頭眞面見이요鼻孔遼天長이로다
丙戌(1946년) 十月 十七日
弟 漢岩 謝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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