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총감 오오노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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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6-11 17:01 조회6,461회 댓글0건본문
정무총감 오오노와 대화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미국의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 직후의 일이다.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의 부총독격(副總督格)인 정무총감(政務總監) 오오노로구이치로(大野綠一郞)가 상원사를 찾아왔다. 당시의 총독(總督)은 미나미(南次郞, 재임기간:1936.8~1942.5)였다. 미나미(南次郞) 총독은 새로 출범한 조계종(曹溪宗)의 초대 종정(宗正)인 한암선사(漢岩禪師)를 만나고자 했다. 그리하여 총독부로 한암선사(漢岩禪師)를 초치(招致)했다.
그러나 한암선사께서는 1925년에 오대산에 들어온 후 어떠한 일이 있어도 오대산 밖을 나서지 않겠다고 스스로 언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미나미(南次郞) 총독의 초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미나미 총독이었다. 상대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종정(宗正)이니 강제로 서울로 오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총독 자신이 오대산으로 간다는 것도 체면상 어렵게 되었다. 그리하여 궁여지책으로 부총독격인 정무총감 오오노(大野綠一郞)를 대신 보냈다. 오오노는 상원사에 도착하여 종정(宗正)인 한암선사와 인사말을 나눈 후 다음과 같이 물었다.
“이번 전쟁(태평양 전쟁)은 어느 나라가 이기겠습니까?”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지라, 주위 사람들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숨을 죽인 채 한암선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본이 이긴다고 하면 그것은 아첨하는 말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일본이 진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한암선사는 즉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덕(德)이 있는 나라가 이기지요(德者勝).”
한암선사의 명답(名答)에 오오노로구이치로(大野綠一郞)는 더 이상 무어라고 물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다. 감동한 그는 ‘평생 지침이 될 수 있는 법문’을 청했다. 이에 한암선사께서는 묵묵히 백지 위에다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주었다.
“정심(正心)1).”
(바른 마음을 가지시오.)
1) 어느 책에는 “심전개발(心田開發)”이라는 문구도 써 주었다고 하지만, “정심(正心, 바른 마음을 가지시오)”을 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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