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스님에게 보내는 서간문(12) > 한암일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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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스님에게 보내는 서간문(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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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4-22 12:19 조회6,378회 댓글0건

본문

■ 국역
편지 잘 받았습니다.
대법체후 만복하시다니 기쁩니다.
편지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만 중원(重遠)의 병은 깊고 몸은 약해서 근근이 환질(幻質)을 지탱해 가는데, 하물며 나이 팔순에 가까운 늙은 몸으로 종주(宗主)1)의 초청을 받아 움직인다면 망령된 행동이고 큰 수치입니다. 어디에 뒷방이나 비워 두시면, 살아 생전에 함께 모여 정담이나 나누겠습니다. 여기에서 머물고자 합니다.
탄허(呑虛)2)가 학식과 문필이 나보다 천만억 배나 낫고 또 16,7년 간 나와 함께 정진을 하였으니, 수도원에 임시로 수좌(首座)로 두어 두시면, 좋은 일이 있을 듯합니다. 그리 알아 처리하여 주십시오.
종주(宗主)는 언제라도 스님께서 적임자이니, 다른 생각은 마십시오. 다만 이렇게 피로하여 이만 줄입니다.
기축(1949년) 8월 15일
중원 배상
 
■ 원문
謹承審 大法體候 以時萬福하니 仰慰且祝이로다 示意謹悉이로대 而重遠 病深體弱하야 僅保幻質이온 而況以近八十老漢이 宗主請狀을 바다 간다면 너무나 妄動妄行 大羞恥오니 一處에 뒷房이나 비워 두시면 餘息이 尙存할 時예 同會談情할 터임으로 姑此留滯하옵늬다
呑虛가 學識與文筆이 勝於吾千萬億倍요 또 十六七年을 與吾同苦精進하였싸오니 修道院에 臨時首座로 두면 或相成之道理가 有할런지 海諒處之하옵고 宗主는 언제라도 住持和尙이 當任이오니 다른 商量을 勿하시요 只此神昏으로 不備謝禮
己丑(1949년) 八月 十五日
弟 重遠 謝上
 
住持 大和尙 法座下
1) 종주(宗主) : 조실(祖室) 또는 방장(方丈) 스님.
2) 탄허(呑虛, 1913~1983) : 한암스님의 법제자로 근세의 큰스님. 법명 택성(宅成), 속성 김씨(金氏). 한암스님 문하에서 수학(修學). 월정사에 오래 주석하면서 남긴 저서가 많은데 그 가운데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 47권과 불교전문강원 교재인 《능엄경(楞嚴經)》·《금강경(金剛經)》·《기신론(起信論)》·《원각경(圓覺經)》 등 21권이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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