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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①] 은장도 (8월29일-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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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8-30 08:44 조회6,1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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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초, 오대산 월정사에서 5일간 머물다 온 적이 있습니다. 연초라 방문객도 별로 없고 조용하니 한해를 시작하면서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방을 하나 얻어 삼시 세끼 주는 밥을 하릴없이 받아먹으며 겨울 산이 주는 고요함을 누렸지요. 매인 곳이 없다면 산에 들어가서 살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품을 떠날 즈음 고민해봄직 합니다.

머무는 동안 스님들과 별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으나 언뜻 언뜻 스쳐지나면서 느껴지는 것이 산사의 생활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그분들이 수행의 길에서 한걸음 나아가기가 결코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자신이 어디만치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가늠이 안되면 난감하지요. 고승들처럼 산사의 선방에 앉아 홀연히 타악 새로운 길을 열어젖히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지라 그 길에서 한번씩 치밀어 오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곳이 산이기에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속세보다 단조로운 생활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길을 가기에는 산보다 산 아래가 더 좋습니다. 주변에서 찔러대는 자극이 많을수록 단련이 되거든요. 문제는 어느 단계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만으로는 속 뒤집어지기가 일쑤고 십중팔구 무방비로 당하지요. 마음은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고수는 가벼운 맨몸으로 적진에 뛰어들어도 살아남지만 우리 같은 범인은 중무장을 해도 버겁지요. 그래서 한 가지라도 확실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이 업계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처음에 습득한 확실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친절'입니다. 짧은 단도라도 능숙히 다루려면 부단한 훈련을 해야지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나 예외없이 상대에게 친절하려고 하기입니다. 남편에게 화가 나있는데 친절해라? 화부터 정리해야지요.^^  꼴보기 싫은 상사가 있는데?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지요. 의식하고 있지 않으면 그 꼴보기싫음은 증폭됩니다.

어렵지만 불가능해보이지는 않습니다. 해볼만 하다는 거지요. 내가 친절하면 상대방도 내게 친절해집니다. 관계가 확 달라지는 최고의 지름길이요, 한걸음 아니라 열걸음을 내딛게 하는 작아보여도 아주 강한 무기입니다.

오늘밤, 이 은장도를 가슴에 포옥 품고 주무시기 바랍니다. 

▲  월정사 9층 석탑
ⓒ 전경일


기사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39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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