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사고본 환수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토론회가 지난 6일 춘천베어스관광호텔 2층 소양홀에서 퇴우 정념 환수위 공동의장, 이광재도지사, 정을권 도의회부의장, 강정길 부교육감, 이석래 평창군수를 비롯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려 범도민운동의 열기를 이어갔다.

조선왕조실록·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가 주최하고 새평창포럼·강원일보사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실장의 사회로 각계 전문가 7명이 패널로 나서 환수문화재의 원소장처 봉안 당위성과 실질적인 제자리찾기 운동의 방안, 문화·관광자원화를 위한 선결 조건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원영환 “서명운동부터 실력행사·법적투쟁도 불사”
고창식 “제자리찾기 국민운동본부 조속한 운영을”
신만희 “기념관 건립 90억 예상 … 차분히 준비해야”
법 상 “환수위에서 상 차렸으니 먹기만 하면 돼”


■원영환 강원대명예교수

많은 분이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가 월정사로 와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안 된데 문제가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지난 2006년 조선왕조실록이 돌아왔을 때 도쿄대 `기증' 서울대학교 `환수'라는 제목으로 각 신문사 등 언론에 나왔다. 실록이 환수위의 노력으로 거의 돌아올 무렵, 기증이라는 형식으로 서울대로 간 것은 역사적·도덕적으로 맞지 않다.

유네스코에서 문화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가치를 가진다고 했음에도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강대국들은 세계문화유산은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된다는 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당연히 돌아와야 할 것이 돌아오지 못한 것은 강자와 약자의 논리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환수위와 월정사, 평창군 등이 많은 노력을 했고 평창군의회 평창문화원을 비롯해 강원도의회도 동참하고 있는데 강원도민들의 결집만으로는 부족하다.

전국적인 행사를 벌이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원소장처로 되돌아 오기까지 엄청난 시련이 예상되는 만큼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강력한 제자리 찾기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서명운동을 하되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운동을 확산해 여론을 환기하고, 인터넷을 통해 호소하는 것은 물론 서울대 총장에게 탄원문을 올리고 실력행사와 법적투쟁을 해서라도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을 제자리에 봉안하는데 힘을 모아야겠다.

■고창식 평창문화원장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를 일본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퇴우 정념 월정사 주지스님과 법상스님, 혜문스님 등 불교계가 참여한 환수위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노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실록과 의궤가 반환되는 것이 이 분들의 몫이라면 반환된 실록과 의궤를 본래 보관되던 오대산으로 돌아오게 하는 몫은 여기 있는 모든 분과 공무원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조선왕조실록이 기증형식으로 반환됐을 당시 지관 총무원장스님도 문화재는 원래 있던 곳에 있는 것이 원칙이라며 강원도, 월정사, 평창군, 조계종 총무원이 힘을 모아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도 월정사와 협의해서 오대산에 조선왕조실록 기념관을 세울 계획이 있다고 또 발표했다.

실록과 의궤의 중요성을 강원도민에서 신속하게 홍보하고, 실록과 의궤 제자리찾기 국민운동본부의 조직구성을 조속히 마무리해 정상적인 운영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

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념관 건립 부지를 확보하고 모금운동을 전개한다.

특히 (건립되는 기념관은)보관·전시의 하드웨어적인 박물관 시스템을 벗어나 전시와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

■신만희 도문화예술과장

원래 보관처로 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절차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도차원에서도 고민이 많다.

국가 차원이 아닌 월정사를 중심으로 한 환수위가 가동돼서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가) 오게 됐으니 당연히 월정사로 와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

소장처를 결정하고 국보를 지정하는 것은 중앙문화재위원회에 설치된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 13명의 전문가가 결정하게 되는데 도 차원에서 접근하기는 어렵다.

환수위와 제자리찾기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설득해서 결정하는데 촉매역할을 했으면 한다.

실록과 의궤가 돌아왔을 때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먼저 문서로라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확약을 받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분히 준비해야겠다.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해서는)대략적으로 검토했을 때 9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수장고 뿐 아니라 환수 문화재를 도민과 국민이 친근하고 가깝게 보고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도난이나 화재로부터도 안전하게 해야 한다.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관계를 봤을 때 강원도가 문화재청에 (환수문화재가) 당연히 와야 한다고 직접 대놓고 요구할 수 없다. 향후 강원도와 문화재청, 월정사 간에 수차례 조율을 시도해 당위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오대산사고본 제자리찾기를 위한 분야별·단계별 전략과 함께 언론과 사회단체의 집중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법상 월정사 문화국장스님

(환수위 일원으로)현장에서 일을 한 사람으로서 (환수문화재 제자리 찾기가)당연한데 왜 당연한 일이 안이뤄지나 이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화재에서 `재(財)'는 재산 즉 돈을 의미한다. 돈은 힘이다. 힘은 권력이다. 대한민국보다 힘이 센 일본을 상대로 한 토론도 이겼다. 왜 힘의 논리 때문에 안된다고들 하는지 답답하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1,400여점이 돌아온 후, 더 이상 일본에 있는 문화재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았다. 정부는 청구권을 포기하는 무식한 일을 저질렀다.

국가가 (문화재에 대한 권리를) 포기를 했는데, (오대산사고본 환수문화재가) 왜 국가의 것인가. 환국을 하더라도 국가가 국가의 것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월정사가 실록과 위궤를 관리하고 있을 때 빼앗겼기 때문에 일본에 있는 약탈 문화재를 되돌려 놓는 역할까지 했다. 나랏돈 받지 말고, 내 돈을 갖고 문화재제자리 찾기 운동을 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환수위 활동의 노하우를 달라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다. 월정사를 비롯한 환수위에서 상을 차려 드렸으니 드시기만 하면 된다. 이론이 부족하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되는 쪽으로 생각해 보자. 문화재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면 그만큼의 활동을 해야 한다.

홍보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각 단체의 장(長)들이 한마디만 거들고 도와주면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 (홍보하는데)돈이 없다고 말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리=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