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규장각의 역사인식 이래서야 - 국민일보 -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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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실장 작성일06-08-26 15:07 조회8,437회 댓글0건본문
서울대 규장각이 일본에서 반환받은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에 문화재청의 동의없이 도서인(圖書印)을 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서인의 내용은 ‘서울대학교규장각도서지인’이다. 한 마디로 서울대 규장각 도서라고 못박은 것이다. 도서인은 문화재청이 오대산사고본 특별전을 열기 위해 규장각으로부터 실록을 넘겨받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국유문화재에 이렇게 마구잡이로 자기네 것이라고 도장을 찍어대는 수준이라니 규장각의 역사 인식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오대산사고본의 반환 형식은 도쿄대 도서관이 서울대 규장각에 ‘기증’한 것이다. 이것만을 놓고 돌아온 실록이 규장각 소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를 무시하는 행위다. 오대산사고본은 말 그대로 오대산 사고(史庫)에 보관돼 있던 국가 소유의 문화재다. 이것을 1913년 일본의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반출(약탈)해 간 것이므로 당연히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반환은 서울대측이 주도해 성사시킨 것도 아니다. 오대산 월정사 측이 중심이 된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가 반환 운동을 벌여온 것이 계기가 됐다. 도쿄대 측은 일제강점기에 가져간 다른 문화재의 추가 반환 요구 및 외교 문제 등을 피하기 위해 기증 형식으로 서울대에 보낸 것일 뿐이다.
이를 잘 아는 규장각이 문화재청이나 환수위와는 상의도 없이 소장 도서인을 찍었다. 규장각 측은 “기록 문헌의 이동 경로를 나타내는 표시”라고 해명했지만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런 사실관계는 문화재에 도장을 찍을 것이 아니라 공식 문서로 작성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먼저 규장각 도서로 등록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오대산사고본은 국보 지정이 예고돼 있으며 관리 주체를 놓고 규장각과 월정사 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결정은 국가(문화재청)의 권한이다. 규장각이 이 문화재를 소장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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