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최근 조선왕실 의궤(儀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해외에 흩어진 의궤 환수 노력이 탄력을 받고 있다.
국외로 유출된 의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흔히 '외규장각 문서'로 불리는 191종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의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문서 대부분이 조선왕실 의궤였던 것. 191종의 의궤는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오는 2008년 6월께 한국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불법문화재반환촉진 정부간 위원회(ICPRCP:Intergovernmental Committee for Promoting the Return if Cultural Property) 회의에서 의궤 반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불법문화재반환촉진위원회가 불법 유출 문화재의 원산지 반환을 표방하고 있으며, 개최국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2008년 회의는 10여 년을 끌어온 외규장각 문서 반환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무대로 판단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ICRCP회의와 외규장각 문서 반환을 연계시킬 것"이라며 "회의의 직접 의제로 상정하거나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같은 부대행사를 통해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궁내청이 보관하고 있는 72종의 의궤에 대해서도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공동대표 월정사 주지 정념 등)가 이미 지난 달 8일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조정신청을 낸 상태다.
환수위의 조정신청을 검토한 법원은 최근 피신청인인 일본 정부에 소송서류를 송달했으며 내달 24일 중앙지법에서 조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소송대리를 맡은 김형남 변호사는 "일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조정신청서가 실제로 일본 정부에 송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조정에 응할 경우 환수위는 한국 법정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조선왕실 의궤 반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정부가 조정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한국 법원은 강제조정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에 대해 2주일 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강제조정결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물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실질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환수위는 일본측이 적지않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수위 간사 혜문 스님은 "일본도 최근 의궤 반환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법원의 조정신청 서류 송달 등은 의궤 반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궁내청이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 의궤 72종은 본래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 있었으나 1922년 조선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가 오대산 사고를 해체하고 일본 궁내청에 기증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의 조정에 응한다면 기증의 불법성 여부가 한ㆍ일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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