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역사, 마침내 돌아오나 _시사저널(200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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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10-05-02 17:36 조회8,049회 댓글0건본문
빼앗긴 역사, 마침내 돌아오나 | |||||||||||||||
조선왕실의궤 반환 문제, 한·일 정상회담 의제로 채택…민단 등도 진정서 제출로 압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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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말에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황실이 보유한 조선왕실의궤 반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양국 정부가 의궤 반환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4일 열린 한·일 외교장관급 회담에서 양국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공통으로 논의할 수 있는 양국의 관심사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때문에 장관급 회담에서 의궤 문제를 논의한 후에 진전이 있으면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정치적인 화답을 하는 형태로 의궤를 돌려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조선왕실의궤는 조선 왕실의 주요 의식과 행사의 준비 과정, 행정 절차 등을 글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기록해놓은 문헌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직지심체요절과 함께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특히 ‘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의 경우 2년2개월 동안 진행된 명성황후의 장례식 모습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보인소의궤’도 고종 13년(1876년) 화재로 소실된 옥새의 제작 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의궤는 지난 1920년대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다. 현재는 일본 궁내청 서릉부에 80여 점이 보관되어 있다. 의궤 환수위원회의 2년여 활동 일부 결실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이들 의궤 환수를 위한 활발한 운동을 펼쳤다. 지난 2006년 9월 ‘조선왕조의궤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가 발족된 이래 다양한 형태의 민간 활동이 이어졌다. 지난 2월에는 남측의 환수위와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이 금강산에서 공동으로 의궤 반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회도 지난 2006년 12월 의궤 반환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후 김원웅 외교통상위원장(환수위 공동의장), 주호영 의원(환수위 자문위원), 문희상 의원(한일의원연맹 의장) 등을 주축으로 활발한 민간 외교 활동을 펼쳤다. 의궤 환수 문제에 관한 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일본 의원들이 실상 파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의궤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같은 한국측의 움직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1965년 한·일 문화재·문화협정에서 이미 모든 문제를 해결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본측의 공식 입장이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제약 때문에 그동안 적극적으로 의궤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환수위 간사인 법상 스님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일본의 시민단체나 의원들도 의궤 반환을 자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는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나서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후쿠다 총리 “조선왕실의궤 반환 신중히 검토하겠다” 눈에 띄는 사실은 최근 이같은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팔짱만 끼고 있던 정부가 의궤 환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조중표 외교부 차관은 지난 1월 서울에서 가진 한·일 차관 전략회의에서 의궤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일본 외무성 야치 사무차관도 “해결 과제로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지난 2월에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 4월4일 열린 장관급 회담에 이어 정상회담에서도 의궤가 공식 안건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기자가 지난 3월27~31일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3월28일 오전 10시30분에 일본 국회의사당 내 카사이 아키라(笠井亮) 중의원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예산안 통과 문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카사이 의원은 흔쾌히 기자를 맞았다. 이날 아키라 의원 방문에는 환수위 간사인 혜문 스님과 법상 스님, 자문 변호사인 김형남 P&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안영삼 사무과장, 재일 조선인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 중인 김순식 변호사도 함께 했다. 카사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조선왕실의궤는 반드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그는 “의궤 반환 운동은 그동안 환수위 등 민간 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는 일본 의회 내에서 의궤 문제를 공론화시킨 주인공이었다. 이미 오가타 야스오(緖方靖夫) 일본 공산당 부위원장과 함께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국회의원을 만났고, 의궤가 보관되어 있었던 오대산 사고지도 둘러보았다. 그의 이같은 노력 덕분에 일본 의회에서도 점차 의궤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현재 의궤 문제를 표면화시키기 위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카사이 의원은 “공산당 차원에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좋은지는 미지수다. 일본 내에 이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세력이 분명히 있다. 때문에 현재는 어떤 시점에 이 문제를 거론할지를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민간 차원에서도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일조협회,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중앙본부 등이 최근 일본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다. 환수위도 지난 4월2일 일본 후쿠다 총리에게 의궤 반환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는 와타나베 미쓰구(渡邊貢) 일조협회 회장의 주선으로 관방장관실을 통해 전달되었다. 진정서를 제출한 김순식 변호사는 “와타나베 회장과 함께 일본 총리 관저의 관방장관실 비서를 만나 진정 취지 등을 설명한 뒤, 반환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손성길 민단 문교국장도 “최근 담당 국장과 함께 의궤 반환을 위한 회의를 했다. 정상회담 전에 에다 사츠키(江田五月) 일본 참의원 의장 등을 통해 총리실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환수위측은 의궤 환수를 위해 민단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자 적지 않게 고무된 표정이다. 재일본동포 단체에서 정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의원을 통해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인 만큼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한 명의 환수위 간사인 혜문 스님은 “민단은 그동안 의궤 환수와 관련해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상태였다. 그런 민단이 재일본동포 단체 차원에서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의궤 환수에 한·일 정부가 관심을 갖게 되고 민간 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근 90여 년 만에 의궤가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혼란스런 정국은 여전히 장벽 될 듯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 정부에 대한 일본 내부의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들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현지에서 만난 인사들에 따르면 후쿠다 내각은 현재 야당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일본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휘발유 특별세를 연장하려 했다가 강한 역풍을 맞은 것이다. 후쿠다 내각의 지지율도 30%대 아래로 급락했다. 결국 후쿠다 총리는 중재안을 내놓았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으나 야당이 이 중재안마저 거절하자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궤 반환 문제가 상대적으로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사이 의원은 “현재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휘발유 관련 법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당 간사장과 총리의 입장이 달라 총리가 고립되어 있다. 총리 관저 입장에서는 의궤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시기상으로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특별세 기한이 지난 3월31일로 만료되면서 우리 정부나 민간 단체 입장에서는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한·일 의원연맹 의장인 문희상 의원은 최근 후쿠다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협조를 구했다. 환수위 공동대표인 김원웅 의원도 오는 4월16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김의원은 자민당·민주당 등 각 당 의원 대표를 만나 의궤 환수를 위한 초당적인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환수위 자문 변호사인 김형남 변호사는 “유네스코 협약에 따르면 외국 군대에 의한 일국의 점령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 반출과 소유권 양도는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일본이 조속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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