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오대산에 와야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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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실장 작성일06-08-26 13:04 조회8,395회 댓글0건본문
-“수백년간 잘 보관됐었는데… 걱정 없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이 일제에 의해 반출된지 93년만에 환국했다. 지난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돼 있는 상태. 14일로 예정된 도쿄대와 서울대의 인도·인수서명을 통해 공식 환수된다. 문화재청은 오는 19일 오전11시 문화재위원회 국보지정분과(위원장:안휘준) 회의를 열어 국보지정여부를 판단하는 심의를 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오는 22일 원소재지인 오대산사고에서 고유제(告由祭·고불식)를 올리고 이날 오후2시 월정사에서 `조선왕조실록 환국 국민환영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행사를 국보급 문화재의 반환이라는 역사적 의미에 걸맞은 뜻 깊은 행사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소장기관·관리주체권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이 주관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세종클럽에서 열린 `조선왕조실록 환수 관련 관계자 간담회'에서 유홍준문화재청장이 “문화재청장인 내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혀놓은 상태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을 원래의 보관처인 오대산에 가져와야한다'는 주장은 국보급인 이 서책이 지닌 학술적 연구물로의 활용, 오대산에 소장할 수 있는 시설과 관리능력이 있느냐는 반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따라야 한다.
우선 이번에 돌아오는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의 연구물 활용은 지난회에서 언급한 원로학자인 최승순(사)율곡학회이사장의 견해를 상기해보면 된다.
최이사장은 “이번에 돌아오는 조선왕조실록은 전질 대부분이 소실된 낙본이어서 원본으로서의 학술적 가치보다는 일제가 약탈해간 문화재의 반환에 의미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원래 보관처인 오대산사고 또는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갖다 놓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은 타 사고본 전질이 국보로 지정돼 규장각에 보관돼 있고, 문헌적 기록은 이미 다양한 국역본에 CD까지 보급돼 있는 상황에 따른 견해다.
이 견해는 문만기 환수위실행위원장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문위원장은 “학술적 기록적 활용은 현재 규장각에 전질이 고스란히 소장돼 있는 타 사고 본 조선왕조실록으로 충분하다는게 관련 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전하고 “이번에 돌아오는 실록은 강탈당했던 국보급 역사기록서를 되찾아 제자리에 갖다 놓았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환수위 공동위원장인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을 되찾아오는 일에 대해 “단순한 귀중품이나 예술품이 아닌 강탈해 간 역사서이자 문화재이므로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일로 봐야 한다”며 “임진왜란 직후인 1606년 오대산사고 설치이래 아무일 없이 잘 보관해 온 것을 일제가 나라를 강탈하고 가져간 역사서이기에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이 민족과 역사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 주지 일동' 명의로 지난 6월7일 발표된 결의문에는 “반환이 아닌 기증을 받아들인 서울대의 역사인식도 문제지만, 돌아오려는 문화재를 제 위치에 놓으려는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올해 3월 일본에서 환수한 북관대첩비를 북한에 인수할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국내에 반환되는 문화재는 국가가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맞지않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고 적혀있다.
도내 문화계는 당연히 오대산에 보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서울대가 규장각에 보관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견해다. 도문화재전문위원인 현직 대학교수 A씨는 “강탈당했던 문화재를 찾아와 지키지 못한 책임을 참회하며 자랑스럽게 고유제를 지내기 위해 현지에 가져 온 상황에서 되가져 갈 수 있겠는가”라고 월정사 보관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래의 자리인 오대산으로 가져오는데 있어 보관시설과 능력이 있느냐는 반문에는 월정사 성보박물관이 제시된다. 월정사성보박물관에는 국보 제292호인 `오대산 상원사 중창권선문'과 보물 제139호인 `월정사석조보살좌상(약왕보살좌상)'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한 600여점의 문화유산이 보관돼 있다.
월정사성보박물관은 이미 국보로 지정된 서책을 보관하는 완벽한 시설과 관리체계가 세워져 있어 이번에 돌아오는 실록을 갖다 놓는데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도난·화재방지, 습기 등에 의한 훼손을 방지하는 항온·항습유지 시설이 갖춰져 문화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오대산사고지(五大山史庫址)는 문화재청이 지난 1961년 사적 제37호로 지정했다. 월정사에서는 문화재청이 1992년 문헌과 각계의 고증을 받아 완벽하게 복원했다고 자랑하는 오대산사고(五大山史庫)의 의미를 살리는 측면에서도 실록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록없는 사고는 `앙꼬 없는 찐빵'처럼 의미가 없다는 논리도 제기하고 있다.
환수위에서는 서울대가 “실록의 규장각 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규장각이 안전하고 체계적 관리를 위한 최적의 시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규장각 관계자들조차 고문서를 보관하는데 있어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어 최적의 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보관·관리의 문제는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불교계에서는 몇해전 관련 전문가들을 동원해 해인사내에 팔만대장경 경판고를 신축, 팔만대장경판을 옮겼으나 변질과 손상이 심각해 본래의 경판고로 되돌려놓은 사례를 들며 본래의 보관장소가 최적의 보관처”라고 주장한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오대산사고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오대산사고에 수백년간 잘보관돼 있었는데 무슨 걱정인가”라며 “사고지는 해발 700m에 위치하는 등 공기순환에 최적인 지형에 기후 풍량 등의 자연조건이 최적이기에 실록이 훼손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정념스님은 또 “잘 관리했으므로 도난과 화재를 당하지 않고 잘 보관됐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셈인가”라고 일갈했다. 오대산사고 실록수호총섭(實錄守護摠攝)은 월정사 주지가 맡았었다.
월정사 대웅전(적광전) 앞 마당에는 한국불교조형물의 꽃으로 평가받는 국보 제48호 `월정사팔각구층석탑(月精寺八角九層石塔)'이 있고 오대산 상원사에는 국보 제36호인 `상원사동종(上院寺銅鍾)'이 있다. 월정사가 이들 문화재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대가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도 고위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오대산사고 든 월정사성보박물관이든 국보급 실록을 오대산으로 갖다 놓기로 방침을 정하면 시설과 관리에 필요한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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