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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담화’ 일부러 잘못 번역한 외교부 (중앙일보)_2010.08.1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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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0-09-15 16:59 조회8,2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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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담화문이 배포된 것은 오전 11시쯤이었다.

비슷한 시각 한국 외교통상부와 주일대사관도 ‘한글 번역본’을 기자들에게 돌렸다. 그런데 번역본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일본어 원문에는 분명 “조선왕실의궤 등의 도서를 ‘인도(お渡し)’하겠다”고 돼 있는데 한국 외교부의 번역본은 ‘반환’으로 둔갑시켜 놓은 것이었다. ‘인도’와 ‘반환’은 엄연히 다르다. 반환은 빼앗은 걸 인정하고 돌려주는 것이고, 인도는 자신의 소유권이나 물건을 넘겨주는 걸 뜻한다. 간 총리가 “법률적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관점에서 (반환이 아닌) 인도란 표현을 사용했다”고 강조한 것도 그 차이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었다.

더 큰 문제는 번역상의 실수가 아닌 의도적 오역이란 점이다. 11일 외교부 관계자에게 경위를 묻자 “‘인도’란 표현을 번역본에 쓰고 싶지 않았다. 우리 주장을 담아 ‘반환’이라고 일부러 썼다”고 말했다. 기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어느 한국 국민이 조선왕실 도서를 반환받는 것이지 인도받는 것이라 여기겠는가. 하지만 사용된 용어가 마음에 안 든다 해서 다른 나라 총리 담화를 기분에 맞춰 바꿔 번역해서야 되겠는가. 오히려 정확한 표기를 통해 일본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그대로 알리는 게 이치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따질 것을 따지면 된다.

또 하나, 조선왕실 도서 반환 문제 취재를 위해 일 정치인이나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있다. “한국 정부에 ‘반출 문화재의 리스트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면 ‘정리된 게 없다’는 말을 듣는데, 그게 사실이냐”는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에게 확인하니 “실제 그렇다”고 한다. 뒤늦게 지난해부터 데이터베이스화에 착수했지만 식민지 시대에 강제적으로 반출된 자료가 몇 건이나 되는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간 총리 담화 후 국내에선 일 궁내청 도서뿐 아니라 국립도서관 등 일 정부 내 모든 조선 도서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분출하는 듯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이대로라면 일본이 제시하는 대로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루라도 빨리 실태 파악에 나서는 게 우선이다.

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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