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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실록’ 서울대가 찜?…문화재청 “경위 해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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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실장 작성일06-08-26 15:19 조회8,4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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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먼저 찜?”

일제에 강탈되었다가 민간의 환수노력 끝에 9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실록)에 서울대 규장각쪽이 ‘도장’을 찍어 파문이 일고 있다. 아직 실록의 소장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대 규장각쪽이 관계기관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날인한 것이다. 이미 서울대쪽은 지난 6월 27일 여의도 세종클럽에서 열린 서울대,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환수위), 문화재청간 3자회의에서 소장처에 대한 지정권한을 문화재청에 위임하기로 합의한 상태라 ‘날인 행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규장각의 ‘날인 행위’에 대해 서울대쪽은 “아무 문제 없다”는 의견이지만, 누리꾼들은 ‘발끈’했다. 규장각 게시판은 누리꾼들의 항의글로 ‘도배’가 되어 있다.

문화재청, 특별전 준비하다 발견…‘황당’

문화재청은 ‘날인’에 ‘황당’해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실록 소장처 지정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고 실록반환 이후 국보지정·전시·소장처지정 등의 모든 실무적 과정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문화재청은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반환실록 특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록 각 책에 ‘서울대학교 규장각도서지인’이라는 도장이 찍힌 것을 발견하고, 날인한 경위를 해명하라는 공문을 21일 서울대 규장각에 보냈다. 서울대쪽은 28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연웅 과장은 “규장각쪽에서 도장을 왜 찍었는지 또 어떤 규정에 의해 찍었는지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어서 요청서를 보냈다”며 “도서관에서 흔히 관례적으로 하는 차원에서 한 것으로 보아지는데, 이번 실록을 그런 관례 차원에서 했어야 했는지, 미리 상의를 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쪽에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날인’ 사실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도 보고된 상태다.

불교계 “서울대 오만 도를 넘어섰다”

조선왕조실록을 일본으로부터 되찾아오는 데 중심적 노릇을 한 불교계는 서울대 규장각쪽의 일방적인 ‘날인’ 사실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환수위 공동의장인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자의 전화를 통해 처음 이 사실을 접했다”며, “한동안 수해 복구 때문에 실록 문제에 신경을 쓰지 못해다”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스님은 “문화재청에서 소장처 지정도 안 된 상태이고, 이미 소장처 지정권한을 위임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하는 서울대의 행태는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실록을 받을 때도 일방적으로 받더니, 실록이 돌아와서도 문화재청·월정사와 한마디 상의 없이 일을 처리하는 등 서울대가 국민 정서를 무시하는 독단과 오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서울대를 비난했다. 환수위에서 실무를 담당한 간사 혜문 스님(봉선사)은 “불교계와 상의하여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문제 없어…도서관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 했을 뿐”

날인 당사자인 서울대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도서관에서 당연히 할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김종은 규장각 정보자료관리부장은 “장서인의 날인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자료운영세칙 제5조에 의해 자료의 등록에 명기된 절차로, 수집된 자료로서 보존가치가 있는 자료는 도서원부에 기입하고 등록번호, 장서인, 은인 등을 부여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장서인은 자료의 이동경로를 나타내는 기록요소이므로, 잠깐 동안 머물렀다 해도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 장서인을 남겨야 한다”며 “실록의 훼손이 없도록 책 여백에 도장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반환된 실록에는 이미 도쿄대 도서관의 도서인이 찍힌 상태며 이번의 규장각의 날인으로 인해 2개의 도장이 찍히게 됐다.


권재철 규장각 자료관리담당 사서는 “대체로 규장각 도서들은 거의 날인을 하고 있지만, 규장각 소장 도서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과거자료에는 날인이 안된 경우도 있다”며 “실록의 경우 대부분 서울대도서관의 날인이 있지만 일부는 경성제국대학의 날인만 있고 서울대의 날인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기록보존소로 옮겨진 태백산본에도 서울대도서관 날인은 찍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지학자 “도서관 날인은 책의 역사를 표시하는 것…때론 가치 높이기도”

서지학자들은 규장각의 날인행위 자체에 대해선 수긍하는 분위기다. 배현숙 계명문화정보대 교수(서지학)은 “수집된 자료에 대해 도서관이 날인을 하는것은 책의 역사를 표시하는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경우에는 자료의 이동경로가 명백하게 나와있는 날인이 많은 책을 오히려 귀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교수는 “규장각의 날인행위가 정당했다 할지라도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라는 느낌을 준다”며 “서울대가 실록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을 깔아놓은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서지학자들의 해명에도 규장각의 ‘날인’은 석연치 않다. 소유권이 국가로 귀속된 실록에 도서인을 찍는 것이 문제가 없다면 왜 문화재청이나 환수위원회쪽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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