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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의회에 발목 잡힌 조선왕실의궤 내년엔 돌아올까(주간조선2134호)_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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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0-12-11 09:09 조회7,9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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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0일 일본 도쿄 YMCA청소년센터에서 열린 ‘문화재 반환 공동 심포지엄’ 현장. photo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

조선왕실의궤의 연내 반환이 무산됐다. 한·일 양국 정상은 지난 11월 14일 일본에서 회담을 갖고 조선왕실의궤 등 문화재급 도서 1205책을 가까운 시일 내에 반환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 의회가 여야 대치로 파행을 겪으면서 정상 간 협약이 비준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월 중순 일본을 방문하고 의궤 등의 문화재를 직접 받아올 예정이었으나 일본 의회가 발목을 잡은 격이 됐다. 교도통신은 지난 12월 2일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의궤 반환에 대한 비준안은 내년 초 임시회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불교계·시민단체 반환투쟁 주도
   
   조선왕실의궤는 반환요구가 시작된 지 만 4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비록 연내 반환은 물거품이 됐지만 그동안 불교계와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문화재 반환 투쟁을 주도했고 지난 8월 극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지난 8월 10일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며 그 의지의 표현으로 조선왕실의궤 등 약탈 문화재 1205책을 반환키로 결정한 것이다. 간 총리는 당시 발표한 담화문에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되어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이를 인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를 움직이는 데는 불교계 시민단체의 공이 컸다. 조계종중앙신도회 등이 중심이 된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사무처장 혜문)는 2006년부터 오대산 월정사, 평창군 등과 함께 의궤 반환운동을 전개해 왔다. 환수위는 2006년 일본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실록 47책을 반환받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실록은 민간이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환 명분이나 조건이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 강했다. 도쿄대도 “학술교류 차원에서 서울대로 실록을 인도한다”면서 ‘약탈문화재 반환’이라는 우리 쪽 입장을 비켜갔다. 하지만 의궤는 일본 궁내청이 소장한 사실상 일본 정부 소유의 문화재인 탓에 반환을 결정하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간 총리의 담화문은 일본 정치권에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이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타결됐다’던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반환을 천명하고 나서자 일본 자민당 등 보수정당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 보수단체들도 간 총리의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 여론을 조장했다. 일본 내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이 된 자민당의 대립으로 가뜩이나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환수위는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 일본 민주당과 공산당 소속 의원들을 수시로 접촉하며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의회 파행으로 결국 회기 마감
   
지난 11월 간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의궤 등의 문화재를 반환한다는 협약을 체결한 뒤 일본 의회의 반발은 더 집요해졌다. 제1 야당인 자민당은 물론이고 집권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도 의궤 반환의 비준을 막는 데 동조했다. 환수위는 일본 의회의 회기가 만료되는 12월 3일까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으나 희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일본은 의궤 반환 등 특별사안에 대해 외국과 협정을 맺으면 이를 의회가 비준해야 한다. 1992년 노태우 정권 시절 일본이 ‘한·일 간 우호증진’을 위해 돌려준 ‘영친왕비 복식’도 국회 비준을 거쳐 우리 정부에 인도된 적이 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내각 각료의 설화로 결국 야당에 발목을 잡힌 채 지난 3일 정기국회를 마감했다. 야나기다 미노루(柳田稔) 법무장관은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법무상은 국회에서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개별 사안이나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다’, 이것으로 안되면 ‘법과 증거를 토대로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다’고만 하면 된다”고 말해 ‘국회 경시 발언’ 파문을 불러왔다. 야당은 이를 빌미로 야나기다 법무장관의 사퇴를 이끌어냈고 간 총리 정권의 1등 공신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센고쿠 장관은 일본 내에서 차기 총리로 지목되던 인물로 그의 사임은 간 총리가 수용할 수 없는 카드였다. 결국 의회는 파행으로 점철됐다.
   
   자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의궤 반환에 상응하는 한국 내 일본 문화재를 반환받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간 총리가 의궤반환을 밀어붙인 것은 내부적으로 집권당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자민당과 관계가 공고한 천황궁도 견제하겠다는 이중 포석이 담겨 있었다. 민주당은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자민당 정권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시민단체의 활동에서 정부 차원의 외교문제로 바통이 넘어간 뒤 우리 정부도 연내 의궤 반환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11월 30일 자민당 출신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불러 한·일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을 기려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수여했다. 모리 전 총리의 방한에는 의궤 반환에 반대한 자민당의 현역 주요 정치인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1월 28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득 국회 부의장은 여야 국회의원 37명을 대동하고 일본을 찾았다. 한·일의원 교류가 명분이었지만 이날 가장 중요한 의제는 의궤 등 문화재 반환 문제였다. 환수위 혜문 스님은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의궤를 연내에 반환받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한·일 의원 교류 현장에서도 이 부의장은 일본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양국의 중요한 화두로
   
   의궤 반환 문제는 내년에도 한·일양국의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번에 의궤 등 문화재 반환에 일조한 일본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20일 일본 도쿄 소재 YMCA호텔 청소년센터에서 열린 ‘문화재 반환문제 한·일공동 심포지엄’은 한·일 간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행사였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 민주당 이시게 에이코 의원과 공산당 가사이 료오 의원이 참석했고 한국에선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이 참여했다.
   
   가사이 의원은 심포지엄에 앞서 기자와 만나 “의궤 반환은 한국의 승리가 아니라 한·일 양국의 정치인과 시민단체 모두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군사적 강압에 의한 불행한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 심포지엄도 나중에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주관한 한국문화재 반환문제 연락회의 기쿠치 히데아키씨도 “일본 정부는 이번 의궤 반환을 계기로 국립박물관과 각 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과 조선 문화재의 조사와 반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향후 일본에 소장된 해외 문화재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련 정보를 공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계에선 “민주당 정권이 힘을 잃어 의궤 반환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환수위 혜문 스님은 “일본 의회의 파행으로 의궤 반환에 대한 비준안이 처리되지 못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내년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의궤 문제가 처리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의회를 더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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