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대산을 대한민국 `문화 주권'의 성지로(강원일보)_2011.12.0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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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1-12-07 08:49 조회7,742회 댓글0건본문
오대산을 대한민국 `문화 주권'의 성지로
민족 자긍심 높이는 기회로 활용
`조선왕실의궤!' 무려 89년을 기다려 마침내 6일 고국의 품에 안겼다. 가슴 벅찬 일이다. 이날은 이제부터 한국인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로써 조선왕실의궤 오대산사고본 81책 등 일제강점기에 강제 반출된 우리 도서는 지난해 8월 간 나오토 당시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도서 반환계획을 발표한 지 1년 4개월 만에 국내로 들어오게 됐다. 이번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의 문화재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두 나라가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강원인들을 비롯한 우리 정부와 학자들이 한 몸이 되어 이루어 낸 쾌거다. 특히 89년 만에 되돌아오는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는 지난 1965년 한일협정 체결로 사실상 일본에 의해 강제로 반출된 문화재의 주권이나 반환 청구권을 상실한 정부를 대신해 불교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06년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가 정식으로 출범하고, 문화재 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인 혜문 스님이 궁내청에서 실물을 확인하면서부터다.
환수위는 이후 40여 차례가 넘게 일본을 찾는 등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등 국제기구 방문과 17대 국회의 반환 결의안 채택을 이끌어 내는 등 국내외에서 환수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갔다. 사실 돌이켜 보면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가 고국의 품에 안기기까지는 어려웠던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전혀 불가능한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비관적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오로지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는 고국의 품으로 올 수 있다는 당위성과 신념 하나로 사회 각계각층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다 우리는 그동안 `조선왕실의궤' 반환 노력에서 보듯 한 번 국외로 나간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온 몸으로 절감했다. 그 중심에는 환수위 공동의장인 퇴우 정념 오대산 월정사 주지 스님이 있었다. 이번에 반환되는 조선왕실의궤 가운데 절반가량이 오대산 사고 소장본이었던 만큼 의궤는 반드시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 조선왕실의궤가 오대산으로 오게 되면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 올림픽으로 승화돼 대내외적으로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자원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용해 강릉단오제, 정선아리랑과 연계하면 평창동계올림픽은 문화 올림픽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 외에도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가 오대산으로 와야 하는 명백한 이유는 또 있다. 유네스코 협약 및 권고와 같이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그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즉, 제자리에 위치해야 역사와 사회에 녹아 들어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그 시대의 정신을 표상할 수 있다. 이러할 때 문화의 품격이 높아져 한 나라의 국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재의 제자리 보관은 문화 분권화와 다양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된다.
중앙 중심의 문화는 도시 집중의 병폐와 획일적 문화를 양산해 품격 있는 문화국가로의 성장을 방해한다. 문화의 분권화와 다양화는 지방문화의 품격을 향상시키고 활성화함으로써 중앙과 지역을 상생하게 한다. 물론 과거에는 깊은 산속에 있는 사고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했지만 현재는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조선왕실의궤를 원래의 장소에 보관하는 것보다는 쉽게 접근해 관람하고 조사할 수 있는 더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는 모두 오대산에서 약탈된 문화재로 민간 차원의 환수위의 처절한 환수운동과 함께 국민 모두의 힘을 합쳐 되찾아 온 문화재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엄연히 가지고 있다.
약탈 문화재가 원래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반환의 의미를 더욱 제고하게 되고 역사성을 살리게 된다.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가 제자리를 찾는 것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민족 정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를 제자리에 보관하기 위해서는 항온·항습시설 등 보존기능을 완벽하게 두루 갖춘 전시관이 필요하다. 정부와 강원도는 문화재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이를 위한 실천적 대안을 지금부터 치밀하고도 차분하게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오대산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문화 주권'의 성지로 만들어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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