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강원도민일보)2012.02.22 >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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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및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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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강원도민일보)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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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2-24 13:36 조회8,2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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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규장각에 보관 중인 조선왕조 600년의 궁중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만큼이나 기구한 운명을 가진 문화재도 흔치 않다.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소실-복원-일제 강탈-반환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73년 국보151호로 지정되어 그 분량만 2077책에 달하는 방대한 책이다. 1911년 일본에서 강탈한 지 95년 만에 규장각으로 돌아왔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다시 새 거처를 찾아야 할지도 모를 운명에 놓여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수난사는 1592년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실을 막기 위해 서울·전주·충주·성주 4곳에 나눠 보관됐던 실록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전주본만 남고 모두 소실됐다. 다행히 남은 전주본을 바탕으로 선조 36~39년(1603~1606)에 걸쳐 복원작업이 진행됐다. 복원된 실록은 태백·정족·적상·오대산 4곳에 분산돼 20세기 초까지 전해져 내려왔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맞아 다시 수난을 맞았다. 조선총독부는 태백산·적상산본은 경성제국대학(서울대 전신)을 통해 직접 관리했지만 오대산에 있던 사고본 788책을 1911~1913년 일본으로 반출했다. 당시 도쿄대 소속 교수가 “연구에 필요하다”며 요구했기 때문이다. 오대산본은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불길에 휩싸여 대부분 사라졌으며 겨우 화마를 피한 27책만 1932년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으로 다시 넘겨졌다. 경성제대 도서관은 태백산본·정족산본을 보관해 오다 광복 이후 서울대 규장각에 소유권을 넘겼다. 정족산본은 한국전쟁 때 북한이 가져갔다. 오대산본은 돌아온 27책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일본 유학생들 사이에 “조선왕조실록이 아직 도쿄대 도서관에 더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무렵 국내 송환운동이 시작되었다. 1980년대 중반 서울대 국사학과 최승희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도쿄대 도서관의 소장 자료 목록에서 실록의 실체를 확인했다. 중종실록 29책, 선조실록 7책, 성종실록 9책과 1책을 추가로 찾아냈다. 한일협정에 한국정부는 1963년 한일 협정 당시 “더 이상의 문화재 반환 요구를 포기하겠다”고 서명한 상태였다.

이에 가로막히자 이번에는 민간이 나섰다. 과거 오대산본을 보관해온 월정사와 환수위원을 중심으로 2006년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를 구성한 뒤 일본과의 협상에 나섰다.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과 이태수 대학원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2002년 5월 31일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양측의 실무협상을 거쳐 실록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2006년이며 의궤는 2011년 말이었다. 돌아온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오대산본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보관됐다. 서울대는 조선왕조실록뿐 아니라 규장각이 갖고 있는 기록문헌만 24만6000점에 달한다. 국보 7점, 보물 8종, 고도서 18만여책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 법인화 추진 과정에 이들 자산의 보관 주체와 소유권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조선왕조실록과 대동여지도 같은 지정 문화재는 국유재산 관리권 조정. 대상이다. 문화재청은 서울대 법인 전환을 계기로 서울대가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 소유·관리권은 국가(문화재청)로 넘어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오대산본을 국내로 가져오는데 앞장섰던 환수위원회와 강원 평창군도 제자리 환수에 나서고 있다. 또 실록소유권 문제와 서울대 불법날인으로 인하여 문화재가 훼손되어 환수위원회와 평창군의회가 국민감사와 이의 사과를 요청중이다.

반환 당시 문화재는 민족의 자존심 문제였으며 민간차원의 승리였다. 문화는 그 나라의 정신이며 정체성이고 그 나라 국민의 삶과 정신 속에서 실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문화재이다. 역사는 반복 되풀이 되는 것이며 과거에 그 나라 국민이 살아온 스승인 것이며 흐르면서 창조되고 소멸되며 또 계승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와 역사가 바르게 계승되기를 소망한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만이 그 가치와 역사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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