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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실록이 쉴 곳은 어디인가 (강원일보) 201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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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3-28 16:16 조회8,2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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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실록이 쉴 곳은 어디인가



일본 침략 역사의 희생물로 험한 바닷길을 오갔던 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 사고본이 지난 해 12월27일 만민에 공개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은 한 왕조의 역사기록서 가운데 가장 길고 방대한 역사서로 조선시대의 정치, 외교, 사회, 경제부터 동북아시아의 외교적 관계까지 기록되어 있는 종합사서이자 민족문화서이다. 한 왕조가 통째로 담긴 실록의 귀환은 단순히 문화재를 되찾았다는 의미를 넘어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의 회복이자 위로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짓누르기라도 하듯 선명하게 찍혀 있는 도쿄대 부속도서관의 장서인은 민족의 찬란한 역사와 함께 아픔과 통탄의 역사 또한 우리 후손 대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하나의 날인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 규장각 장서인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이 탄생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록이 이리 안전하게 보존되어 온 것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한다. 일단 선왕의 실록 편찬 사업이 끝나면 최종 원고 4부를 인쇄해 서울의 춘추관과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네 곳(오대산, 적상산, 정족산, 태백산)의 산중에 서고를 설치하여 보관해왔다. 이것은 지방 선비와 학자의 편의 또한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특별히 오대산이었을까.

오대산은 월정사, 상원사가 자리 잡은 불교의 성지이며 신라의 자장율사가 643년 비로봉 밑에 적멸보궁을 창건한 이래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종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 월정사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 등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또한 천혜의 자연자원과 함께 한강의 시원(始原) 우통수가 오대산 상원사의 서대 수정암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우통수에 대한 첫 기록은 삼국유사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세종실록 등 많은 문헌에서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샘물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찾고 지켜내야 할 오대산이 품고 있는 문화역사의 가치가 더욱 깊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오대산에 보관되었던 실록이다. 왜 그토록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지 굳이 문화분권주의와 연구의 분권화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환수위원회의 수고를 상고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는 문화재의 진정한 복원이요, 부활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6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남았다. 올림픽이 전 세계적 메가이벤트인 만큼 국가적으로 교통인프라 확충과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인프라에 해당하는 관광·문화 콘텐츠 확충도 시급하다. 평창은 그 어느 곳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 시대를 고스란히 알릴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은 반드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와야 한다.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본래의 목적도 잊은 채 찍힌 두 개의 날인과 마주해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벼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두려워할 외(畏)' 한 자뿐이라고 했다. 의(義)를 두려워하고 법을, 백성을 두려워하면 방자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평창군민의 서명을 담은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진정성을 담아 제출한 청구서이다. 부디 이 마음을 두려워해주길 바란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이 이제는 고유의 모습과 목적대로 그 뿌리를 찾아 무사 귀환하여 천년의 역사와 함께 빛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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