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실록' 분산보관, 원칙에도 맞지 않다.- 불교신문-6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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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실장 작성일06-08-26 12:21 조회9,002회 댓글0건본문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일역사서로 국보 151호이자 유네스코 등록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임진왜란 이후 태백산 사고, 적상산 사고, 오대산 사고, 강화도 사고에 분산 보관되어 있다가, 오대산본 전체가 일본의 조선 강탈 이후 1913년 조선총독 테라우찌에 의해, 동경대학으로 불법반출 됐다. 관동대지진으로 대부분이 소실되고 당시 대출됐던 74책 중 47책이 현재 동경대학 도서관에 귀중본으로 보관되어 있다.
지난 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민족정기와 역사의식을 바로 세우고, 약탈된 문화재의 원소장처로의 반환이라는 대원칙 하에 조선왕조실록을 관리, 수호했던 월정사를 중심으로 시민단체 및 국회의원 등과 함께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를 구성,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의 환수 활동을 전개해 왔다.
학교 이익에만 연연말고
민족적 관점에서 봐야돼
제자리 보존은 당연한 일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동경대학은 오대산본을 돌려줄 수밖에 없는 입장을 정리하고, 자국 우익의 반발 여론과 약탈 문화재의 반환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서울대학과 물밑 협상을 통해 서울대에 ‘기증’키로 결정하고 양 대학교가 동시에 이를 발표했다.
물론 오대산본이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은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의 노력의 결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오대산본은 국제협약에 의해 일본이 불법적으로 약탈해 간 문화재이며, 조선왕조실록의 동경대학으로의 반출 행위는 원인 무효의 행위이자 동경대학은 악의의 점유자이다. 따라서 동경대학은 ‘기증’이 아닌, 불법 취득한 것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는 ‘반환’하여야 한다.
또한 동경대학은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와 협상 중에 있으면서 일체의 논의 없이, 서울대와 비밀협상을 통해 서울대에 기증 결정을 하고, 1932년 일제 침략기에 오대산본 27책을 경성제국대학 규장각에 돌려주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에 대해 1930년도의 인식을 갖고 큰 시혜를 베풀고 있는 듯 행동하고 있다.
서울대 당국 또한 환수위원회와 한마디 문의나 협의도 없이 ‘기증’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약탈 문화재 환수의 진정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오히려 일본측의 주도면밀한 계책에 협력한 꼴이 되고 말았다. 불법적인 약탈문화재를 반환받는 것은 원 소유자의 당연한 권리이며, 국민의 의무이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대학 간의 ‘기증’ 운운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따라서 지성의 상징인 서울대학은 학교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국가적 견지와 민족적 관점에 서서 불법 문화재의 원 소장처인 오대산 월정사로의 반환에 적극 동참하는 대승적 자세를 견지하여야 한다.
일본 정부와 동경대학 또한 남의 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약탈하고 짓밟은 과거사를 진지하게 참회하는 자세로 약탈문화재의 조건 없는 반환에 응하여야 한다.
문화재는 제 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만큼 문화재청도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이 원 소장처인 오대산 월정사로 돌아와 민족의 역사와 정기를 바로 세우고, 후손들에게 역사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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