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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사] [불교신문] “탄광서 광명의 빛 나투셨던 영가시여! 이젠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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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9-06-08 08:34 조회4,4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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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옷날을 맞아 6월7일 태백 장명사에서 열린 석탄산업 재해 순직자 합동위령재에서 유가족들이 헌화와 헌향을 통해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태백 장명사 6월7일 단옷날 맞아
탄광산업 재해 순직자 합동위령재

충남 서산에 사는 문복열 씨는 해마다 단옷날(음력 5월5일)이면 ‘탄광산업 재해 순직자 합동위령재’가 봉행되는 태백 장명사를 찾는다. 장성광업소에서 광부로 일하다 지난 1961년과 1969년 연이어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아버지와 큰형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반세기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 역할까지 도맡아 동생 4명을 키웠던 큰형이 대한 고마움에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와서 기도해야지’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큰형에 이어 작은형, 본인까지 4명의 가족이 장성광업소에서 광부로 일했던 문복열 씨는 오산에 사는 4살 위 작은형과 함께 오늘(6월7일) 아버지와 친형의 위패 앞에 흰색 국화꽃을 헌향하며 극락왕생 발원과 함께 꼭 다시 만날 것을 서원했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주최하고 태백 장명사가 주관한 탄광산업 재해 순직자 합동위령재가 오늘(6월7일) 오전10시 장명사 명부전에서 봉행했다. 

장명사는 원래 작은 암자였지만 일제강점기인 1936년 4월 설립된 삼척탄광개발주식회사가 암자를 헐어버리고 석탄산업 재해 순직자의 위패를 모신 추모사찰로 건립했다. 즉 부처님의 가피와 위신력으로 탄광산업 재해 순직자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유가족들의 힘겨운 마음을 달래주고 삶의 희망과 용기를 기원하는 뜻깊은 도량인 셈이다.

장명사 명부전인 ‘탄광산업 재해 순직자 추모관’에는 삼척탄광개발주식회사 설립 이후 대한석탄공사 장성·영월·함백광업소 등지에서 재직하다 사고 순직한 영가 위패 1013기를 봉안하고 있다. 장명사 바로 옆에 위치한 장성광업소는 1979년 5617명의 직원이 228만톤을 생산하는 등 단일 광업소로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었다.

하지만 석탄산업은 과거 각 가정마다 따뜻한 난방을 책임지고 산업화에도 일조했지만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인해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현재 석탄을 생산하는 국내 광업소 4곳 가운데 한 곳인 장성광업소는 올해 협력업체 포함해 950여 명이 무연탄 24만 5000톤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폐광 위기에 내몰려 있는 실정이다.

장명사는 1960년대부터 해마다 단옷날에 석탄산업에 종사하다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광부들을 위한 ‘합동위령재’를 봉행하고 있다. 설과 한식, 추석 등과 함께 우리 민족 4대 명절로 손꼽히며 단옷날은 일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로, 예부터 천지신명과 조상에 제사를 올려왔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67일 열린 위령재는 100여 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명종 33타를 시작으로 불공(관음시식), 영가법문, 묵도, 추도사, 분향 및 헌화, 유족 대표 인사말, 사홍서원, 해금 공연 등으로 1시간40여 분 동안 진행됐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법문을 통해 “일체유심조라는 가르침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각자의 ‘마음의 안경’이 중요하다”면서 “탄광 속에서 석탄 채굴을 통해 광명의 빛을 나투시게 하셨던 영가들도 생사의 몸을 홀연히 벗어던지고 어디에도 걸림없는 자유의 몸이 되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황복영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장은 추도사에서 “과거 임들이 땀흘려 생산한 흑진주는 이 나라 도서벽지 온 국민의 엄동설한을 따뜻하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산업 근대화에 초석이 됐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제 이생에서 못 다한 한을 모두 거두시고 광명의 빛 충만한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품안에 고히 잠드소서”라고 서원했다.

1972년 장성광업소에서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김용래 씨는 유족 대표 인사말을 통해 “어릴적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께서 퇴근하시면 새까만 얼굴로 오셔서 씻으시고는 저랑 놀아주시던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면서 “탄광이 폐광 위기에 있지만 위령재 만큼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장명사 주지 자엄스님은 “탄광산업 재해 순직자와 유가족을 위한 추모사찰로서 위령재는 사찰이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아울러 참불자 양성을 통해 장명사가 신도들의 행복을 돕는 수행·기도도량이 되도록 더욱 정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영가법문을 통해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는 위안을 건넸다.
황복영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장이 사측을 대표해 헌향하고 있다.

태백=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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