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일반] "죽기전 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창작불화' 10점 만들고파"(아시아경제)201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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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8-24 08:46 조회8,602회 댓글0건본문
[일반] "죽기전 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창작불화' 10점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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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명품<9> 단청장 김현자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손을 모은 채 통일을 기원하는 부처가 중앙에 있다. 부처의 후광은 한반도 모양이다. 비로자나불(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과 지혜의 빛이 세상을 두루 비춰 가득하다는 뜻으로, 부처의 진신을 이름) 주변으론 문수, 관음, 석가, 아미타 등 협시부처들이 자리해 있다. 주변의 둥근 띠를 두른 11개 동심원과 별자리 12지신, 연꽃문양과 대운하를 상징하는 물결무늬도 보인다. 직사각형 불화 전체의 네 모서리에는 사천왕상이 그려져 있다.
붉은 색과 청색을 주색으로 해 만들어진 '통일찰해도'다. 여기서 '찰해'는 만다라 도안의 형식을 응용한 그림을 뜻한다. 중앙에서 밖으로 그림을 구성하는 내용이 확산되는 형식이다. 창작 불화인 이 작품은 지난해 '종교평화상'을 수상한 동국대학교 정각원장 법타스님이 단청장 김현자(여ㆍ53)씨에게 주문한 그림이다. 완성작은 현재 정각원에 봉안돼 있다. 통일찰해도 외에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108계단 누각의 천정화인 '36문수보살 천상의 세계'라는 작품도 그가 그린 창작불화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김씨의 공방을 찾았다. 대형 불화들이 벽들을 모두 채우고 있으며, 작업실 바닥에도 온통 불화 그림들이다. 물론 김씨 역시 다른 단청장인들처럼 불화 보수, 복원 작업과 함께 사찰의 건물 단청, 불화 모사작업 등을 15년 넘게 해 왔다. 작업실 그림들 중에는 부산 범어사의 '수월관음도' 복원도도 발견된다. 서울 제기동 법화정사 내 1000명의 부처상이 순금으로 그려진 '금니천불도' 복원도도 그가 그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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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씨에겐 스스로 부여한 숙제가 있다. 우리 불화를 현대에도 지속적으로 그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불화의 경우 기존 원본을 모사하거나 형태나 색감을 변형시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김씨는 원본이 없는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헌을 통해 불화의 구성 형태와 문양 등을 활용해 창작불화를 선보이고 있는 흔치 않은 단청장인이다. 김씨는 "채색을 전통방법으로 하는 것이지, 지금 시대에 맞는 불화를 충분히 창작하고 그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정말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불화작품 10점을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화가로서 그의 창작의지는 사실 단청장인이 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37세 늦깎이로 단청에 입문하기 이전, 그는 유화, 동양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를 접했고 이 중 만화부문에서는 꽤 성공한 적도 있었다. 미대를 졸업하고, 건설사 인테리어업체에서 일하다 지인의 소개로 만화의 길을 걷게 됐다. 무협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하승남의 작품 배경을 3~4년간 그렸고, 만화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고 단행본도 만들었다. 하지만 서른 중반에 이 일을 모두 그만둬야 할 인생의 기로에 봉착했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혼란기를 겪을 때 힘이 돼 줬던 것은 대학시절부터 접한 불교경전이었다. 그는 불경을 다시 읽으며 마음을 추스렸다. 주변에서는 단청을 배워보라는 제안도 있었다. 이런 계기로 불교와의 인연이 찾아왔다. 단청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2001년 경기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가 됐다. 이듬해인 2002년 '수월관음도' 모사본으로 불교미술대전 장려상을 수상한 이후로 꾸준히 전승공예전과 불교미술대전에서 입선과 특선을 거머쥐었다. 대학에서 불화제작 강의도 하면서 제자 양성도 하고 있다.
불화 작업은 한지배접부터 밑그림, 삼배ㆍ비단 등 천 잇기, 천 배접, 아교풀 바르기, 채색 등 순으로 이어진다. 작업 중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뭔가라는 질문에 김씨는 "부처님 얼굴을 그리는 게 가장 어렵다. 3~4일은 고민하고 그려내야 만족할 만한 표정과 분위기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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