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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영화 '관상' 그리고 오대산 상원사(수원e뉴스)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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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10-17 08:20 조회8,9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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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장보기를 끝내고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현관문으로 들어서는데 아파트 게시판에 10월 산행에 대한 공지문이 눈에 들어왔다.

<등산 26차 산행 안내>
코스 : 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오대산)-상왕봉-북대사-상원사
1. 일시: 2013년 10월 13(일요일) 오전 6시 30분
2.회비: 30,000원(입장료, 김밥, 생수 포함)
3.장소: 위브하늘채 생활지원센터 앞
* 연락처 : 011-***-****

벌써 26차인 우리아파트 산행 안내를 그동안 한번도 유심히 본 적이 없었는데 며칠전 남편이 했던 말때문인지 몇분동안 공고문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우리 가을 산행갈래? 아파트 게시판에 붙었더라. 장모님, 장인어른 모시고 가자."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와 500m만 걸어도 헉헉 거리는 내가 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상원사를 검색해본다.
상원사는 세조와 관련된 전설이 많이 전해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조와 관련된 글을 읽고 있으니 몇 주 전 재미나게 보았던 영화 '관상'이 떠오르면서 상원사를 가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부모님을 모시고 언니네와함께 산악회 버스를 타고 상원사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아침일찍 깨워 버스에 탄 초등학교 4학년 딸은 입이 댓 발 나왔다.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조선시대 왕들을 열거하면서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중얼거렸더니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뭐해?"
"아~~ 세종대왕은 그렇게 훌륭하셨는데, 둘째아들은 왜 그러지 못했을까? 생각하다가 혼자 조선시대 왕들 외워본거야."
"세종대왕 둘째아들은 완전 나빠?"
아직 역사에 관심이 없는 딸과의 대화가 무척이나 재미있다. 역사를 알려주기 시작하는 곳으로 상원사가 손색없을 듯 하다.


상원사에 도착해서 남자들은 등산을 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상원사에 남기로 결정했다.
초록빛은 사그라들고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과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가을정취에 푹 빠져들게 한다. 물소리는 점점 더 거세게 들린다. 그 소리에 오대천을 바라보니 그곳에 세조가 목욕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학생 조카와 딸에게 손짓하며 오대천에 얽힌 세조와 관련된 전설을 이야기해준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왕위에 오른 지 10년이 지났을 무렵 피부병에 결려 전신에 종기가 돋아 무척 고통 받았대. 어느 날, 피부병 치료를 위해서 오대천에서 목욕하고 있을때 지나가는 동승에게 왕은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했어. 동승이 등을 밀자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졌지. 세조는 동승에게 어디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니 동승이 미소를 지으며 대왕은 어디 가든지 문수보살을 만났다 하지 마시라고 하며 홀연히 사라졌대"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종기는 나았나?"
"종기가 말끔히 나아서 문수보살에 대한 고마움으로 문수동자상을 만들어 상원사에 모시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단다"


문수동자상을 보러 문수전으로 들어가는 길에 다람쥐가 꼬리를 흔들며 우리 앞을 왔다갔다 장난을 친다.
겁도 없이 딸아이의 신발에 올라오기도 하고, 발등을 간지럽히기도 한다.
다람쥐한마리 데려다가 집에서 키우고 싶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척 지나친다.
문수전 올라가기 전에 돌계단 왼쪽으로 두 마리 고양이 석상이 눈에 띈다. 아이들이 신이나서 고양이 석상에 모자를 씌워주고 앞뒤로 돌며 놀이를 한다.

세조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니, 이번엔 아이들이 먼저 묻는다.
"이 석상도 무슨 이야기가 있어? 설명하는 글을 봐도 잘 모르겠어." 한다.
"음~ 세조가 기도하러 상원사 법당에 들어가려는데 고양이가 나타나 세조의 옷소매를 물로 늘어지며 들어가지 못하게 했어. (아이들 옷을 마구 잡아당기면서) 이렇게 이렇게......이상하게 여긴 세조가 법당안팎을 샅샅이 뒤진 끝에 불상아래서 세조를 죽이려는 자객을 찾아냈어. 고양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으니 은혜에 보답하려고 상원사 고양이를 잘 기르라는 뜻에서 묘전을 하사하셨대."


역사책만 보면 도망다니던 아이들이 역사가 재밌어지는 모양이다.
아까 내가 외우던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을 노래처럼 외우면서 뛰어다닌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동안 영화 '관상'에서 보았던 그 광기어린 큰 웃음은 사라지고,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세조가 멀리서 보이는 듯했다. 영화 '관상'을 보았다면, 이 가을 상원사로 떠나보라고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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