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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 법흥사] 쩽그렁 챙강 소리 울리니 정신이 번쩍, 귀가 맑아지네(한겨레)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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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5-01 14:59 조회8,7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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쩽그렁 챙강 소리 울리니 정신이 번쩍, 귀가 맑아지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적멸보궁 사찰 탐방
산세 수려한 깊은 산중에 자리잡은 정암사·법흥사 탐방길
한겨레  이병학 기자
강원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 뒤의 석실과 사리탑.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적멸보궁 사찰 탐방
산세 수려한 깊은 산중에 자리잡은 정암사·법흥사 탐방길

적멸보궁 사찰은 모두 산세 수려한 깊은 산중에 자리잡고 있다. 비록 주변이 개발되고 차량이 절 마당까지 들어가게 되면서 옛길은 많이 사라졌으나, 사찰마다 짧으면서도 아름다운 숲길 일부와 빼어난 전망은 남아 있다. 강원도 영월 법흥사 적멸보궁은 사리탑과 무덤 형태의 석실이 함께 있어 특이하고, 정선 정암사 적멸보궁은 건물 뒷산 중턱에 세워진 수마노탑이 이채롭다.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은 본격 등산로로, 당일 왕복산행이 어려운데다 5월15일까지는 산불방지 출입통제 기간이어서 탐방이 제한적이다.

 
사찰마다 짧으면서도
아름다운 숲길 일부와
빼어난 전망이 남아 있다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 오르는 길. 돌탑 옆에 누군가 염주를 걸어 놓았다.
 
정암사 적멸궁 뒷산의 보물 수마노탑
정암사는 함백산(1573m) 자락에 있지만 ‘태백산 정암사’로 불린다. 신라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리며 신성시해온 산이 태백산(1567m)이다. 어원을 따지고 보면 두 산은 모두 ‘크게 밝은 산, 크게 빛나는 산’이란 뜻을 갖고 있다. 당나라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돌아온 자장율사가 643년 태백산 자락에 금탑·은탑·수마노탑을 쌓고, 수마노탑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했다고 전해온다. 서해 바다 용왕의 도움을 받아 ‘물을 건너온 마노석’으로 쌓았다 해서 수마노탑이라 부른다. 이 탑의 옛 이름이 갈래탑인데, 주변에 갈래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범종각을 지나 열목어 서식지(천연기념물 제73호)인 물길을 건너면 적멸보궁이 보인다. 이곳 현판엔 다른 곳과 달리 ‘적멸궁’이라 쓰여 있지만, ‘번뇌의 불이 꺼지고 깨달음을 얻은 보배로운 궁전’이란 뜻은 마찬가지다. 적멸궁 옆엔 자장율사가 꽂은 지팡이가 자랐다는 향나무가 있다.
 
정암사의 수마노탑.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을 만나려면 적멸궁 뒷산으로 100m쯤 오르면 된다. 정암사 경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바위를 깎아내고 석축을 쌓아 세운 수마노탑이 있다. 회색·녹색이 은은하게 감도는 얇은 판석들을 무수히 쌓아올린 9m 높이의 7층 모전탑이다. 옛날 블록쌓기 달인의 솜씨를 보는 듯하다. 각 지붕돌 추녀 모서리엔 구멍을 뚫고 작은 쇠종(풍령)들을 달았다. 바람 불어 쩽그렁 챙강 소리 울리면 정신이 번쩍 들고 귀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탐방객들은 맑아진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리고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빈다.
 
수마노탑은 자장율사가 세웠다고 전해오지만, 고려시대의 탑으로 추정한다. 적멸보궁 들머리 다리 옆 산밑에 오래된 빗돌이 하나 있다. 탑의 중수 내용과 중수에 관여한 이들의 이름을 새긴 빗돌이다. 청나라 연호인 ‘건륭 42년’이라 적혔으니 1777년 정조 때다.
 
정암사를 나와 만항재(1330m)로 오르면 연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낙엽송(일본잎갈나무) 숲을 만난다. 낙엽송 숲에 들어 솔바람소리·새소리에 귀를 맡겨볼 만하다. 낙엽송숲도 낙엽송숲이지만, 몸 낮추고 발 조심조심 내디디면 환하게 또렷하게 다가오는 야생화들이 더 가관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빽빽한 낙엽송숲 밑은 온통 야생 풀꽃들 세상이다.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꽃사태를 이루는 7~8월이 가장 볼만한 때지만, 봄철 이맘때도 버금가는 꽃무리를 만날 수 있다. 지금 보라색 꽃잎을 까뒤집고 고개 숙인 얼레지들이 지천이다. 그 사이로 금괭이눈·현호색·물양지꽃·기린초 들이 틈틈이 깔렸다.
 
만항재 낙엽송 숲엔 얼레지가 지천이다.
 
법흥사 적멸보궁 뒤엔 자장 수도한 석굴도
영월 법흥사는 옛 이름이 흥녕사였다. 역시 자장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가져와 봉안하며 지었다는 사찰이다. 대웅전 옆에 남아 있는, 고려 때 고승 징효대사의 행적을 적은 ‘징효대사보인탑비’와 ‘징효대사 부도’, 200년 넘었다는 커다란 밤나무가 들여다볼 만하다. 소나무 우거진 우묵한 산길을 올라, 샘물 한잔 맛보고 다시 오솔길을 잠시 오르면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은 널찍한 터에 지어진 제법 웅장한 규모의 건물이다. 1940년대 초 적멸보궁을 중수할 때 탄허 스님이 상량문을 올렸는데, 입산(오대산 상원사)한 지 5년, 세속 나이 스물일곱살 때였다고 한다. 탄허는 한학과 유불선에 두루 밝은 고승이었다.
 
적멸보궁 뒤에는 사리탑과 함께 작은 무덤처럼 보이는 흙으로 덮인 석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자장율사가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뒤 머물며 수행했다는 돌방(법흥사 석분)이다. 돌방 주변에 가시덤불을 두른 채 나오지 않고 정진했다고 전해온다.
 
법흥사 계곡 들머리, 주천강변에 아름다운 정자 요선정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주변의 정자 청허루에 있던, 조선 숙종이 내린 어제시를 봉안하기 위해 100년 전 주민들이 지은 정자다. 주천강 전망이 빼어나다. 고려 때 마애불과 작은 석탑도 있다. 요선정 밑 물길엔 요선암(천연기념물 제543호)이 있다. 오랜 세월 물살과 돌들에 휩쓸리며 오목볼록 형태로 부드럽게 마모된 너럭바위다. 이곳 마을 이름이 무릉리다.
영월 정선/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기사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6352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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