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 [아침을 열며]흑멸백흥(黑滅白興)(경남도민일보)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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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9-12 10:17 조회8,428회 댓글0건본문
정선 정암사 적멸보궁 얽힌 사연…자장율사 천년전 예언 쫓은 축제
좋아하는 예술가는 "아는 게 짐이다"고 말하지만 지진아적 탐미주의 여행자는 어느 지역을 방문하든 그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스토리에 관심이 많다. 지역 문화마케팅 관련 일로 찾은 강원도 정선군을 강원문화재단 지원 레지던시 화가들과 함께 구석구석 문화답사 했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화표주(華表柱)를 그린 곳이라 찾았던 그림 바위 마을의 소금강, 몰운대 등 화암 8경(畵岩八景) 비경과 적멸보궁 정암사 유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한국의 5대 적멸보궁은 양산 통도사(通度寺), 평창 상원사(上院寺), 인제 봉정암(鳳頂庵), 영월 법흥사(法興寺), 정선 정암사(淨巖寺)인데 함백산 아래 자리한 천년고찰 정암사는 자장율사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절은 신라 선덕여왕 통치기인 636년 자장법사가 당나라에서 석가세존의 신보(神寶)를 얻어 귀국한 뒤 세워 진신사리를 봉안했다고 하여 법당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특히 화강암이 아니라 마노석으로 벽돌처럼 쌓아 만든 모전(模塼) 석탑인 수마노탑(水瑪瑙塔)이 흥미로웠다. 이 탑을 세운 목적이 전란이 없고 날씨가 고르며, 나라가 복되고 백성이 편안하게 살기를 염원하는 데 있다고 하지만, 당시 신라의 수도 경주를 벗어난 지역으로는 가장 먼저 진신사리를 봉안한 석탑이라는 면에서 불교미술사적 의미도 크다.
정암사는 옛 이름이 갈래사(葛來寺)였단다. 어느 날, 자장 스님의 꿈에서 문수보살이 "태백산에 있는 갈반지(葛盤地)에서 다시 만나자"고 해 사찰을 세웠다. '갈반지'란 곧 '칡덩굴이 자리 잡은 곳'을 뜻하며 문수보살이 정암사의 절터를 점지해 준 것이다. 창건에 관한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중국에서 돌아온 자장 스님은 자신이 가져온 진신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다가 지금의 자리인 고한읍 사북리 불소(佛沼) 위 산꼭대기가 적소임을 깨닫게 되고 여기에 탑을 세우려 했다.
하지만 탑을 세울 때마다 얼마 안 가 무너지곤 하여 탑 세우기를 멈추고 절실하게 기도했다. 기도가 끝나던 날 밤, 어디선가 칡 세 줄기가 나타나 땅 위에 하얗게 내린 눈 위로 뻗어 가더니 지금의 수마노탑, 적멸보궁 그리고 정암사 터로 가서 멈추었다. 자장 스님은 기도에 따른 응답이라 여겨 가장 먼저 칡이 뻗은 자리에는 탑을 세우고 나머지 두 자리에는 적멸보궁과 전각을 세웠다. 그래서 '칡 세 갈래가 뻗어 내려와 점지한 절'이라 하여 갈래사였다고 한다.
자장율사가 정암사를 창건하면서 '흑멸백흥(黑滅白興)'이라 예언했다는 전설에 매혹 당했다. 탄광 도시로 번창할 때, '동네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고한, 사북 지역에 '흑(석탄)이 멸하면 백(창조적 문화)이 영원하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으로 문화예술광산 삼탄아트마인에서 컬래버레이션 레지던시 프로젝트로 '2014정선국제불조각축제'와 '고원의 기억과 힐링' 전시회를 10월 초에 개최한다. 그래서 '흑멸백흥'을 과거를 소중히 기억하고, 미래를 여는 축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으로 삼으려 한다.
어느 날, 초라한 차림의 거사가 정암사를 찾아왔다. 하지만 이미 세속에 물들어버린 자장 스님은 이 초췌한 늙은이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노 거사는 "자장이 아상(我相)이 심하구나"고 일갈하고는 절터를 점지해준 문수보살의 모습으로 변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적멸보궁을 소요유하다 자장율사가 꽂은 지팡이가 자랐다는 고사목인 주목(朱木)을 고승을 친견하듯 기도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이 처음에는 수백 년 동안 자랐으나 이후 고사목으로 남아 있다가 다시 살아났단다. 다시 이 나무에 잎이 피면 자장율사가 다시 나타난다고 전해져 내려오는데, 오래전부터 그 나무 안쪽에서 새로이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김형석 컬처크리에이터·전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webmaster@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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