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사] 생명 살리는 ‘골든타임’, 일선 사찰은 ‘Zero타임’ (8월16일-현대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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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8-23 12:00 조회7,240회 댓글0건본문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2016년 3월, 가톨릭 수원교구의 한 성당에서 운동을 하던 한 신부가 갑자기 쓰러졌다. 이 신부에게서는 쇼크와 함께 심정지 현상이 나타났다. 다행이 이 성당에는 자동심장충격기가 비치돼 있었다. 옆에 있던 한 신도는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해 쓰러진 신부를 응급처치해 구했다. 이후 가톨릭 수원교구는 6월까지 산하 75개 성당에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했다. 최근 자동심장충격기(AEDㆍ제세동기)를 설치한 공공기관과 종교시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사찰은 극소수만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AED, 심정지 생존 ‘필수 기기’
사찰 124곳 중 단 ‘10곳’ 설치
존재 여부도 모르는 곳 태반
고령일수록 심장마비 확률↑
이웃종교계, 본격적으로 설치
일선사찰 “비싼 가격에 주저”
사업단·조계종 필요성은 인지
프로젝트 무산, 교육만 진행
“정부 논의, 전체사찰 교육해야”
본지가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신도와 관광객들이 운집하는 템플스테이 사찰 (종단 무관) 124곳을 대상으로 자동심장충격기 설치실태를 조사한 결과, 단 10곳만이 이를 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설치된 사찰은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를 비롯해 제주 관음사, 단양 구인사, 양양 낙산사, 대구 동화사, 양산 통도사, 낙산 묘각사, 수원 용주사, 부산 홍법사 등이다. 나머지 사찰 114곳에서는 자동심장충격기의 존재 여부도 모르는 곳이 많아 심각한 상태다.
통계청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심정지 발생은 매년 3만 309건으로 2000명 당 1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고령화 등으로 이 수치는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는 심정지 발생 후 생존율이 4.9%에 불과하다. 심정지 환자의 생명이 달린 심정지 발생 초기 4분 이내, 이른바 골든타임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과 응급기기 미비가 주 원인이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이 골든타임에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기기로 환자에게 심장전기충격이 필요한지를 자동으로 분석해 구조자에게 심장전기충격을 하도록 알려준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도 공공기관과 다중이용시설 등에 의무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설치시 처벌 규정은 없어 자발적인 설치만 이뤄지고 있다.
대한심폐소생협회 이승준 간사(명지병원 응급의학과)는 “심장마비는 고령일 수록 발생할 확률이 늘어난다”며 “사찰의 경우 대중 대부분이 어르신들일 뿐만 아니라 병원 후송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응급장비 구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교계의 미미한 자동심장충격기 설치 상황에 비해 이웃종교계는 이미 대부분 설치를 완료했거나 본격적으로 보급을 시작하고 있다. 사랑의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국내 주요 대형교회는 조사 결과 각각 1대 이상씩 설치돼 있었다. 자동심장충격기 전문업체 라디안에 따르면 서울지역 교회 42곳에 설치됐다. 가톨릭의 경우 앞서 수원교구 75곳을 시작으로 전국교구에 설치가 시작되고 있다.
조계사 종무소 앞 벽면에 붙어있는 심장자동충격기 안내표지판. |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한 사찰들은 만일의 사고에 대한 대비와 함께 불자들의 안전의식도 함께 고취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김득중 낙산사 종무실장은 “사찰 보안업체인 S1에서 제공해줬다”며 “요사채에 비치해놓고 정기적으로 교육도 하고있다.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안전교육을 해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최종현 조계사 기획차장도 “1대를 설치했는데, 많은 대중들이 모이는 만큼 1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며 “어르신들 안전을 사찰이 지켜준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8월 중 소방서와 합동으로 심폐소생술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효과에도 사찰에 설치가 미미한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사찰들이 비용문제와 함께 사찰을 대중시설로 인식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강릉 보현사 주지 승원 스님은 “시와 소방서에 얘기했는데, 자부담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법회 등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데 정부나 종단에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며 “직접 구매하려 해봤지만 자동심장충격기가 200만원이 넘는 고가인 까닭에 영세한 사찰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사찰을 관리하는 불교문화사업단의 경우 2014년 기기 보급을 잠시 논의했지만 예산 문제로 응급구급함 보급에 그쳤다. 정창진 불교문화사업단 교육연구실 팀장은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논의를 했지만 예산문제가 컸다. 1억원을 투입해 먼저 안전매뉴얼과 구급함, 안전손수건 등을 보급했다”고 소개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현재 동국대 응급의학과와 함께 연 1회 안전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조계사 종무소 2층에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 모습. |
조계종의 경우 사회복지재단이 2012년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과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국민안전처로 부처가 변경되며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됐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당시 심정지환자와 외상환자 소생율이 저조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종교계와 시민단체, 공공기관을 연결한 생명네트워크 구축이 기획됐지만 현재까지 불교계에서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최대해 동국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교육부 등에 예산이 마련되어 있어 정부와의 접촉이 중요하다. 개별사찰 접근이 힘들다면 종단 차원에서 협의해볼만 하다”며 “교육에 대한 관심도 불교계가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심폐소생술은 1년에 1회 이상, 합동으로 교육받는 것이 중요하다. 스님, 종무소 직원의 안전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사원문보기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8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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