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 범종의 울림에 매혹된 그 겨울 (3월7일-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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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3-21 13:00 조회7,009회 댓글0건본문
몇십 년 전의 기억만으로도 황홀하고 행복할 때가 있다. ‘상원사 동종’을 떠올리는 필자가 그렇다. 상원사 동종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상원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동종으로 국보 제36호이다. 높이 167cm, 지름 91cm이며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梵鐘)으로서, 음향이 맑고 깨끗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대단하고 고귀한 유물이, 필자에겐 지식이 아닌 울림과 그림으로 떠오른다.
이맘 때였을까. 벌써 삼십년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눈이 펑펑 내리던 3월초 강원도 오대산. 오르는 길이 미끄러워 수없이 뒷걸음질을 치며 겨우 올랐던 그 작은 암자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울림을 만날 줄이야. 마당 한쪽에 볼품없이 서있는 문 닫힌 종각의 빗장 사이로 책과 사진으로만 보던 상원사 동종. 종의 실루엣은 위엄 그 자체였고 어렴풋이 보이던 비천(飛天)의 얕은 비침은 숨이 멎을 듯 설레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라고 특별히 종각 문을 열어주셨던 스님의 배려로 동종을 가까이서 실견(實見)할 수 있었던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이었던가.
▲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에 새겨진 비천상 |
‘한국종’이라고 따로 학명을 붙일 만큼 우리의 범종은 울림소리와 형태, 문양이 월등하다. 그 중 상원사의 동종은 원형이 가진 학술적 가치만이 아니라 당좌(종치는 부분) 옆에 조각된 비천상의 아름다움으로도 아주 유명하다. 범종은 불교의식에서 사용하는 불전 사물(四物)중 하나로 가장 으뜸이라고 해도 좋다. 그 외형상의 위엄은 물론이거니와 타종 때 주는 울림의 힘과 여운은 불자가 아닌 누구에게도 감흥이 될 만하다. 특히 범종에는 제작시기, 제작자, 재료와 무게 등 자세한 연혁들이 새겨져 있어서 시대상 연구에 귀한 자료가 된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가 곧 가치인 듯 인식되기도 하는 시대다. 오다가다 만나는 사찰 종각에 걸린 그 흔한 범종도 최소 몇백 년 쯤은 그 자리를 지켜온 유산임을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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