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아픈 얘기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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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를찾는사람 작성일12-12-17 18:01 조회8,978회 댓글1건본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1985년 일타스님께 수계를 받고 얼마전까지 서울의 강남에 있는
봉은사에서 대한 불교 조계종에서 인가한 불교대학까지의 기본 과정은 거치고
나름대로 바른 불교를 공부해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어머니께서 생각지도 못하게 혈액암 치료로 방사능 치료를
받게 되었고, 요양 차 연고는 없지만 횡계에서 12월 한 달간 지내보기로 했습니다.
평생 불자로 살아오신 어머니가 며칠간 강원도에서 지내시면서 체력적으로는
회복을 하신 듯해서 가까운 월정사를 횡계에 있는 동안 다녀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12월 11일부터 아침에 월정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어렸을 적 동래 범어사 청련암에 계시던 양익 스님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무언가 마음이 좋지 않을 때, 탑돌이를 하는 것도 좋지만 부처님을 돌 수 있는 곳이면
부처님을 돌아보면 더 좋다’고 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12월 16일 월정사를 가서 법당 안에서 부처님 뒤 쪽까지 돌았습니다.
그랬더니, 법당에 계신 (흔히 법당 보살이라고 불리시죠? 법당에서 이런 저런 도움을 주시는)보살님께서 ‘탑돌이 하세요’ 하시더군요.
그래서 ‘네, 탑돌이는 하고 들어왔습니다’ 그랬더니 언짢아하시더군요.
그래서 제 입장을 설명하고자 ‘제가 예전에 어느 스님께 들은 바로는…’이라고 말을 잊자 그 보살님 말씀이 ’네… 실컷 업 지으세요…’하시더군요
부처님 앞에서 그러면 안되지만 저도 울컥 하더군요.어떻게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관련된 일을 도와 주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그래서 ‘아니 어떻게 부처님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 하고 ’저도 예전에 어느 스님께 괜찮다고 하신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고 보세요.. 업 안 받나…’다시 쐐기를 박으시더군요.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서도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냐. 무슨 저주를 하는 것도 아니고, 부처님 앞에서 그리고 이 곳에서 부처님 일을 한다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하시니
그 보살님 말씀이 ‘생각해 보라, 예전같으면 가능한 일이지만, 지금은 부처님 뒤에 저렇게 지저분 한 것이 많다. 그러니 내가 그걸 보여주고 싶겠느냐.’하시더군요.
결국 절의 예의가 그런 것이 아닌 게 아니라 부처님 뒤에 살림살이가 지저분해 그러지 말라는 얘기시더군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시면 될 것을 ‘업 받으라’니요.
불자에게 그게 어떤 말입니까?
그렇게 가벼운 말입니까?
집에 돌아와 참 마음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절이 싫으면 내가 안가면 그만이지…’하다가 ‘아니 여태껏 한국 불교가 이런 마음 때문에 제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뒷걸음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런 글을 올리면 그 보살님께 좋은 말은 아니니, 정말 업을 짓는 것이 되겠지요.
하지만, 어느 절이나 법당 보살님이라 흔히 일컬어지는 분들의 이런 지나치게 주관적인 한 마디 한마디에 절과 멀어지는 일들은 좀 줄어들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청소년 시기부터 이런 보살님들에게 단련이 되었다 생각했지만, 개인적인 큰 일이 있은 후에 들은 얘기라 그냥 흘려보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 그래서 저 월정사 안갔습니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안 갈 생각입니다.
물론 그 보살님이 계속 계시지는 않겠지만, ‘아…. 월정사와 인연 여기까지 하라는 뜻인가보다…’생각도 좀 들더군요.
봉은사 시절 도반들, 다른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과 함께, 월정사 앞 보배 식당 청국장에 끌려 1년에 2~3번씩은 성지 순례삼아 월정사를 다녀왔었지만 지난 일요일의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서라도 이제는 혼자서도 그렇지만 다른 도반들과도 쉽게 들러지지 않는 사찰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한 사람 한 사람 발길이 끊어지는 사찰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다른 분들께는 부디 그런 험한 말씀은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좋게 말씀하시는데, 억지로 제 하고 싶은대로 할 정도로 저도 억지스러운 사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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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지킴이님의 댓글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
안녕하세요. 나를찾는사람님, 월정사 지킴이입니다.
어머니께서 편찮으셔 마음이 좋지 않으시겠어요. 그 와중에 기회가 닿아 시간을 내어 월정사에 오셨는데 마음 상하는 일을 겪고 가셨다니 제 마음에도 안타까움이 올라옵니다. 나를찾는사람님께서 이렇게 꾸준히, 월정사를 찾아오시고 이 곳을 향해 좋은 마음을 보내 주셨는데 그 마음에 보답해드리지 못 한 것 같아 또 죄송스러워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또 고민이 되는군요.
그래도 언짢으신 마음 가슴속에 담고 발길 돌리지 않고, 이렇게 홈페이지에 찾아와 서운하고 실망하셨던 점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고쳐나가고, 더 나은 월정사가 되기 위해 노력 할 수 있으니까요.
나를찾는사람님, 법당 보살님을 대신해서 제가 우선 사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꼭 보살님께도 말씀드리고 해서 다시 그런 일 없이 조금 더 월정사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상냥하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십사 부탁도 드리겠습니다.
다시 월정사를 찾지 않겠다는 말씀에 가슴이 아픕니다.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 넣고 변해가는 월정사를 약속드리겠으니 부디 화나셨던 마음 거두시고 다시 찾아 주실 수 없는지요. 몇 날을 글을 읽고 고민하다가 이제야 조심스럽게 답변을 달아 봅니다.
이제 곧 새해가 다가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라며, 어머니께서도 나를찾는사람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