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규의 國運風水] 가을 오대산, 탄허의 통찰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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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월 작성일20-11-08 00:04 조회3,015회 댓글0건본문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2020.11.07. 03:16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왼쪽)과 함께 오대산과 탄허 스님에 관해 대담하고 있는 필자. 김두규 제공
중국으로 유학 간 승려들이 이 땅에 선진 풍수 이론을 도입했다. 한국 풍수는 독자적 모습을 갖춘다. 한국 풍수의 본질은 ‘메시아적’ 특징이다. 도선국사는 새로운 왕조(고려)의 출현을 예언하였고, 고려의 풍수승 묘청은 주변 36국이 조공하는 황제국이 될 것을 풍수설로서 설파하였다. 무학대사도 조선 건국에 기여하였다. 그 밖에도 신돈·성지·일지·일이 같은 숱한 풍수승이 있었다.
도선·묘청·무학대사가 풍수를 통해 이 땅에 주려고 한 ‘메시아’ 사상은 20세기 최고 학승 탄허 스님에게도 드러난다. 그가 당대 최고의 학승이었음은 함석헌 선생이나 자칭 국보 제1호 양주동 교수가 인정했다. 탄허는 “동양의 3대 골칫거리”인 불교의 ‘화엄경’, 유교의 ‘주역’, 도교의 ‘노장(老莊)’을 번역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해석도 독보적이었다.
탄허는 여러 예언을 하여 적중시켰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문화 국가가 될 것이라고도 하였다. 근거는 그의 ‘간산(艮山)’ 사상이다. 유교·불교·도교·기독교 사상이 하나로 조화를 이룰 때 간방(艮方·북동방)에 있는 한국이 세계 정신 문명의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언을 말한다.
그는 유·불·선 말고도 사주와 풍수까지 섭렵하였다. 6년 전에 공지한 대로 1983년 6월 5일 유시(酉時·오후 5~7시)에 입적하였다. 사주를 알았음이다. 그는 곽박(郭璞)과 이순풍(李淳風) 같은 중국 고대 풍수 대가를 도교의 4대 유파 가운데 점험파(占驗派)에 분류하기도 하였다. 풍수 예언서 ‘정감록’을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한낱 개인의 발복을 꾀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국가와 민족에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참된 예언이라는 뜻이다.
탄허의 통찰력과 예지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1934년 오대산 한암 스님에게 출가하여 1983년 입적하기까지 그는 오대산을 떠나지 않았다. 오대산은 탄허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오대산에 출가하여 탄허의 법맥을 잇는 월정사 정념 주지 스님의 말씀이다.
"오대산은 금강산의 수려함과 지리산의 웅장함을 겸비한 수려·웅장한 산으로 오행(五行)을 갖춘 산이다. 오대(동·서·남·북·중대)란 오행의 다른 표현이다. 오행을 주관하는 것이 토산(土山)인데, 토산은 코끼리와 같이 후덕하고 평화로운 산을 말한다. 동해와 적당한 거리를 둔 데다가 북서 편서풍이 차단되어 습도가 낮다. 해발 700~900m에 자리한 사찰과 암자들은 공기가 맑고[淸] 시원[凉]하다. 오대산은 청량산(淸凉山)이다. 맑고 시원한 까닭에 탐진치(貪瞋癡: 욕심·노여움·어리석음) 불길이 절로 꺼진다. 불길이 꺼져 고요한 빈자리에 지혜의 빛[般若智]이 발한다. 지혜의 보살 문수사리가 오대산(청량산)에 거주하는 이유였다.
오대산은 불교 최고 가치인 화엄(華嚴), 즉 꽃으로 장식된 장엄한 세상의 발현이다. 오대산과 탄허 그리고 화엄은 셋이 아닌 하나이다. 화엄 사상은 세상과 미래를 통찰하여 준다. 탄허가 미래 한국이 도의적·문화적으로 세계 중심 국가가 된다고 예언한 것도 이에 근거한다.
사족을 달자면, 오대산 물길은 급하지 않게 담담하게 조용히 흐른다. 물길이 태극 모양인 수태극(水太極)이다. 재물이 넉넉하다. 적멸보궁은 비룡상천혈(飛龍上天穴)로서 일찍이 암행어사 박문수가 “이 터 덕분에 조선 불교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월정사는 금구음수형(金龜飮水形)으로 대웅전은 그 거북 등에 앉아 있다. 1000년 사찰이 된 큰 이유이다. 오대산의 맑고 시원[淸凉]한 기운으로 코로나 19의 우울함과 답답함을 털어내는 것만으로 복이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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