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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일등 貧者一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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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경 작성일13-05-17 16:34 조회9,3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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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일등
貧者一燈

 

                                         김태경


      

맑은 가난 휘돌아 나가는 날

풀벌레소리 두려워 오늘도 씨 뿌리면서

염원의 등이 켜진 가을날

그리워 흙을 만지는 농부처럼

살아야겠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이

보도블럭 사이로 비틀걸음 곧게 찍는 이

연등 줄 환한 불빛 사이로

간다, 저 순한 마음들

놓아라, 놓아라, 방하처여

초승달 우물에 비췄다 두레박에  퍼올리며

등불 하나 켜려고 날마다 줄에 매달려 사는 것이려니

독백을 씹다가 푸른 잎 흔드는

느티나무 사이로

흘러간다, 목숨을 얻어

죽는 날까지 맑음으로 등불을 켜는 이

 

오, 빈자일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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