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문-"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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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묵담 작성일13-07-18 12:34 조회9,270회 댓글0건본문
영화 감상문-“길 위에서”
언젠가 날짜는 확실치 않지만 퇴근길에 라디오 불교방송(무명을 밝히고)에서 “길 위에서” 영화를 만든 감독과 대담하는 방송을 듣고 꼭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잊고 지내다 지난6월 선 우회 정기법회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 우리부부는 집이 같은 방향이라 정 삼 봉 거사님 차에 동승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 거사님이 이 영화를 분당에서 보았는데 부처님 법을 배우는 불자로써 꼭 한번 봐야 할 좋은 영화라고 칭찬을 많이 했습니다.
집에 와서 바로 검색하니 아니! 일반 상영관은 벌써 철수를 했으니 볼 수가 없고, 또 바쁜 일주일이 지나고, 신촌에 있는 이화여대 안 극장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독립영화만 주로 상영하는 이곳에서 아직 상영한다니 주말에 서둘러 예매를 해두고 일요일(07/07) 오후에 30년 서울에 살면서 처음으로 이화여대를 경기광주에서 왕복 네 시간이 걸려서 찾아 갔습니다.
극장도 금남의 공간인 여대이고 내용도 금남의 공간인 비구니들의 일상이라 많은 호기심으로 가슴이 많이 설레며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명문대 졸업, 미 유학파, 젠(Zen) 센터의 경험으로 출가한 ‘엄친 딸’ 상욱 행자!
어린 시절, 절에 버려져 ‘동진 출가’의 업을 지닌 선우 스님!
‘신세대형’ 비구니, 인터넷 검색으로 ‘절’에 왔다는 민재 행자!
37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영운 스님!
어린 시절, 절에 버려져 ‘동진 출가’의 업을 지닌 선우 스님!
‘신세대형’ 비구니, 인터넷 검색으로 ‘절’에 왔다는 민재 행자!
37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영운 스님!
각자 다른 사연으로 머리 깍 고, 348구족 계를 지켜야 한다는 엄한 규율을 생각하면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 어려운 길을 갈려고 하는지? 아니면 무엇을 얻고자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동진 출가해서 정식으로 스님이 되고 처음 한 철 난 기념으로 은사 스님과 주지 스님 등 세 명이 선우스님의 만행 길을 동행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린다는 팔 공 산 은 해사의 부속암자인 백 흥 암에서 일년을 촬영했고, 배우들이 연기하는 가상의 영화가 아니라 비구니스님들의 일상을 감독이 직접 나레이션 해주니 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초보불자도 아니고 불교에 대한 호기심과 사찰생활의 동경보다는 “37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선 원장 영운 스님의 대담하면서 말씀하시다 눈물 흘리는 장면이 더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그 스님은 세수도 일흔이 넘었을 것 같고, 평소에는 말 한 마디도 근엄하고 가장 어른 스님으로 많은 무게 감을 느낄 정도로 꼬장꼬장 하신 모습으로 수행자로 사셨지만, 수행자들이나 일반 불자를 상대로 법문 하시는 내용도 아니고 카메라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37년의 회상을 하면서 밥값의 무서움을 설하는 장면이 가슴에 비수처럼 꼬치네요. 일반 불자보다 특히 수행자들은 밥 값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은 요즘 한국불교에 많이 시사하는 큰 화두를 던진 것 같습니다.
밥 값의 무서움과 밥 값 못하면 나중에 염라대왕 앞에 갔을 때 분명히 그 책임을 문책 하신다는 말씀 하시면서 소녀처럼 수줍게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가슴을 울리네요.
그러면 수행자뿐만 아니라 우리모두가 밥 값은 제대로 하고 사는지 큰 의문을 던지고 영화는 막이 내립니다.
개인적으로 백 흥 암의 인연을 말씀 드리고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몇 해전 고등학교 후배 부친상 문상 갔다가 아버지 기일이 겹쳐서 고향집에서 가까운 백 흥 암을 찾아가서 참배를 생각하고 무작정 찾아 갔다가 일년에 단 두 번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그 곳에서 알고서 참으로 난감 했습니다.
평소에 사찰 예술에 관심이 많아 “백 흥 암 극락 전 수미 단”이 보물로 지정 될 정도로 아름답다는 내용을 책으로 읽고 또 숙지하고 수미 단은 꼭 보고 싶었기에 그냥 보 화루 앞에서 서성이다 포기하고 돌아 서는데, 때마침 하안 거 결제 중간에 비구니스님이 보 화루의 육중한 대문을 열고 포 행 가신다고 나오시기에 사정을 말씀을 들렸더니 그 스님은 자기도 한 철 공부하려 왔지 힘들다고 하시기에 한번 더 부탁을 했더니 안에 가서 허락을 받고 참배만 하고 가시라고 금남의 대문을 열어주어서 극락 전 부처님에게 삼배도 드리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미 단을 잠깐 구경하고 나온 일이 생각나서 옮겨봅니다.
2013-07-08, 남한산성 밑에서 묵 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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