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벽이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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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평 작성일14-11-30 21:14 조회8,531회 댓글0건본문
저는 요즘은 좀 보기 드물게 시어머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함께 산지는 2년 8개월이 되었구요, 그 동안은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사시던 서울에서 혼자 사셨고, 저희는 결혼 후 분가하여 삼십여년을 4식구만 사는 평범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팔순에 접어들면서 고혈압과 협심증으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세 차례나 있고나니 4남 1녀의 맏이인 저희는 더 이상 혼자 사시는 건 안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 그 연세에 혼자 사시는게 항상 마음 쓰였는데, 밥해서 네 식구 먹던 거 한 분 더 드시면 좋은 일이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저희와 함께 살기를 강력히 원하셨죠. 이렇게 시어머니와 저희의 한 집 살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누군가 부모님은 함께 사는 순간 불효하게 된다고 하던데 그 말이 꼭 맞았습니다. 서로 다른 소소한 생활 습관과 세대간 사고의 격차가 너무도 컸습니다. 저희 어머니 세대가 그러하시듯이 늘 걱정을 입에 달고 사시고, 똑 같은 얘기를 반복하시는 어머니가 참 힘들었죠. 저희는 집이 더워 문을 열고, 어머니는 춥다고 문 닫으시고, 우린 불 켜고, 어머니는 눈부시다고 불끄고하는 소소한 부딪침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선재스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복 짓는 길이고, 전생에 졌을지도 모를 빚을 갚는 길이니, 빚 갚음하고 다시 이 세상에 오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을 새기며 참으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거듭될수록 이전보다 마음의 평안이 없어지고, 집도 예전 같은 편한 내 집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도 있었죠. 그러다 집에 들어가면 떡하니 계신 시어머니를 보는 것이 힘들어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제 방으로 들어가죠. 그럴때마다 처음엔 '어머니 죄송합니다'를 마음 속으로 되뇌였는데 차츰 그렇게 되지도 않았습니다. 되려 마음 속으로 흉만 보죠. '어쩜! 청소하고는 담을 쌓으셨을까? 내가 미처 못한거 좀 해주시면 안되나... 설겆이도 나와 하는 방법이 달라서 다시 해야 되고.. 밥드시고 하시는게 대체 뭐야.. 웬 불만은 저리도 많으셔~ 예전 혼자 사시던 때 좀 생각하시지~ 맨날 앉아서 밥상만 받으시면서...' 수도 없는 불평이 제게 쌓여 왔습니다. 그렇게 2년여를 살고 나면서 어머니는 아직도 손님처럼 팔짱 끼고, 너 잘하나 못하나 보고 계신 듯 하지만 그래도 익숙해졌는지 저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가족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겉모습은 아니었죠. 눈도 마주치기 싫고, 대화 없고, 뚱하고.. 그런 제가 어머니도 곱게 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다 순일스님의 법문을 듣고, 선원에서 하는 경전독송과 일일예불에 함께 하면서 '내가 만든 이 세계에 내가 지금 잘못 살고 있구나. 인연이 되어 같이 계신거고 아랫 사람인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어른의 비위도 맞춰드리고, 말동무도 되어 드려야 하는데 난 내 할것 다 했다고 어머니의 시시비비만 가리고 있구나. 내가 강 같은 마음이 되어 현재의 모든것을 받아 들여야지' 하고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눈도 마주치고 경로당 오가실 때 인사 잘하고 하면서 저의 행동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주쯤 전 어머님이 아침 드시고 경로당 가셨다가 집으로 급하게 오셨는데 괴롭게 토하시더니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하십니다. 119를 불러 근처 종합병원으로 가는데 구급차 안에서 정신을 잃고 얇은 옷만 입고 누워 계신 어머니가 너무 추워 보였습니다. 손을 잡고 따뜻한 제 손으로 가슴을 쓸어드렸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어머니 아무 걱정 마세요. 의사 선생님 오실꺼예요." "너 바쁜데 힘들게 해서 어쩌냐." "어머니 저 하나도 안바빠요. 걱정마세요." "병원비 많이 나올텐데 어쩌냐." "저희 돈 많아요. 아무 걱정 마세요." "이참에 그냥 죽어야 되는데 너희 괴롭혀서 미안하다." "저도 죽을 때 애들 괴롭히고 죽을꺼예요. 그런 말 마세요." 그 뒤 의사 선생님이 오시고, 혈압은 높은데 다행히 이상이 온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혈압을 재니 230/110인데 혈압강하제를 놓아도 혈압은 그대로여서 결국 평소 드시던 약을 드시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저녁무렵 퇴원을 했습니다. 아침 식사 후 약을 안드시고 경로당 가셨다가 커피를 드셨는데 그게 문제를 일으켰던 것입니다. 집으로 모시고 오는데 얼마나 다행스럽고 뿌듯했는지요. 어머니가 그런 상태에서 돌아가셨으면 제가 후회를 많이 했을텐데 다시 기회를 주셔서 부처님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어머니와의 그 막혔던 장벽은 어디로 갔지? 그렇게 단단하고 무너질것 같지 않아 더 답답했던 담이 안보입니다. 손잡고 "너 고생 많았다." "아니예요, 어머니가 고생하셨죠." 제가 혼자 찧고 빻고 하는 동안 어머니는 부모의 마음으로 제가 마음문 열기를 기다리신 듯 했습니다. 함께 사는 동안 80대 중반의 어머니는 치매 초기가 되어 자주 약을 안드시고 아침 저녁 약도 구별 없이 드셨더라구요. 그 일 이후 약 챙겨드리는 일이 늘었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사시는 날까지 더 건강하고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벽이 무너지니 몸과 마음의 불편함도 사라집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저도 새마음 운동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구요~~ 큰스님과 귀한 도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괴로움은 줄어 들고 행복은 나날이 늘어 나시길 두 손 모아 합장 올립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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