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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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묵담 작성일14-10-22 17:51 조회8,586회 댓글0건본문
벽시계,
결혼한지 만3년이 된 딸의 나이가 지금32개월 되는 외손녀 만한 나이에 만난
다섯 가족의 이웃집이 있었습니다. 같은 동 아파트에 살면서 모두 처음으로 집장만 하고 자녀들 나이도 비슷해서 아이들 유치원도 성남사찰에서 운영하는 연꽃유치원에 졸업을 하고 같은 초등학교 다니다 졸업 하기 전에 아파트가 재건축 하면서 뿔뿔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진학하면서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다 세 명은 동갑이라 꾸준하게 친구로 지내다 딸아이 결혼식 날 숙녀가 된 아이들을 만났고, 부산으로 이사간 한집 어머니 빼고 세 명의 어머니가 작년2월에 외손녀 돌잔치 날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돌잔치를 찾아 준 고마운 마음에 세 명의 어머니를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고 그 계기로 이제는 두 달에 한번씩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 모두가 불자가족이라 10월은 불교축전 행사 간다고 초대했더니 한집은 친정동생 이민 간다고 가족모임이라 불참하시고, 한집은 월 정사 갈려고 친정어머니 생신도 앞당겨 하시고, 한 어머니는 부부가 초등학교 동창이라 동창모임에는 남편 혼자 보내고 우리부부와 함께 주말아침에 월 정사로 출발했습니다.
단풍이 절정이라는 소식에 강원도 가는 길은 출발부터 거북이 걸음입니다. 그래도 오전에 겨우 진부에 도착해서 상원사행 버스를 타고 세 어머니들은 상 원사를 올라 간다고 차비까지 냈는데 길이 막혀서 월 정사에 내렸습니다. 두 어머니는 월 정사가 처음이라 많이 설렌다고 하시면서 행사장 이곳 저곳 구경에 다도체험도 하고 모두들 신이 났네요. 많이 막히는 길 열심히 달려 온 도 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저녁공양 후 추운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단단히 챙겨 입고 축전의 가장 큰 행사인 산사음악회에 빠져듭니다.
밤하늘의 별빛과 함께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담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이루마 공연에 감성을 느낄 수 있었고, 예전에 일본 NHK방송이 “실크로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그 배경음악이 된 세계적인 오 카 리나(흙 피리)연주자 소지로의 연주가 알싸하게 차가운 가을밤의 추위를 감미로운 음악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었고,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열정적으로 무대를 누비며 노래하는 락커 서문탁의 가슴 뻥 툴 리는 시원한 무대로 아쉬운 밤이 깊었습니다.
아쉬운 공연도 끝나고 따뜻한 방으로 돌아와서 일정점검과 못 나눈 이야기를 끝으로 산사의 포근한 품에 안겨 꿈나라로 빠졌습니다.
또 다른 하루를 알리는 도량 석 소리에 새벽예불을 시작으로 일요일이 밝았습니다.
아! 아침공양 하려 갔다가 공양간에서 방송촬영(kbs1: 6시 내 고향) 오신 불자 연애인 선우용여님을 만났습니다. 브라운관에서 보고 독실한 불자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곳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축전 마지막 날 준비를 위해 본격적인 텐트치기 작업에 모두가 참가했습니다. 울력 중에 이번에 재무국장으로 복귀하신 무주스님과 인사도 나누고 지장 암으로 올라갔습니다. 절 집은 변함없이 우리들을 반겼는데, 올 6월에 입적하신 정 안 스님이 안 게시니 절 집이 텅 빈 것 같이 허전했습니다.
표현하자면 선장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그만큼 우리 도 반들도 충격 받았습니다. 작년 축전 때 울력해주고 맛있는 저녁공양을 얻어먹고 왔는데, 딱 1년 전에요. 영정사진에 삼배의 절을 올렸지만 모두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종무소로 찾아가서 정안 스님과의 인연을 말씀 드리니 지중(址中)스님이 따뜻한 차와 다과로 옛날이야기를 하다 울력 할 것 있으면 우리가 하겠다고 말씀 드리니 스님은 화분과 목제운반을 도움을 청했습니다. 지장 전 앞 큰 연 화분은 실내로 옮기고 마당에 있는 목재를 옮겨 주고, 고추 밭은 일손이 모자라 못 딴 고추는 서리가 내리면 버린다고 걱정을 하시기에 모두 따고 고추 대까지 모두 뽑아주고 무 농약으로 정성스레 키운 고추를 한 포대씩 선물도 받고 맛있는 점심공양까지 먹고 월 정사에서 회향을 했습니다.
제목이 왜 벽시계 인지 궁금 하시죠? 작년에 세 어머니를 우리 집들이 초대를 했더니 그 어머니들이 우리 집 벽시계를 보고 자기들 집에도 똑 같은 벽시계가 고장도 나지 않고 지금도 충실하게 시간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 시계는 우리부부가 분당 신도시 처음입주 할 때 1년 우유배달 했습니다. 그 때 우유회사에서 나온 판촉용 벽시계를 이웃집에 하나씩 선물로 나누어 주었는데, 그 시계가 한결같이 고장 안 난 것도 신기하고 여러 번 이사 하면서도 모두 똑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신기했습니다. 올해 26세인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 이니 20년도 더 되었으니 이만하면 보통 인연이 아니죠? 앞으로 우리 집 보물1호는 이 벽시계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법회는 예전의 이웃들과 함께한 월 정사 길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월 정사에서 찍은 사진을 카 톡으로 서로 주고 받으면서 자리를 만들어 준 나에게 인사가 쏟아 집니다.
2014-10-21, 남한산성의 고을 광주에서 묵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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