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화엄으로 인간의 길을 묻다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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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6-06-15 14:43 조회48회 댓글0건본문
인공지능 시대, 화엄으로 인간의 길을 묻다
- 심정섭 선임기자
- 승인 2026.06.15 10:39
- 호수 1829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
정념 스님 지음/민족사/341쪽/ 1만8500원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문명 전환기의 본질 정면으로 성찰
불교 화엄사상과 시민보살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 제시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효율과 경쟁이 삶의 기준이 된 시대.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인간은 오히려 불안과 고립,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조계종 제4교구본사 오대산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 스님이 신간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를 통해 이 같은 문명 전환기의 본질을 정면으로 성찰했다. 스님은 AI 시대의 위기를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 의식의 문제로 진단하며, 화엄사상과 시민보살 정신을 바탕으로 ‘효율과 경쟁의 문명’에서 ‘관계와 공존의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정념 스님은 책에서 오늘날 문명을 ‘효율성이라는 단일 가치가 지배하는 체계’로 진단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절대 가치가 된 사회에서 인간은 점차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고 공동체는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러한 현실을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 의식의 위기로 바라보며 인간다움의 회복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AI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다. 정념 스님은 AI를 인간의 욕망과 가치관을 증폭시키는 ‘업(業)의 증폭 장치’로 규정한다. 탐욕과 혐오, 경쟁과 지배욕을 학습한 AI는 그것을 더욱 확대하지만 자비와 공존, 생명 존중의 가치를 담아낼 때는 인류를 돕는 새로운 선지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가치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책의 중심에는 화엄사상이 놓여 있다. 법계연기와 인드라망의 가르침처럼 모든 존재는 거대한 관계망 속에서 서로 연결돼 있으며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와 전쟁, 양극화와 혐오 역시 개별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공동의 과제다. 정념 스님은 오늘의 문명이 ‘효율과 경쟁의 문명’에서 ‘관계와 공존의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념 스님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화두는 ‘시민보살론’이다. 수행은 산중이나 법당 안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오늘날의 보살은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웃의 아픔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자비와 연대를 실천하는 존재다. 이는 개인의 깨달음을 넘어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책임지는 대승불교의 현대적 실천이기도 하다.
스님은 또한 한국불교가 ‘명상과 치유의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안과 스트레스, 정신적 고립이 일상화된 시대에 명상은 단순한 수행법이 아니라 인간 회복의 길이라는 것이다. 월정사 자연명상마을 ‘옴뷔’와 단기출가학교는 이러한 철학이 현실 속에서 구현된 대표적 사례다.
책에는 수행자이자 실천가로 살아온 정념 스님의 행보도 담겨 있다. 상원사와 월정사를 중심으로 수행 전통을 복원하고,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환수, 선재길 조성 등 다양한 문화 불사를 이끌어온 과정은 불교가 사회와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술과 자본이 문명을 주도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이 책은 오늘의 한국불교가 시대와 만나는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따뜻함이라는 정념 스님의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법보신문/심정섭 선임기자
출처 :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3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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