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 스님, AI 시대 ‘가슴 열림’ 없는 문명 경계 (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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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6-05-31 09:30 조회65회 댓글0건본문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6.05.30 15:09
교황 레오 14세 첫 회칙 '위대한 인류'와 맞닿은 한국불교의 신문명 성찰

교황 레오 14세가 첫 회칙 <위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에서 AI 시대의 ‘바벨탑’을 경고한 가운데,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세계종교평화포럼 기조법문에서 AI와 기술문명,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불교의 언어로 풀어냈다.
정념 스님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지식과 효율을 높이고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는 있지만, 자비와 연민의 마음, 곧 ‘가슴 열림’이 없으면 인류가 진정한 평화와 행복에 이를 수 없다고 했다.
교황이 인간 존엄과 기술권력의 문제를 가톨릭 사회교리로 물었다면, 정념 스님은 같은 시대적 질문을 탐욕·분노·어리석음, 분별심, 일심, 세계일화의 불교적 언어로 제기한 셈이다.
정념 스님은 30일 오대산 월정사 화엄루에서 열린 ‘2026 오대산 세계종교평화포럼’에서 ‘총성의 시대, 자비는 어떻게 평화가 되는가’를 주제로 기조법문을 했다.
‘전쟁의 시대, 월정사 세계종교학자들의 대화’ 주제의 이날 포럼은 종교와 전쟁, 종교와 평화의 문제를 역사와 현실 속에서 살피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서는 정념 스님의 기조법문을 시작으로, 이성훈 대한민국 인권평화 대사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또, 문명전환 시대 종교평화의 역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한반도 평화, 30년 전쟁, 근대 일본불교의 전쟁 책임, 소수민족을 바라보는 불교적 시선 등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정념 스님은 법문에서 오대산의 자연을 평화와 조화의 상징으로 언급했다. 오대산 산천이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하듯, 세계가 생명의 흐름으로 구현된다면 평화 역시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평화만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인간은 수렵·채집 시대부터 생존과 보존을 위해 투쟁해 왔고, 종교도 고통의 현실을 극복하고 치유의 손길을 넓히기 위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종교가 인간을 결속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때로는 집단 이데올로기와 결합해 배타성을 강화하기도 했다고 했다. 종교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형성하거나 강화하고, 전쟁 수행을 정당화하거나 대중을 결집하는 데 활용된 역사도 있었다는 것이다.
■전쟁과 갈등의 뿌리는 인간의 ‘분별심’
정념 스님은 전쟁과 갈등의 뿌리를 인간의 분별심에서 찾았다. 인간은 언어와 개념을 통해 사유하고 진화해 왔지만, 언어는 상대적 개념을 낳고 정보의 양과 방향에 따라 편향성을 만든다. 편향은 편견으로 굳어지고, 편견은 적대로 이어진다. 자기 생각을 절대화하고 상대를 타자화할 때 갈등은 증오로 번지고, 증오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스님은 종교의 본질이 대립을 넘어 화합을 추구하고, 세상을 더 자유롭고 따뜻한 사회로 이끄는 데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가 정치, 민족주의, 종교 간 이해 충돌 속에서 종교의 본래 실천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한 현실도 함께 짚었다.
정념 스님은 이날 법문에서 전쟁과 종교의 문제를 AI 시대 문명 전환의 문제로 확장했다. 스님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효율의 논리가 강해졌고, 인류가 AI 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고 했다. 양자컴퓨터와 바이오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문명 질서가 크게 바뀌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스님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편리함과 풍요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 이면에는 인간의 욕망이 크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를 불교적으로는 탐욕·분노·어리석음, 곧 삼독의 문제로 풀었다.
정념 스님은 효율과 풍요를 앞세운 문명이 탐욕을 키우고, 탐욕은 다시 분노의 물길을 일으킨다고 했다. 탐욕과 분노에 사로잡힌 마음은 대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왜곡한다. 그 왜곡된 인식과 어리석음이 세상을 불길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스님은 현재 세계 질서도 문명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했다. 미중 패권 경쟁, 기존 국제질서의 흔들림, 보편 가치의 약화, 국가 이기주의, 기후위기와 국제 협력의 후퇴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질서의 혼란과 전쟁, 재난의 시대 속에서 인류가 문명의 한계를 느끼고, 지구와 인류 공동체가 함께 존속하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묻는 담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교황 회칙 <위대한 인류>와 맞닿은 문제의식
스님의 이같은 법문은 교황 레오 14세가 지난 5월 15일자로 서명한 첫 회칙 <위대한 인류>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바티칸 공식 문헌에 따르면 이 회칙의 부제는 ‘인공지능 시대 인간 보호에 관하여’이다. 회칙은 AI와 로봇 기술, 디지털 권력이 인간의 삶과 의사결정, 공동체의 상상력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교황은 회칙 서문에서 인류가 “새로운 바벨탑을 세울 것인지,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거하는 도시를 세울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했다. 기술은 인간을 치유하고 연결하고 교육하며 공동의 집을 보호할 수 있지만, 동시에 분열과 배제, 새로운 불의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기술은 추상적으로는 중립적일 수 있어도, 실제 현실에서는 그것을 고안하고 자금을 대고 규제하고 사용하는 이들의 성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고 했다.
교황은 회칙에서 AI 시대의 핵심 선택을 “바벨탑을 건설할 것인가, 예루살렘을 재건할 것인가”의 문제로 제시했다. 바벨탑은 효율과 자기충족, 획일화와 지배의 기술문명을 상징한다. 반면 예루살렘 재건은 무너진 공동체를 함께 회복하고, 서로 다른 이들이 공동 책임을 나누는 길을 뜻한다.
정념 스님의 법문은 이와 다른 종교 언어를 사용하지만, 질문의 방향은 유사하다. 교황이 바벨탑의 위험을 말한 자리에서 정념 스님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치닫는 문명을 경계했다.
교황이 예루살렘 재건을 통해 공동 책임과 인간 존엄을 말한 자리에서 정념 스님은 일심과 세계일화, 가슴 열림을 통해 평화의 가능성을 말했다.
교황 회칙은 AI와 기술권력, 노동, 민주주의, 전쟁 자동화 문제를 가톨릭 사회교리의 틀에서 다룬다.
정념 스님 법문은 종단의 공식 AI 윤리 선언은 아니지만, 한국불교가 AI 시대 문명 위기를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효율과 풍요의 언어로 포장된 기술문명을 인간 욕망의 문제로 해석하고, 그 해법을 수행과 마음의 전환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가슴 열림’과 일심의 지혜
정념 스님이 제시한 방향은 ‘가슴 열림’이었다. 스님은 아무리 많은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AI와 디지털 기술이 효율을 높이고 세계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해도, 가슴 열림이 없다면 세상은 진정한 편안함과 행복에 이를 수 없다고 했다.
스님은 이 '가슴 열림'을 무량심과 종교심의 차원에서 설명했다. 지극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 함께 기뻐하는 마음, 차별을 내려놓고 평등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분별을 넘어 열린 가슴에서 나온다고 했다. 지식이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마음은 계산과 효율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정념 스님은 이를 일심의 지혜로도 설명했다. 온 세상이 서로 연결되어 함께 빛난다는 인식이다. 불교가 말하는 존재 이해는 개별 존재를 고립된 단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보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세계는 하나의 꽃”이라는 화엄적 세계관도 언급했다. 세계를 하나의 꽃으로 보지 못하고 분절된 대상으로만 바라볼 때 부정성과 갈등이 커지고 전쟁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존재를 연결된 전체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이뤄질 때 평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정념 스님은 종교 간 차이도 같은 맥락에서 풀었다. 종교마다 언어와 문화,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그 깊은 본질은 사랑과 자비, 생명의 마음에서 다르지 않다고 했다. 부처와 예수, 공자 등 성인들의 가르침은 서로 다른 문화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근본은 생명과 사랑, 자비의 마음으로 통한다는 취지다.


■ 정념 스님 "기술 속도보다 마음의 방향 중요"
이날 스님의 법문은 한국불교가 AI 시대 기술문명의 문제를 단순한 활용이나 이벤트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인식, 전쟁과 평화의 문제로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정념 스님은 AI·양자컴퓨터·바이오 기술로 대표되는 문명 전환을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의 문제와 연결하면서, 기술의 속도보다 마음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불교의 AI 관련 논의는 로봇 수계식 같은 상징적 장면과 선명상 대중화 담론을 중심으로 주목받아 왔다. 정념 스님의 법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문명 자체를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AI 시대의 핵심 문제를 인간의 마음과 문명 구조, 평화의 조건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다.
정념 스님은 포럼의 의미도 종교 간 평화 담론의 장으로 설명했다. 서로 다른 종교와 학문, 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여 전쟁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각자의 마음 스펙트럼을 넓히고, 평화를 향한 공통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시도라는 것이다.
정념 스님 법문은 전쟁의 시대에 종교가 평화를 말하려면 먼저 자기 안의 분별과 배타성을 성찰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동시에 AI 시대의 기술문명이 인간의 욕망과 결합할 때 새로운 갈등과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스님은 평화가 외부 제도나 선언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넓은 마음을 지니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다. 불교 수행은 분별심을 해체하고, 타자를 적이 아니라 함께 연결된 존재로 보는 훈련이라는 설명이다.
교황 레오 14세의 회칙과 정념 스님의 법문은 서로 다른 종교 전통에서 나왔다. 그러나 두 메시지는 AI 시대의 종교가 기술을 단순히 활용하는 데 머물 수 없다는 점에서 만난다. 기술이 인간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효율과 풍요의 이름으로 인간의 존엄과 마음이 훼손되고 있지는 않은지, 전쟁과 폭력의 시대에 종교가 어떤 평화의 언어를 마련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오대산 세계종교평화포럼에서 정념 스님이 제시한 화두는 분명했다. AI 시대에도 인간은 지식과 효율만으로 평화에 이를 수 없다. 전쟁의 시대에도 종교는 자기 집단의 결속을 넘어 타자와 세계를 함께 보는 눈을 회복해야 한다. 세계가 하나의 꽃이라면, 평화는 그 꽃을 부분으로 찢지 않고 전체로 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가슴 열림 없는 문명은 평화에 이를 수 없다는 정념 스님의 법문은 교황 회칙 이후 한국불교가 AI 시대 문명 전환과 평화를 어떤 언어로 말할 것인지 과제를 남겼다.
불교닷컴/조현성 기자
출처 : https://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6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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