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자들의 아픔 불교만이 달랠 수 있다”
“6,25 전쟁으로 희생당한 사람 보다 낙태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 문제는 국가가 낙태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공장 돌리듯이 낙태를 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던 끔찍한 일을 국가가 자행했다”
월정사 수행원장 자현스님은 목이 멘 듯 말을 잊지 못했다. 월정사 ‘금강경 봉찬기도 주관으로 열리는 영가천혼수륙무차대법회’에 관한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듯 생명을 앗은 국가는 만행을 잊었지만 당사자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국가는 정부 사업이라는 이유로 살상 책임을 회피하며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국민들도 가난했던 지난 날의 사회현상으로 넘겼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뱃속 아이를 지워야했던 어미는 제 손으로 자식을 죽였다는 죄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 엄마가 이제 이승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죄책감을 안고 눈을 감게 할 수 없다. 평생 한을 풀어줘야한다. 탯줄 하나로 목숨을 유지하다 엄마의 손에 의해 빛도 못보고 떠난 아기의 원한도 풀어야한다.
자현스님은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평생 한을 품고 살아온 엄마가 노인이 되었다. 평생 한을 풀어주고, 영가를 천도해야한다. 오직 불교 밖에 없다. 다른 종교는 못한다. 불교 만이 할 수 있다.”
10월15일 서울 중구의 월정사불교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현스님은 “자연유산한 수자령과 개발 시대에 국가적으로 시행된 산아정책에 의해 인공적으로 낙태한 영아, 의료 등 여러 원인들에 의해 영유아 때 조기 사망한 이들을 포함한 영가 천도를 봉행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 이 천도를 통해 영가는 물론 많은 여성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던 죄의식을 해방하고 부처님 자비 안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상천도, 낙태아 수자령 영유아 천도에다 반려동물도 천도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1550만 반려동물 인구가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은 사회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반려동물에 느끼는 감정은 인간과 다름 없으며 그만큼 이별의 아픔도 크다. 자현스님은 “반려동물을 키우다 떠나보낸 이들의 심리적 타격이 엄청나다. 내버려 두면 우울증으로 빠지기 때문에 종교적 위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월정사 기도신행국장 승우스님은 “키우던 반려동물을 보내고 우울증에 빠졌던 분이 지난해 월정사 천도재에 참석해서 반려견이 즐겨 먹은 음식을 재단에 올리고 그 음식이 다른 동물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고 우울증이 나았다는 참석자가 있었다” 며 반려동물 천도의 중요성을 들려주었다.
월정사에는 개를 모신 부도 3기를 조성했다는 사실이 문헌을 통해 전해오고 있으며, 오대산 상원사는 조선시대 수륙재 사찰로 유명하다. 자현스님은 “반려견 천도, 수륙재 명칭은 오대산 월정사의 역사적 연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자살자를 위한 천도 영단을 추가했다. 세계에서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대통령 까지 나서 대책 수립을 지시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자살자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는 가족이다. 자현스님은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 집안으로 그 끔찍한 광경을 최초 마주하는 가족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자살자 천도는 곧 살아있는 가족을 위한 치료다”며 “이는 종교적 역할이자 꼭 해야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조상, 수자령 영유아, 반려동물, 자살자의 영단은 각각 마련한다. 올해는 천도의식의 장엄함을 더 하기 위해 호마목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제주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자현스님은 “호마목에 발원문을 적고, 위패로 나눠준 계첩에 영가의 수계명을 직접 쓰도록 했다. 스님이 기도하면 뒤에서 따라하며 지켜보던 천도재가 아니라 제주가 직접 참여해서 스스로 주도하는 천도재로 진행한다. 원하면 금강경 사경을 직접해서 영단에 올려도 된다”고 말했다. 지화, 수계첩,호마목은 호마의식으로 소지한다.
천도재는 11월8일 오후 1시부터 4시30분 까지 월정사 특별법석에서 봉행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 째 천도재다. 참가 비용은 1만원이다. 승우스님은 “경제난으로 자살한 가족은 재를 지낼 비용이 없다. 천도재 목적도 돈에 있지 않다. 그 돈으로 그 큰 천도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불교는 보시 종교다. 천도재 취지에 감동해 보시하는 불자도 있다. 종교는 슬픔에 젖은 이들을 위로하고 모두 행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자현스님도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해야할 역할을 다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불교신문/ 박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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