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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음 잊지 않길” 월정사 출가학교 68기 졸업...3명 출가 발심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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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5-02-05 12:11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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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2월 2일 제68기 출가학교 졸업식 봉행
남행자 12명·여행자 17명 등 29명 3주 행자과정 수료
수료자 3명 출가 발심…“부처님 가르침으로 깨닫겠다”

2월 1일 저녁, 3주 동안의 출가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12명의 남행자와 17명의 여행자들이 오대산 월정사 문수선원에 한데 모여 자자회(自恣會)를 열었다. 자신의 과오를 고백함과 아울러 도반들에 대한 무례를 사과하는 자리에선 때론 웃음이, 때론 깊은 반성과 용서가 오고 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마음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생멸하는 일. 더 이상의 업보로 되풀이되지 않도록 출가학교 학감 지우 스님은 행자들의 참회를 갈무리해줬다.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가 1월 13일 개교해 졸업을 하루 앞둔 제68기 출가학교의 마지막 날의 모습이다. 자자회가 끝나자 행자들은 출가학교의 마지막 대미,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석가모니불’을 염송하며 절을 하는 철야참회정진을 위해 경내 적광전으로 향했다.

첫 번째 죽비 소임을 맡은 수혜(36) 행자는 결연한 눈빛으로 부처님 앞에 우뚝 섰다. 그는 모태 가톨릭 신자였지만 이분법을 초월하는 불이(不二)의 진리를 추구하고자 불교로 개종했다. ‘부처님 가르침으로 깨닫고 내 안의 수많은 중생을 제도하겠다’라는 굳건한 발원으로 정진의 시작을 알리는 첫 죽비를 내려쳤다. 행자들은 죽비 소리에 맞춰 절을 하며 환희로움에 찬 목소리로, 때론 마음속 많은 것을 내뱉는 듯한 목소리로 부처님의 명호를 외웠다.

진산(31) 행자는 고질적인 허리병을 앓았다. 절을 할 때마다 허리가 끊어지듯 고통스럽다. 하지만 힘들수록 부처님 이름을 크게 외치며 한번 한번 절을 이어나간다. 혼자 절을 했다면 한 시간도 못해 포기했을 것이다. 석가모니불을 외치는 주위 도반들의 응원에 진산 행자는 힘을 얻는다. 벅차오른다. 포기하지 않고 수행을 이어간다. 그렇게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월정사 경내는 끊이질 않는 염불 소리로 가득 찼다. 그렇게 29명의 행자는 한 명의 낙오 없이 정진을 무사히 회향했다.

아침이 밝자 법륜전에서 68기 출가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행자들 뒤로 졸업을 축하하러 온 가족들이 자리했다. 짧지 않은 시간 몸 건강히 잘 지냈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한층 더 의젓해진 행자들의 모습을 가족들은 벅찬 눈빛으로 지켜본다. 진성(20) 행자의 어머니 최라온(51) 씨는 “아들의 마음 찾는 긴 여행을 응원하며 3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수행원장 해조 스님.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수행원장 해조 스님.

“흰 도화지 위에는 온갖 물감이 그려지지만 흰 바탕은 변함없이 텅 비어 늘 고요하고 신령하다”고 도화지의 비유를 설한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수행원장 해조 스님은 “‘화엄경’에선 마음은 ‘부유만덕 탕무섬진(富有萬德 蕩無纖塵)’이어서 온갖 공덕을 장엄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텅 비어있어 어떤 허물도 남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출가학교 입학 전의 마음과 졸업한 후의 마음은 다른 마음이 아니다. 늘 변함없는 이 마음을 잊지 말고 편안히 살길 바란다”고 마지막까지 행자들의 발심을 북돋았다.

진월(45) 행자는 출가학교에서 평생 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진월 행자는 “출가학교는 인생이란 길을 건강하고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운동화를 장만하는 것과 같다”며 “원래 있는 마음인데 쓸모 있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관점이 바뀌어 못나 보였던 내 마음도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 좌선과 발우공양을 꼽았다. 진월 행자는 “생전 처음으로 좌선을 해봤다. 생각이 가라앉으며 고요해지는 경험을 했다”며 “또 발우공양 시간엔 절집의 예법에 맞는 식사법을 배웠는데, 마치 서양 귀족의 식사 에티켓처럼 절도와 품위가 있어 멋있었다”고 언급했다.

수각(34) 행자는 출가학교에서 번뇌가 많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수각 행자는 “사회생활 할 때는 버럭 화를 내는 일이 잦았는데 여기선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며 “성냄이 일어나도 오래가지 않고 금방 털어내어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효과를 봤다”고 했다. 이어 “마음이 바뀌니 모든 사람이 아름다워 보인다. 더불어 규칙적인 생활로 신체가 더 맑아짐을 느낀다”며 “온전한 내 모습을 찾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출가학교에 오시길 강력히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월정사 출가학교 소임자 지우·관현·도현 스님은 정들었던 행자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3주 동안의 행자학교 과정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힘이 되길 바라며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그들의 앞날을 축원했다.

이번 68기 출가학교에선 3명의 출가 희망자가 나왔다. 이들은 지금껏 ‘나’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에 대한 집착을 끊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자 대장부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은 2600년 전 인도 녹야원에서 부처님께서 일으킨 승가를 이곳 대한민국에서 이어갈 것이다.


법보신문/박건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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