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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숲속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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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9-11-15 13:00 조회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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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 · 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

 

 

지난 주말 우연하게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고즈넉하게 숲속으로 길게 이어진 선재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평소 언젠가는 한번 다녀오고 싶었던 길이었기에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한 만추의 정취를 맘껏 즐겼다.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한 숲속은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며 더불어 삶의 지혜를 가져다준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오순도순 산책하는 모습이 정겹고 아름답다. 항상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 동안 숲길을 걸어가다가 잠시 머무르며 숨을 고른다.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내리쬐는 햇빛 아래 형형색색의 나무들이 생명의 노래를 합창하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노랗고 붉은 색깔로 물든 나무를 바라보며 순수의 세계로 빠져든다. 숲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경외감이 한껏 자신을 낮추게 한다. 순간 어린아이처럼 착해지는 기분이다.

 

가을은 단풍으로 물든 나뭇잎처럼 사람의 마음을 엷은 우수에 젖어들게 한다. 어두워지는 밤이 되면 바람에 흩날리는 가랑잎 소리에도 슬프게 울어대는 벌레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한낮에 아무리 의젓하고 강할지라도 해가 지고나면 한 없이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한다. 가끔 머리가 복잡하고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할 때면 한밤중에 한강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안에서 음악을 듣는다. 자주 들어 익숙한 노래인데도 매번 들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때로는 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감정의 바다에 빠져든다. 순간 지나간 세월동안 맺어진 인연들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추억으로 찾아오는 소중한 인연들의 눈빛과 목소리가 선명하다. 다양한 모습으로 맺은 인연들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숲길에서 바라보는 소박하게 아름다운 산등성이가 과거의 모습으로 점점 다가온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채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주변이 온통 은빛으로 물들어져 황홀하다. 숲속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 운율에 흥겨운지 저절로 어깨가 들썩여진다. 숲속의 모든 길은 서로 길게 이어져 있다. 이 길에서 이웃의 낯선 소식을 전해주고, 길목에서 이웃 처녀와 총각이 눈을 맞추기도 하고, 한아름 꽃을 안고 정겨운 벗을 찾아가는 길이다. 길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다. 길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살아간다. 하물며 자신의 생각과 뜻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항상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산의 모습이 어머니의 품속처럼 편안하다.

 

며칠 전 ‘이제 나이가 아흔이 넘었으니 그저 남은 거 다 베풀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어느 원로 배우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분은 자녀들에게 세상을 떠날 때 손 때 묻은 낡은 성경책 하나만 함께 넣어 달라고 말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아닐까 싶다. 인생은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이라는 말이 있다. 나뭇잎은 나무의 어깨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는 것일 뿐 가을이 되면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질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잠시 떠나갔던 나뭇잎은 흙과 섞여 거름이 되고 다시 푸르른 나뭇잎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 가을 끝자락에 나뭇잎이 떠나기가 아쉬운지 가지에 매달려 흔들린다. 나뭇잎의 애절한 아쉬움을 뿌리칠 수 없는 나무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할만 하다.

 

진정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알 수 없을 듯하다. 오직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다. 올해 백세가 되신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이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온다. 백년을 살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두 가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놀지 말고 꾸준하게 공부하고, 매사에 항상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스스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정말 인생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항상 경계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은 중년 이후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점점 낮아지지만 그래도 칠십대 중반까지는 계속 성장한다고 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건강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숲속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차분하게 삶을 돌아볼 여유가 느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은 아무리 걸어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고통으로 참기 어려운 절망의 순간에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이유는 걸어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 내리는 비는 겉옷을 적시지만 길게 내리는 비는 영혼을 적신다. 깊은 고뇌만큼 삶도 깊어지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다. 나이가 들면 철이 든다고 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말 가을은 생각할수록 신기한 계절이다. 가을 끝자락에서 비로소 조금 철이 드는 듯하다. 삶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열정이 필요한 때다.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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