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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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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가 겨울 속으로 떠나GO | 월정사 전나무숲길·강릉해변(아웃도어뉴스)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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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2-21 09:10 조회9,0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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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가 겨울 속으로 떠나GO | 월정사 전나무숲길·강릉해변
초식동물 눈망울을 닮은 순한 저 길의 나날
글 사진 박성용 기자 | 협찬 트렉스타  bombom@outdoornews.co.kr
텅 빈 충만을 안겨주는 전나무숲길
살면서 한 평의 텃밭을 일구고, 한 줌의 흙을 만져도 행복할 때가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 서울 면적만한 사막이 있다면 지금보다 덜 부대끼며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막은 그러니까 사나워진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텅 빈 충만을 안겨주는 삶의 옹달샘 같은 존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 벼락을 맞고 쓰러진 고목은 촬영 포인트.

색다른 지리적 환경은 남다른 정서적 순화를 거르는 여과장치 같으니까.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내게 그런 존재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또 많이들 찾는다고 그 원형의 가치는 변질되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시선과 마음이 변했을 뿐 그 존재는 변하지 않는 법. 약 1km에 달하는 전나무숲길은 짧지만 숱한 사연을 품고 있는 것이다.

   
▲ 월정사 전나무숲길.
강원도답지 않게 월정사는 포근했고 잔설만 남아 있었다. 폐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맵싸한 추위와 쌓인 눈에 가지가 축 처진 전나무를 기대했는데 마른 겨울이었다. 숲길과 나란히 달리는 오대천의 숨구멍에서 가는 물소리가 들렸다. 봄이 오는 소리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아직 겨울은 코끝에 달려 있다. 어느 해 겨울, 이 길에서 설해목(雪害木)들을 본 적이 있었다.

푹푹 빠지는 눈길은 미망이었고, 올라가야 할 비로봉은 수미산처럼 높아 보였다. 난방이 잘 되는 상원사 신식화장실 바닥에서 매트리스와 침낭으로 하룻밤을 자고 싶었다. 적멸보궁을 지나도 마음에 한 구석에 들러붙은 그 유혹과 욕망은 참으로 질겼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사람에게 위압적이지 않다. 초식동물의 눈망울처럼 순하고 부드러운 그 길은 남들이 관심조차 갖지 않는 인생 뒤안길의 노약자나 다리에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속세의 대로든 골목이든 이런 충일감을 맛볼 수 있을까.

“빨리 온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한 무리의 관광객이 뒤처진 일행을 재촉했다. 벼락을 맞고 쓰러진 고목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가운데가 빈 나무 안에 두 명씩 들어가 카메라 앞에서 웃는다. 전나무 한 그루가 600년 생애를 마치고도 이렇게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니, 맹사성의 시조 <강호사시가> 종장 한 대목을 따와 글자 하나만 바꿔 ‘역송은(亦松恩) 이샷다’ 아니랴.

   
▲ 가는 물소리가 들리는 오대천의 숨구멍.

   
▲ 전나무숲길에서 만난 돌탑.

전나무숲길의 한쪽 끝은 사바세계로 이어지고, 또 다른 끝은 정토세계와 맞닿아 있다. 그 길은 두 세계를 잇는 탯줄과도 같다. 그러니까 길이 끝나는 곳은 새로운 길이 탄생하는 시작이기도 하다. 월정대가람(月精大伽籃)이 품은 오대(五臺) 암자마다 들어앉은 수행자들은 어떤 화두를 들고 치열하게 동안거를 보내고 있을까. 안거가 해제되는 날, 절집 처마 낙숫물은 댓돌을 뚫을 수 있을까.

   
▲ 요사채 댓돌 위에 놓인 털신들.

   
▲ 월정사 경내로 들어서는 금강문.

먼 애인의 목소리 같은 열차소리
바다가 보이는 안인진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근처 경포지구와 안목해변에 비해 한적하고 덜 붐비는 작은 어촌이다. 겨울 바닷가에 뭐 볼 게 있냐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도 인생이라는 거대한 항성 주위를 돌며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촌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동쪽 바다에 갈 때마다 떠오르는 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 부지런한 어부와 안인진항 갯바위.

작은 펜션 옆으로 영동선이 지나간다.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건물이 흔들리고 그 진동은 고스란히 등허리로 전달된다. 화물열차가 지나는지 새벽에 몇 번이나 깼다. 그러나 그 느낌 불편하지 않다. 투박한 강원도 사투리로 부르는 자장가처럼 들려 다시 잠들곤 했다. 겨울 철길은 먼 애인의 허스키한 목소리처럼 아득하다.

   
▲ 이른 아침의 안인진항.
아침 일찍 서둘러 해변에 나섰지만 구름 때문에 해돋이는 보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에 해변을 어슬렁거리며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선착장에는 조업을 마친 고깃배 몇 척이 들어와 있다. 양쪽에서 그물을 잡고 손질하는 아주머니들 너머로 젊은 어부가 쪼그리고 앉아 잡은 물고기를 선별하고 있었다. 그 곁에 가서 슬쩍 말을 붙였다.

“이건 열기 같은데 옆에 생선은 뭐에요?”
“임연수어에요.”
“요즘 열기와 임연수어가 많이 잡혀요?”
“오늘은 얼마 안 잡혔어요.”

붉은 생선을 보자 붉은 아침 기운을 느꼈다. 저 열기는 바다 속을 헤엄치며 아침마다 일출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 안은 듯 더 붉게 보였다. 이때 동네 아저씨 한 명이 와서 생선 좀 사러 왔다며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 열두 장을 내밀었다.

간밤에 통음을 했는지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입에서 술 냄새가 풍겼다. 젊은 어부는 검은 비닐봉지에 임연수어 스무 여 마리와 열기 몇을 덤으로 담았다. 묵직한 봉지를 들고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에서 지난 겨울날의 숙취가 떠올랐다. 조업 준비를 마친 어선 몇이 검은 연기를 뿜어 올리며 출항에 나섰다. 겨울 출항은 이른 새벽에 일하러 가시는 아버지처럼 비장하다.


망치매운탕을 아시나요?
“오늘 망치가 일찍 떨어져 도다리나 생태로 드셔야 합니다.”
안인진항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 찾아간 심곡항의 ‘시골식당’. 망치를 맛보기 위해 아침부터 손님들이 방에 가득 찼다. 이름이 망치라니 바다 속에서 ‘조폭 물고기’로 통하나 보다. 성격 좋은 식당주인 이돈진씨는 “망치는 수심 1000m에 사는 심해어인데, 먹이 활동을 하러 올라오다가 그물에 걸려야 잡히는 물고기라 그날그날 물량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 주문진항 생선구이집 석쇠 위에서 익어가는 열기, 임연수어, 도루묵.

망치는 아귀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고 국물 맛은 더 시원하다. 서해안에서는 삼식이, 동해안에서는 망치로 불린다. 그래서 서해안 삼식이보다 맛이 더 좋아 식당 마당의 플래카드에 ‘삼식이 형님 망치매운탕, 삼순이 오빵 망치매운탕’으로 적은 것이다. 요즘 대게철이라 더 안 잡힌다고 한다.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더 비싼 도다리를 내놓는 주인장의 마음이 살갑다.

   
▲ 카페 <보헤미아>의 토스트 세트.

강릉은 커피 도시다. 강릉 시내를 비롯 사천·안목·영진·경포해변 등에 커피집들이 즐비하다. 국내 바리스타 1세대 박이추씨가 카페 <보헤미아>를 내면서 그 소문이 퍼져 커피 메카로 자리 잡은 것이다. 커피박물관도 들어섰다. 백발이 성성한 박이추씨는 아직도 핸드드립으로 일일이 커피를 내린다. 그 손맛은 기계로 내린 커피와 풍미 자체가 다르다. 강릉을 찾아온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보헤미아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씨가 핸드드립으로 내린 과테말라 커피.

주말마다 차량과 관광객들로 혼잡을 이루는 주문진항. 활어센터, 횟집, 건어물가게, 생선구이집들이 도로와 골목마다 줄지어 있다. 생선 굽는 냄새와 연기를 따라 가보니 불에 달궈진 석쇠 위에서 열기, 도루묵, 양미리 등이 익어가고 있다. 도루묵 다섯 마리에 만원. 양미리 두 마리를 덤으로 올려준다. 도루묵 알이 입안에서 터질 때마다 건너편 어판장의 갓 잡은 물고기들 비늘이 반짝거렸다. “도루묵은 이제 거의 끝물”이라는 아주머니 말에 봄기운이 성큼 다가서는 것 같다.

   
▲ 강릉해변과 유람선.

강릉해변은 어디를 가나 젊은 연인과 가족들이 눈에 띈다. 탁 터진 수평선과 파도를 보며 그들은 잠시 안식을 얻는다. 그들이 찬바람을 맞으며 백사장에 서 있는 것은 묵은 겨울의 앙금을 털어내는 것이다. 그렇다. 겨울 커피와 뜨거운 생선은 막 지은 밥 한 그릇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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