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게으름에 질타하고 배움에 고하가 없던 분"(연합뉴스)201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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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2-24 12:38 조회8,705회 댓글0건본문
탄허스님 탄신 100주년…시봉 스님들이 전하는 모습
(평창=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가끔 스님을 찾아온 학자들의 공양까지 준비하다 보면 밥상이 보통 무거운 게 아니어서 종종 엎기도 했었죠. 그러다 보면 공양 준비가 1시간 이상 늦어지기도 하는데 스님은 절대 화를 안 내셨어요. 하지만 공부의 게으름에는 뼈저리게 질타하는 분이었죠."(삼보 스님)
"저희를 가르칠 때 '이 시간은 항상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단 10분의 여유도 주지 않으셨어요. 책을 한 번도 보지 않고 강의하셨죠. 필기한 것만 정리하려고 해도 몇 시간이 걸렸습니다. 숙제도 많이 내셨죠."(인보 스님)
한국 불교의 최고 학승(學僧)으로 꼽히는 탄허(呑虛·1913-1983) 스님의 시봉 스님들이 탄신 100주년이자 열반 30주기를 맞아 기억하는 탄허 스님의 모습이다.
이미 23살 때 불경을 강의하기 시작한 탄허 스님은 유불선(儒佛仙) 사상에 두루 통달했으며, 화엄경을 번역해 '신화엄경합론'을 출간하는 등 현대 한국불교교육의 토대를 세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함석헌 선생과 자칭 '국보 국문학자' 양주동 박사가 탄허 스님을 찾아 배웠고, 불교계의 대표적인 학승인 무비 스님과 통광 스님, 각성 스님 등도 탄허 스님 밑에서 공부했다.
탄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거 스님(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금강선원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탄허 스님은 '큰 인재가 많이 나와야 좋은 세상이 된다'며 나라와도 바꿀 수 없는 인재가 나오도록 우리가 인재를 기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원력으로 꽉 차 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자신은 점심때마다 찬밥을 먹게 되더라도 공양주를 하던 행자가 '화엄경'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아침에 아침·점심 공양을 함께 준비하라고 하던 '따뜻한' 스승이기도 했다.
늘 '학해무변'(學海無變·학문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뜻)을 강조한 탄허 스님은 1966년 동국역경원 개원식에서도 "법당 100채를 짓는 것보다 스님들 공부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이사인 삼보 스님은 간담회에서 "원문을 다 외우지 않으면 아예 가르쳐 주지 않았다"며 "내가 둔재라 공부 때문에 서러움을 좀 받았는데 요즘은 그때 서러움을 더 받더라도 더 배웠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인보 스님도 "평소에도 보면 항상 입으로 말없이 염불하는 게 보였다"며 "오래 사셨으면 좀 더 많은 것을 배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것을 탐하지 말고 학문을 탐해라"라고 강조하던 탄허 스님은 월정사에서 대학 수련대회가 열리면 꼭 방산굴에서 내려와 교수들의 좋은 강의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고 한다.
또 "상좌와 같이 앉아 수업을 들을 정도로 배움에 대해서는 고하가 없었던 분"(삼보 스님)이었고, "시간 낭비를 1초 1분도 하지 않으며 밤 9시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취침했고 첫잠에서 깨면 다시 눕지 않았던 분"(혜거 스님)이었다.
평생을 불교 경전 연구와 번역, 수행에 전념했던 탄허 스님이 10여 년간의 작업 끝에 낸 '신화엄경합론'은 '원효·의상대사 이래 최대의 불사'로 꼽히기도 한다.
혜거 스님은 "우리 말의 변화가 빨라 30년 전의 글을 지금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탄허 스님은 완전한 표준어로 번역해 지금도 번역본을 보면 하나도 모르는 말이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주석처인 월정사는 이날 탄허 스님의 탄신 100주년 다례재를 연 데 이어 수행 일화집 '방산굴의 무영수' 봉정식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혜거·각수·삼보·월면 스님, 최문순 강원도지사,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이석래 평창군수 등이 참석했다.
정념 스님은 간행사에서 "스님의 수행정신과 사상이 산중의 가풍으로, 종단의 종풍으로 진작돼 혼미한 시대에 세상이 나아갈 지남(指南)이 되도록 널리 선양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월정사는 이날 행사 외에도 올 한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4월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탄허대종사의 인재양성과 교육이념의 시대정신' 주제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유묵집 등을 발간한다.
또 연대사업으로 세계적인 불교지도자이자 수행자인 틱낫한 스님이 방한해 오는 5월 3-7일 월정사에서 '치유, 행복, 상생'을 주제로 명상수행학교를 진행한다.
'한국근대고승유묵전-오대산월정사 한암·탄허선사 특별전'(4월15일-12월31일), 열반 30주기 추모 다례재(6월2일), 산사음악회(10월19일) 등도 마련된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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