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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 2013년 1월호] 겨울이면 더 그리운 눈꽃 명산 태백산(스포츠서울)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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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1-08 10:12 조회2,4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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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 2013년 1월호] 겨울이면 더 그리운 눈꽃 명산 태백산

추운 계절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겨울 명산이 있다.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백두대간의 중간 허리로, 한민족의 시원(始原)이 담겨 있는 태백산(1천567m)이 그렇다. 길이 험하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기기에 좋고, 특히 겨울이면 순백의 설국(雪國)이 펼쳐져 최고의 풍광을 선사해준다. 게다가 우리 민족의 기원인 단군신화의 무대이자 눈꽃과 일출이 아름다워 활기찬 새해맞이로 제격인 곳이다. 태백산으로 달려가 성스럽고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천제단에서 2013년 계사년(癸巳年)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상고대 하얗게 피어난 눈부신 설경
겨울철 산행은 꺼려진다. 추운 날씨로 인한 위험요소가 적지 않아서다. 그런데 ‘겨울’이기 때문에 꼭 가봐야 할 산이 있다. 매서운 칼바람에도 설경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바로 태백산이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간쯤 위치하고,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 여기에 ‘태백산’이란 이름이 주는 위압감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쉽다. 하지만, 태백산을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산 정상은 해발 1천567m에 달하지만 비교적 산세가 완만하고 위험한 구간도 없어 눈 쌓인 추운 겨울에도 산행을 즐기기에 부담없는 곳이다. 더구나 산에 오르는 내내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산이기도 하다.
이즈음 더 태백산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겨울철 설경이 으뜸이기 때문이다. 원래 태백 지역은 적설량이 많고 한번 내린 눈이 잘 녹지 않기에 태백산에서는 언제든 수월하게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주목이 군락을 이룬 정상 주변 능선의 설경은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눈을 흠뻑 뒤집어쓴 주목 군락과 하얗게 상고대가 핀 순백의 세상은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 화가인지를 실감나게 해준다. 그리고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하니 예년보다 아름다운 설경을 기대해도 좋을듯 하다. 산행은 보통 유일사매표소에서 장군봉 정상에 오른 뒤 천제단을 거쳐 당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고 쉽다. 당골매표소에서 출발해 반재-천제단-당골광장을 거쳐 다시 당골매표소로 회귀하는 코스도 많이 찾는다. 두 코스 모두 왕복 4~5시간이면 충분히 등산을 마칠 수 있다.
일단 유일사매표소를 출발점으로 잡았다. 초입부터 완만한 오르막 길을 따라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주변이 온통 눈부신 설경이다.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활짝 폈다. 나뭇가지에 하얗게 핀 꽃은, 엄밀히 말해 눈이 쌓인 눈꽃이 아니라 상고대다. 공기 중 수중기가 나뭇가지에 붙어 하얗게 얼어버린 나무서리가 마치 눈꽃처럼 아름답다. 한 줄기 겨울햇살에도 반짝반짝 빛을 내는 눈부신 풍경에 절로 신이 나고 아이젠을 하고 오르는 언덕길이 조금도 힘든 줄 모른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 절로 호연지기

1. 정상에서 바라본 산봉우리들. 물결치듯 첩첩산중 깊은 골이 장관이다. 2. 태백산 정상 풍경. 3. 천제단에 오르려면 거칠기로 유명한 태백산 바람을 뚫고 가야 한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태백산의 자랑인 주목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흔히 주목을 두고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고 표현한다. 성장이 느린 대신 오래 살고, 목재로서도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그 수명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주목은 살아서도 늠름한 자태가 멋이 있지만 죽은 고사목도 그 쓸쓸한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말라죽은 주목도 천년은 서서 버틴다고 하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태백산에는 모두 4천여 그루의 주목이 있다. 짧게는 수령 30, 40년생부터 길게는 1천년에 이르는 노목도 있다. 근육질의 잘 생긴 주목마다 주렁주렁 하얀 얼음꽃을 피웠다. 정상 근처에는 살아생전 자연에 순응하며 바람에 휩쓸린 모습 그대로 서있는 고사목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 썼다. 그렇게 설경에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그곳엔 태고적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다. 태백산 천제단은 새해 1월 해돋이 으뜸 명소이다. 한겨울 이곳 주변의 바람은 거세기로 유명하지만 많은 이들이 천제단에 서기 위해 거친 바람을 뚫고 태백산을 오른다.
옛 사람들은 우리나라 산들 중 태백산에 가장 큰 정기가 서려 있다고 믿었다. 그 영롱한 기를 받고자 많은 무속인들이 요즘에도 천제단에 올라 기도를 올리곤 한다. 어디 무속인들 뿐이랴. 새해 정초가 되면 정치는 물론 재계 인사들까지 태백산 천제단을 찾고, 기업들은 신년 시무식이나 직원단합 등반대회를 위해 분주한 발걸음으로 이곳을 찾는다.
천제단에 서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스라이 펼쳐진 수천 수만의 산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뚝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니 절로 호연지기(浩然之氣)의 기상이 몸으로 느껴진다. 천제단에서 일출이라도 맞이한다면 그런 기분은 더욱 커지게 된다.
태백산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것은 단군신화를 통해 환웅이 3천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도착한 곳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라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천제단은 하늘로 통하는 길,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이다. 하지만 당시의 태백산이 지금의 태백산은 아니다. 단군신화의 태백산은 지금의 백두산인데, 고조선이 쇠망하면서 남쪽으로 내려와 남태백인 지금의 태백산을 새로운 성지로 대신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면서 영롱한 기운이 강한 태백산 천제단에 올랐으니 새해를 맞아 좋은 기운을 달라고 기도라도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태백산 산신이 된 ‘단종대왕’
하산길은 천제단에서 당골 방향으로 잡으면 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단종비각(단종대왕비)이 있다. 태백산 일대에는 단종이 수양대군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뒤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변변한 묘 하나 없이 구천을 떠돌던 단종을 애잔하게 생각했던 근처의 백성들은 태백산 상봉에 비석을 세워 단종을 대왕이라 높여 부르며 그 영혼을 위로했다고 한다.
단종비각 아래로 내려오면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망경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망경사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천470m)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맛볼 수 있다. 국내 100대 명수 중 가장 차면서 물 맛이 좋다는 용정약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한 사발 들이키니 피로가 절로 가시는 기분이다. 하산길 중간쯤인 반재를 지나면 요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호식총(虎食塚)을 만날 수 있다. 태백지역에는 100년 전만 해도 호랑이가 많아 희생을 당하는 화전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호환을 당한 사람들의 무덤이 호식총이다. 겨울에는 눈에 덮여 형태가 희미하니 안내판으로만 미뤄 짐작할 뿐이다. 계곡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 단군성전을 지나고 곧 종착점인 당골매표소에 다다르게 된다. 매표소 앞 광장에는 해마다 이즈음이면 태백산눈축제가 열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거대한 눈 조각품이 인상적이니, 하산길에 들러 잠시 재미난 추억 하나 만들어보자.

 

TIP_ 태백산은 길이 완만하다고 해서 등산 준비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 겨울산행이니 만큼 따뜻한 옷으로 무장하고, 신발 역시 보온이 잘 되는 겨울 등산화를 준비해야 한다. 차가운 바람에 대비해 귀를 덮어주는 방한모를 꼭 쓰자.


글·사진_유인근 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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