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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연두빛에 물들다…'오대산 천년숲 선재길' (4월14일-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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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4-14 08:50 조회9,0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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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그루의 전나숲 우거진 '전나무 숲길'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월정사'
부처를 만나는 구도자의 길 '선재길'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
[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수필가 이양하는 ‘신록예찬’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미세먼지가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요즘. 잠시라도 도시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이다. 오대산은 강원 강릉시와 홍천·평창군에 걸쳐 있다. 해마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오대산의 맑은 정기를 느끼며 걷는다. 오대산을 오르는 방법도 많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길도 있고, 일부러 더 힘을 들이는 길도 있다. 그중 월정사 전나무숲길과 선재길이 유명하다. 이 두 길을 합쳐 ‘오대산 천년숲 선재길’이라 부른다. 길게 뻗은 전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어느새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눈부신 연둣빛 속으로 들어간다. 

신록이 우거진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무며 걷고 있는 관광객들.


◇30m 쭉쭉 뻗은 전나무 ‘월정사 전나무숲길’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
들머리는 월정사 매표소다. 여기서 매표소를 지나 200m가량 오르면 금박글씨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란 현판이 붙은 월정사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서 금강교까지 약 1㎞ 흙길이 이어진다. 이 길이 바로 ‘월정사 전나무숲길’이다. 한국에서 사찰로 가는 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길이다. 일주문 왼쪽으로는 상원사 앞을 지나 흘러온 계곡수가 자작자작 흐르고 오른쪽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숲에는 1000여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숲 사이로 난 길은 마치 속(俗)과 선(禪)을 나누는 경계 같다. 특히 요즘 같이 신록이 내린 숲길은 청명함이 가득하다. 3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전나무숲이 거대한 산소공장처럼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어서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면 세속에 물들었던 탁한 생각과 잡념까지 깨끗이 사라진다. 

숲길은 반듯하게 뻗어 있지 않다. S자로 굽어 있다. 길 초입에는 삭발탑이 서 있다. 아마도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입산한 승에게 절에 들어올 때의 첫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뜻일 게다. 삭발탑을 지나면 장정 두세 명이 손을 잡고 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거목이 늘어서 있다. 평균 나이는 80여년 정도. 하지만 최고령 나무는 370년을 넘는다. 숲길의 시작은 아홉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수령 500년의 전나무 아홉 그루의 씨가 퍼져 지금의 울창한 전나무숲을 이뤘단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청아한 목탁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퍼지는 종소리가 제법 운치가 있다.

월정사 경내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대웅전


◇1000년을 지켜온 대가람 ‘월정사’ 

월정사 경내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
금강교를 건너면 오대산에 등을 기댄 월정사가 점잖게 앉아 있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지장율사가 창건한 가람이다. 당시 중국 당나라에서 얻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대장경 일부를 갖고 돌아왔다고 알려졌다. 이후 1400여년 동안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불교성지로 많은 불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월정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한국 사찰 중 가장 넓은 숲을 보유하게 된 기원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월정사가 보유한 숲은 대략 여의도의 7배 면적에 달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사한 임야와 광복 이후 농지개혁 등으로 줄어든 면적까지 감안하면 원래는 이보다 훨씬 넓었을 거란다. 

월정사가 이렇게 넓은 면적의 숲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마리는 월정사와 조선의 왕이었던 세조와의 인연에서 엿볼 수 있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불교에 귀의해 잘못을 참회하고자 했다. 이후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해 많은 불서를 간행하는 한편 월정사 중건에도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월정사를 방문한 세조는 두 번의 기적을 경험했다. 하나는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한 덕에 지병인 피부병을 고쳤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세조가 월정사 법당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고양이가 세조의 옷매를 끌어당겨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자객이 법당 불상 밑에 숨어 있었는데 고양이의 방해로 세조를 살해하려던 시도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목숨을 건진 세조는 고양이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월정사 사방 80리의 땅을 묘전(猫田)으로 하사했다고 한다. 

인간사에 휘말린 절집은 중건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다.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 월정사 보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이 옛 월정사를 온전히 기억할 뿐이다. 경내 한 귀퉁이를 차지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부도전에서 큰길을 따라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상원사 스님의 뒷 모습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선재길에서 만날 수 있는 섶다리. 선재길 섶다리는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난 10월이나 11월에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겨울동안 강을 건너다니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부처를 만나러 가는 구도의 길 ‘선재길’ 

월정사 경내를 벗어나면 선재길로 이어진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약 9㎞에 걸친 숲길이다. 이 길은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불자들이 주로 다녔던 아름드리 거목 사이로 흘러드는 사색의 길이자 부처를 만나러 가는 구도의 길이었다. 사시사철 푸른 거목 사이로 토기에 새긴 빗살무늬 같은 나무의 기둥사이로 걷다 보면 숱한 난고의 세월을 버텨온 고목의 위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숲길은 완만한 경사다. 계류를 따라 걷다가 물길을 만나는 지점서 숲으로 파고들 수 있다. 누구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편하다. 조붓한 숲길 끝에 상원사가 숨어 있다. 초입에는 조선 세종대왕이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관대걸이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 

근래 들어 상원사의 몸집이 크게 불었다. 영산전 앞에 오대보탑을 새로 지었고, 청풍루에 문수보살 화현도도 그려넣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절집마당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의 장쾌한 풍광은 압권이다. 마당 끝에 오래 묵은 산돌배나무 앞이 포인트다. 신록으로 물든 오대산의 동대와 서대의 산자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대가람 월정사도 가지지 못한 모습이다. 

상원사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동종이다. 1300여년 전 통일신라 때 주조했다. 국내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이다. 음향이 맑고 깨끗한 것이 특징. 특히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과 그를 둘러싼 연꽃 문양이 그윽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종을 매단 고리역할을 하는 용뉴다. 입을 딱 벌린 용이 다리를 앞뒤로 벌린 채 종의 무게를 버티고 선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최근 새로 세운 상원사 영산전 앞 오대보탑


◇여행메모

△가는길=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 시외버스를 탄 뒤 진부에서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진부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월정사 행 버스가 있다. 자동차로는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표지판을 따라 15분 정도 달리면 월정사 입구가 나온다. 

△먹을곳=월정사 입구 오대산 가마솥식당(033-333-5355)과 동대산식당(033-332-6910)의 산채정식이 유명하고, 평창한우마을(033-334-9777)은 한우 셀프식당이다. 평창읍의 동양식당(033-335-5439)은 오삼불고기, 동양식당 맞은 편 유명찐빵(033-335-1284)은 찐빵이 맛있다. 

△잠잘곳=평창알펜시아리조트에는 인터컨티넨탈호텔(238실)과 홀리데이인리조트(214실), 홀리데이인&스위트(콘도미니엄·419실)를 갖추고 있다. 또 스키장과 워터파크, 영화관, 공연장, 면세점 등을 갖추고 있는 복합 문화·쇼핑·레저단지다. 최근에는 인터컨티넨탈호텔과 홀리데이인리조트가 국내 최고 등급인 5성을 획득했다. 

평창 시내 동양식당의 ‘오삼불고기’
선재길 종착지인 상원사 입구에는 조선 세종대왕이 목욕할때 의관을 걸었다는 관대걸이가 이정표 처럼 서 있다.
상원사 입구에 번뇌가 사라지는 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 곳곳에는 설치 전시물이 배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바람의 노래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 곳곳에 있는 설치 전시물. 이 작품명은 ‘비나이다’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 곳곳에 있는 설치 전시물 중 ‘텅빈시간’이라는 작품.
월정사 전나무 숲길 곳곳에 있는 설치 전시물 중 ‘젊은이를 위한 팡파레’라는 작품.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80년 이상 나이 먹은 전나무들이 도열하듯 서 하늘을 향해 서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 명상을 하며 걷고 있는 월정사 템플스테이 체험자.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시작되는 일주문.
월정사 경내 모습
월정사 경내에서 나오면 상원사로 올라가는 선재길로 이어진다.

 

기사원문보기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11&newsid=01161126615896120&DCD=A401&OutLnkC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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