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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과 메밀꽃 피는 평창 (5월11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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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5-12 09:39 조회10,8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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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얬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일제 강점기 소설가 이효석이 단편 '메밀꽃 필 무렵'에서 봉평에서 대화까지 팔십 리 길을 묘사한 이 대목은 한국 문학사상 가장 빼어난 문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36년 10월 잡지 조광에 발표한 '메밀꽃 필 무렵'은 그의 대표작이자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평창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의 순박한 본성과 인연의 기구함을 그려냈다.

가산 이효석
가산 이효석

 

5월25일은 이효석이 1942년 36세의 젊은 나이에 숨진 날이다.

지금부터 110년 전인 1907년 2월23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서 태어난 이효석은 5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아래서 자랐다. 어린 나이에 백 리나 떨어진 평창읍에서 하숙하며 평창 공립보통학교를 다녔다. 이효석은 봉평까지 먼 길을 걸어 집에 다녀오곤 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주위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는 1920년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경성제일고보에 입학했고 1925년 경성제국대학에 들어갔다.

1928년 월간 조선지광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노령근해', '상륙', '북국사신' 등 초기 작품은 지식인들 사이에 사회주의가 풍미했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해 경향문학 성격이 짙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31년 혼인했으나 취직이 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일본인 은사의 주선으로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위의 지탄을 받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임하고 처가가 있는 함경도 경성으로 내려가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했다.

1932년경부터 순수문학 계열의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오리온과 능금'을 시작으로 '돈', '수탉' 등을 내놓았으며 1933년 '구인회'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순수문학의 길을 걸었다. 1934년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사가 됐다. 1936년부터 1940년까지는 그의 절정기였다. '화분', '벽공무한' 등의 장편과 '메밀꽃 필 무렵', '산', '들', '석류', '성찬', '개살구', '장미 병들다', '여수' 등 대표적 단편들이 이 시기에 발표됐다.

그의 작품세계는 '향수의 문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안으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밖으로는 이국에 대한, 특히 서구적인 것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그리움과 동경의 세계를 향토성 짙은 서정적 문체로 승화시켰다.

1940년 부인과 막내아들이 죽은 뒤 실의에 빠져 만주 등지를 돌아다녔다. 이때 건강을 해치더니 1942년 뇌막염으로 병석에 눕게 됐고, 그해 5월 36세로 요절했다.

이효석 문학관
이효석 문학관

 

태백산맥 중에 위치한 평창은 평균 해발고도가 600m가 넘는 고원이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오대산 월정사, 상원사 등 유서 깊은 사찰들이 유명하다. 또한, 대관령 눈꽃축제, 평창산꽃약풀축제, 메밀꽃오페라문화체험축제, 오대산불교문화축제, 강원감자 큰잔치 등 지역 행사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 평창을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이효석의 작품을 사랑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무대이며 이효석이 태어나 자란 봉평면 창동리 일대는 1990년 이효석문화마을로 지정됐다. 이효석 생가터, 작품 속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가 만났던 물레방앗간, 충주집, 가산공원, 이효석기념관, 메밀 향토자료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마을에는 9월이면 소설의 장면 그대로 메밀꽃이 산허리를 휘감아돌며 피어 장관을 이룬다.

8월 말 9월 초 개최되는 효석문화제에는 작품 배경지 답사, 전국효석백일장, 거리민속공연, 작품 속 주인공을 연출한 가장행렬, 사진촬영대회, 연극, 영화 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효석 문학관에서는 가을이 아니라도 사시사철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효석 생가터 앞 메밀밭
이효석 생가터 앞 메밀밭

 

이 아름다운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2월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평창과 강릉, 정선 일대에서 개최된다. 전체 면적의 60% 이상이 해발 700m가 넘는 평창에서 개·폐회식과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노보드 등 주요 경기 대부분이 열린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100여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주최 측은 대회 시설과 운영, 정보통신기술 외에 문화콘텐츠와 관광여행 상품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정부, 지자체, 문화단체들을 중심으로 평창비엔날레를 시작으로 겨울음악제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예정돼 있다.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이국적 풍경 속에 대관령 삼양목장, 대관령 양떼목장 등이 평창의 대표적 관광지다. 조직위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이 평창올림픽 홍보와 평창 관광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닌 '문화 올림픽', '관광 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평창올림픽이 이효석의 문학 혼이 깃든 평창의 아름다움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로벌코리아센터 고문)

kej@yna.co.kr

 

기사원문보기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5/10/0200000000AKR20170510121100371.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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