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 출세간 정신 전하는 출가 포교사 (5월4일-현대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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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5-05 07:34 조회9,295회 댓글0건본문
2000년대 초, 프랑스 보르도 근교의 매화 마을을 방문한 뒤 단기출가 학교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하는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
‘HIT브랜드 월정사 출가학교’
2000년 ‘플럼빌리지’방문 후 결심
2004년 주지 취임 후 첫 개원
13년간 참가자 3천명 넘어서
이중 정식 출가자만 150명 정도
출가는 스스로 해방되는 길
자기자신과 만나는 소중한 순간
출가자가 갖출 정신 익히는 기회
행복의 문 열기 위한 과정 목적
가치지향적 삶 추구 위한 출발
내년부터 흰머리를 깎는 출가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마침내 은퇴자에게 산문을 열기 때문이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3월 30일 임시회의를 열고 51~65세의 ‘은퇴출가’를 받아들이는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늦깎이 발심자(發心者)도 조계종으로 출가가 가능해졌다. 조계종이 고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출가자 급감에 따른 사찰 운영인력 부족 해소를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오랜 논란 끝에 도입된 은퇴출가제도인 만큼 기존 출가자와는 자격 및 운영 규정이 확연히 다르다. 현행 종단법은 출가 연령을 13~50세로 정하고 있으나, 은퇴출가제도는 사회 각 분야서 15년 이상 활동 경력이 있는 51~65세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를 반영하듯 나이 든 분들이 나이제한 및 신체적 어려움으로 기존 출가학교에 동참이 어려운 고령자들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인 ‘제2기 월정사 행복한 황혼기 나도출가학교’는 두 번째인데도 호응이 크다. 실제로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7박 8일간 진행된 황혼기 출가학교에는 30명 정도가 참가했다. 연령대를 비춰봤을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전환점을 찾는데 도움이 됐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귀중한 체험을 해봤다는 긍정적 말들이 참가자들에게 많이 쏟아졌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오대산 월정사 출가학교장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에게 ‘출가’와 ‘문화포교’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님은 지난해 <다녀왔습니다>란 제목으로 단기출가학교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등 출가활성화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하는 출가 포교사로 정평이 나 있어서다. 월정사=김주일 기자 |
월정사 단기출가 학교서 삭발 의식을 거행중인 정념 스님. |
▲13년 전 월정사에 단기출가학교를 만드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0년대 초, 프랑스 보르도 근교의 매화 마을(플럼빌리지)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틱낫한 스님이 운영하는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방문하기 위해서였죠. 그곳에 가보니 인종도, 종교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걷고, 토론하고, 좌선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하나같이 미소가 가득했죠. 그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려한 산과 울창한 숲, 1700년의 역사 등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한국 불교계에선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마음속으로 반성했죠. 과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온 세상에 강물처럼 흐르게 하기 위해 나는 무슨 노력을 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단기출가학교를 구상하게 된 계기입니다.
▲본격적으로 출가학교를 연 것은 언제였으며, 그간의 성과는 어떠했습니까?
-2004년,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 주지로 취임하자마자 학교를 열었습니다. 1개월 과정의 ‘출가학교’였죠. 대다수 사찰이 1주일 이내의 템플스테이 정도 운영하고 있을때 였는데, 한달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한다고 하니 호기심이 많았나 봐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경쟁률이 보통 5대 1 정도 이상이었죠. 욕심에 쫓겨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비우고 낮추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출가학교를 다녀간 사람은 3000명이 넘습니다. 이중 정식으로 출가한 사람만도 150명이 넘으니 성과는 있던 셈입니다.
▲출가학교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참가했고,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하시는 지요?
-출가학교에 온 분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 재산, 지식, 학력을 모두 내려놓고 수행합니다. 시장부터 변호사, 교수, 의사, 시인, 피아니스트 등 직업도 다양하죠. 밖으로만 달려가려 할 뿐, 내 안의 목소리를 들여다보지 못해 불행하다고 느끼는 분들이었어요. 출가학교에선 한 달간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 예불과 108배, 참선을 합니다. 책에도 소개했지만 참가자들은 대부분 육체는 고되지만 정신은 더 맑아진다고 고백하더군요. 사실 일반인들에겐 고된 일정입니다. 출가학교 출신의 어느 한 분은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한 사람을 지독히도 미워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인생이 너무 하찮아 부끄러웠고,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어요.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며 절을 했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미안하다, 너무 미워해서. 너도 외로웠겠구나’고 말입니다. 아마도 그동안 밖으로만 향하느라 소홀한 자아와 마주한 소중한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참가자들과 함께 포행을 하고 있는 단기출가학교장 정념 스님이 월정사의 역사와 오대산의 유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
한계 봉착한 출가학교, 계층 세분화로 변신 성공
단기출가학교 새 변화 제시
시대적 흐름에 대한 한계점 이르러
감성체험 요소 도입 등 시행착오도
출가학교로 명칭 변경후 계층 나눠
황혼기, 여성 등 새 모델 큰 호응
▲단기출가학교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움이 있으셨다면요?
-처음 단기출가학교를 시작하려 할때만 해도 부정적인 의견이 사실 많았습니다. 저 역시 추진하면서도 솔직히 이 힘든 과정에 과연 얼마나 올까 걱정도 했지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갖가지 사연을 간직한 지원자들이 대거 몰렸고 회가 거듭될수록 경쟁률도 높아져 지금 이 시대가 이 같은 수행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태국 미얀마 등 남방불교 국가에서는 단기출가체험이 우리가 군복무하듯 일생에 한 번은 하는 것이 불문율로 돼있지만 한국 불교에선 없었거든요.
▲출가학교 참가자들이 주로 참가 후 느낀 감정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지만, 정작 행복해지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처음 출가학교를 선택할 때에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처음 출가해 수행자 생활을 하면서도 기존의 삶과 달라 힘겨웠고, 그만두고 싶은 심정도 많았겠죠. 하지만 출가학교의 30일 수행 생활은 분명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월정사 출가학교에 참가한 이들의 이구동성입니다. 행복은 힘써 가꾸고 구할 수 있는 그런 일입니다. 그런 확신을 갖고 살아가야 합니다. 행복의 문을 열어내기 위한 과정, 그것이 바로 출가학교입니다.
▲출가를 어렵고 힘든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출가자 수가 급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요. 스님이 생각하시는 출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출가는 스스로에게서 해방되는 길입니다. 출가는 세속적 욕망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보다 가치 지향적이며 자유로운 삶의 길을 추구하고자 하는 출발입니다. 또한 대승적으로 보면 생사를 초월한 대자유의 길을 탐구하는 의미있는 삶의 길이기도 합니다. 갈구한 지혜를 통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생겨 나고 그 마음으로 세상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행하는 것입니다. 이에 단기출가학교의 출가 정신도 같습니다. 이곳서 출가자가 나아갈 정신을 배우고 가슴에 새겨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가자는 취지인 것입니다.
▲오대산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는 일반인이 삭발염의 하고 행자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불교계 안팎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불교의 큰 문제로 대두된 출가자 수 감소라는 소나기는 월정사 단기출가학교도 비켜가지 못했는데요.
-맞습니다. 13년을 넘어서면서 시대적 변화, 젊은 세대에 공감 받을 수 있는 변화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혔죠. 물론 그동안 이런 환경을 타개하고자 전통적 행자생활 과정을 축약한 몸으로 하는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서 감성 체험적 요소와 힐링 문화에 부합된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기존 교육을 받던 선배들이 간략화 된 출가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이 냈죠. 힘든 교육과정은 실제 출가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며, 졸업 후 학교에 대한 애정도 더 생기게 하는데 감성 강화교육은 오히려 단기출가학교 분위기를 약화시킨다고 생각해 조언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체험 중심 교육으로 되돌아갔지만 이제 전반적 시대의 흐름을 살펴보니 현대인들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이미 기존 단기출가체험 수요의 상당수를 수용했기에 더 이상 학교 인원이 늘지 않아, 프로그램 개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난해말부터 월정사 단기출가학교가 ‘출가학교’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체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단기출가 이외에도 프로그램이 여성, 황혼기 등 계층·연령별로 세분화된 것이 특징입니다.
▲출가학교에 대해 향후 새롭게 구상하시는 모델이 있으시다면요?
-정식 출가자 배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생각입니다. 6개월 정도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학습과 신심, 발심, 월력, 염불, 기초교리, 수행 등의 사항을 전문적으로 자세히 가르칠 것입니다. 요즘 전국적으로 행자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불교의 붕괴현상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행자생활 유지만으로는 한계에 처했음을 수용하고,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향후 월정사가 닦아놓은 노하우로 이런 행자 교육 매뉴얼의 모델을 만들어 놓으면 행자 위탁 교육도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문화포교에 대한 얘기 좀 하겠습니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다양한 불교문화 행사를 통해 오대산으로 많은 이들을 찾게 하시는데요. 문화 포교의 새로운 모델을 계속 제시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오대산이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월정사라는 전통 수행공간의 가치를 십분 활용해 자연과 소통하는 생태문화축제, 다양한 계층이 함께 하는 테마축제, 지역을 활성화 하는 지역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한강시원제를 비롯해 오대샘물 합수식, 산사음악회, 승가학인 법고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마다 오대산불교 문화축전에 준비합니다. 특히 월정사를 지역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인식시키고 불교문화자원을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해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탠다는 것이 올해 오대산불교문화축전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올 축전에는 더욱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월정사의 많은 행사중에 많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매년 5월에 열리는 ‘오대산 천년의 숲 선재길 걷기 대회’인데요. 상시 2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상원사까지 걷는다고 들었습니다.
-위기에 직면한 현대 문명에 숲은 희망을 던져줍니다. 걷기 대회는 천년 숲길을 걸으며 우리 사회의 희망인 숲이 주는 지혜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자리이지요. 부처님께서도 숲길에서 나시고 숲길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불교에서의 길은 수행의 시작이자 완성을 의미하며, 숲은 생명이자 정신적 쉼터역할을 합니다. 특히 오대산 천년 숲길은 가장 한국적인 숲길로서 인공적인 포장을 거부한 생명의 길입니다. 자연으로 돌아간 전나무 숲길과 복원된 옛길을 걸으면서 가장 한국적인 숲의 향기를 맡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어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민들이 마음의 평안함을 얻고갈 수 있기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 같습니다.
▲선승 출신이시지만 항상 산중사찰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된다고 강조하시는 걸로 압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지금까지 한국불교는 너무 산중(山中) 중심이어서 승속(僧俗)이 분리되는 결과를 낳았어요.
멀리 있는 물로는 가까운 곳의 불을 끌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묘법(妙法)도 멀리 있으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중생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현대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산중의 정적인 수행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지난 2004년 주지 부임 이후 산사영화제, 천년의 숲길 걷기대회, 산사음악회, 월정사 주지배 평창군 족구대회와 축구대회, 평창군민 노래자랑대회, 오대산 불교문화축전 등 많은 행사를 열었습니다.
정념 스님은?1980년 만화 희찬 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후 오대산 상원사 주지와 나눔의 집 이사,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호법분과위원장, 강원불교연합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월정사 주지를 맡고 있으며, 2015년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을 역임했다. 조선왕조실록 환수 등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을 벌여온 정념 스님은 또한 2012년에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 포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강원도종교평의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
▲이제 평창 올림픽도 1년이 안남았을 정도로 코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평화의 중심 도량인 월정사가 불교 포교를 위해 해야 될 일도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계획하고 추진하시는게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오대산 일원에 강원 지역을 대표하는 친환경적 수행·문화·건강 타운을 추진중입니다. 사람이 가장 살기 좋다는 해발 700m 고지의 월정사는 전나무 숲길 등 풍성한 자연환경과 적멸보궁 및 다수의 산내 암자 등 수많은 불교문화를 간직한 곳입니다. 그래서 이 곳 오대산은 템플스테이뿐 아니라 명상, 수행, 치유를 위한 최적의 요건을 두루 갖춘 최고의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장 큰 숙원 사업은 월정사 사하촌에 조성되는 ‘웰빙 명상수행단지’입니다. 자연 속에서 평온히 지내면서 사색과 명상을 통해 마음공부를 하기 위한 또하나의 수행공간이죠. 예산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데 가능한한 평창동계올림픽 전에 완공해 세계인들이 한국적 불교 힐링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불교 문화가 세계 속으로 전파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김주일 기자 kimji4217@hanmail.net
기사원문보기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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