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도보여행_열목어가 뛰어오르는 계곡을 찾아서_오대산 칡소폭포와 명개리계곡 (6월호-국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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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6-02 09:05 조회11,013회 댓글0건본문
불혹의 나이에 산 속 깊은 절간으로 자기를 찾으러 간 사람 만나러 가는 길에, 개울 하나가 길을 따라 가더군요. 그곳엔 이젠 멸종 위기의 열목어 살지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다 만난 폭포, 잠들지 않으려는 정신으로 사납게 뛰어오르는 열목어, 마음 안팎이 여름입니다.
- 채재순 ‘열목어, 그 서늘한 기운’ 중에서 -
칡소폭포는 칡소처럼 거무튀튀한 물빛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상류 계곡이 7개의 소(沼)를 만들며 흐른다 하여 ‘칠소폭포’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
칡소폭포 넘어 을수골로
눈이 뜨거워 물이 맑고 찬 곳에서만 산다. 여름에도 수온이 섭씨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 그런 조건을 갖추려면 일단 나무가 우거져 수면이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쯤 되면 사는 곳이 심산유곡임을 짐작할 만하다. 열목어(熱目魚) 이야기다.
봄 내내 오대산의 뒷자락, 깊은 계곡에는 열목어의 몸짓이 화려하다. 아니, 처절하다. 산란기를 맞아 암·수컷이 떼를 지어 짝을 짓고 알을 낳기 위해 온통 소란을 피워댄다. 그 장소가 제 살던 곳이어야 하니,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폭포마저 뛰어넘는다. 그리고 그 소동이 잦아들면 이내 여름이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의 칡소폭포는 열목어의 소상(遡上)을 관상(觀賞)할 수 있는 곳이다. 폭포의 상류인 을수골에서부터 오대산의 북쪽 명개리 일대까지 온통 열목어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산란기를 맞은 열목어들은 좀더 상류로 거슬러 오르기 위해 2~3m 높이의 폭포를 향해 끝없이 솟구쳐 오른다.
온몸을 비틀며 안간힘을 다해 튀어 올라 보지만 제 키의 열 배가 넘는 물둑을 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때로는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물속으로 거꾸로 처박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차례로 몇 십 번, 몇백 번이고 다시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시인은 그 오체투지에서 서늘한 기운마저 느낀다고 했다.
주로 산란기인 4~5월에 펼쳐지는 광경이지만, 한여름까지 열목어의 소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여름철 하천의 수온이 오르면 상류의 찬물을 찾아 열목어들이 폭포를 뛰어넘기 시작한다는 것. 특히 비가 많이 오고 난 다음이면 열목어 소상 장면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빗물로 폭포 아래 수위가 높아지면 열목어가 폭포수를 뛰어넘기도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열목어들이 목숨 걸고 폭포까지 뛰어올라가며 그토록 다다르고자 하는 곳은 을수골이다. 개울이 마치 ‘새 을(乙)’자처럼 굽이돌며 흐른다는 곳, 내린천의 발원지를 품고 있는 계곡이다. 오대산과 계방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맑고 차지만, 그 흐름이 완만하여 열목어들이 깃들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그리고 그곳은 심마니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칡소폭포에서 내린천 발원지까지는 2km 남짓, 내내 맑고 잔잔한 풍경이 이어진다. |
팥배나무 흰 꽃잎은 흘러오고
을수골을 돌아 명개리로 가는 길에 잠시 삼봉약수에 들른다. 삼봉자연휴양림 내에 있는 삼봉약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약수로, 일찍이 ‘한국의 명수 100선’에 들었다. 조선시대에는 ‘실론약수(實論藥水)’ 또는 ‘실룬약수’라고 불렸는데, 현재의 명칭은 주위의 가칠봉, 사삼봉, 응복산 세 봉우리의 가운데 위치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철, 탄산이온 등 15가지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빈혈과 위장병·피부병·신장병·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대산국립공원 내면탐방지원센터가 있는 명개리는 해발 600m 이상의 고지대로 우리나라 읍, 면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다. 본래 ‘메밀앗골’이라 불렸는데, 옛날 이곳에 어떤 사람이 메밀 아홉 이랑을 심어 아홉 섬을 수확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며 고랭지 채소와 감자, 풋고추 등을 재배한다. 또 열목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명개리를 찾는 이유는 이곳에서 두로령을 거쳐 오대산 상원사로 가기 위해서다. 16km 남짓의 이 길은 강원도 숲의 진수를 느끼며 걷기 좋은 길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내친김에 7km 정도 더하여 월정사까지 갈 수도 있다. 마침 통행을 금지하는 산불방지 예방기간(5월 15일까지)도 끝나 한껏 신선해진 녹음과 더욱 맑아진 물소리를 즐기며 걸을 수 있다.
명개리에서 두로령 가는 길. 금강소나무가 우람하고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
두로령을 지난다 하니 얼핏 등산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임도다.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길이라는 이야기다. 차량 한 대가 너끈히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넓은 길이지만 차량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비록 잘 포장된 길은 아니지만 적당한 자갈이 깔린 흙길은 오래 걸어도 피로감이 덜 느껴진다.
그래도 조금 벅차다면 가는 데까지 가고 나머지는 다음을 위해서 남겨두어도 좋으리라. 다시 올 때는 거꾸로 월정사에서 명개리 쪽으로 길을 잡아도 좋고. 그때가 가을이라면 지금의 녹음과는 또 다른 만산홍엽에 젖어 삼둔사가리의 깊은 골짜기에 들어도 좋으리라. 아니면 구룡령 넘어 미천골의 그윽한 폐사지는 또 어떤가.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계곡의 너럭바위에 앉아 맑고 차디찬 물에 발을 담근다. 그 물은 하늘을 담고 있는데, 어쩌다 구름도 떠가고 바람도 흘러 다닌다. 어디쯤에서 졌을까. 팥배나무 흰 꽃잎도 하염없이 흘러오고 흘러간다. 문득 발끝으로 올라오는 서늘한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계곡의 열목어들은 이제는 평온해졌을까.
글·사진. 유성문(여행작가)
흐르기 위해 나는 머무네. 흐르는 삶만이 생의 맑은
진실인 것을 본래 매듭이 없어 언제나 선한 그 물소리
가난하네. 어느덧 세상은 자연의 알 하나 슬어놓지 못하는
불임의 자궁 되었는가. 나를 들고 무엇을 되비출 건가.
말없이 흐르다가 필경은 그림자도 사라질 세상에서.
-김선아 ‘열목어’ 중에서-
기사원문보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358&aid=000000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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