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show] <10> 갭 이어(Gap Year) (5월23일-불교신문) > 언론에 비친 월정사

검색하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통Odae mountain Woljeongsa

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언론에 비친 월정사

언론에 비친 월정사

[佛show] <10> 갭 이어(Gap Year) (5월23일-불교신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5-23 11:12 조회9,016회 댓글0건

본문

미국 청소년 매년 증가세

직장 퇴사하고 진로 모색

단기출가, 템플스테이 등

불교 수행도 그 일환

대학 입학에 앞서 ‘갭 이어’를 선택한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딸 말리아(왼쪽에서 두 번째)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처=pixabay

지난 2016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큰 딸 말리아가 하버드대학 입학이 확정된 후 ‘갭 이어(Gap year)’를 선택해 화제가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잠시 쉬면서 여행이나 봉사 활동으로 경험을 쌓는 것을 갭 이어라고 한다. 지금은 학업뿐 아니라 직장 생활을 중단하고 봉사와 독서 등 다양한 일과 휴식을 섭렵하는 것으로 갭 이어의 의미가 확대됐다.

미국 CBS는 “2015년에 갭 이어를 선택한 고등학생이 2011년에 비해 2배나 늘어난 3만3000여 명에 이른다”면서 “이제는 미국 사회에서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AP 통신도 “매년 3만~4만 명의 학생들이 갭 이어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진학이나 취업을 잠시 보류하고 여행이나 봉사를 선택하여 재충전하면서 삶의 의미를 모색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대는 매년 100여 명의 신입생이 입학을 연기하고 갭 이어를 선택한다. 프린스턴대학,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타프츠 대학들도 이러한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입학을 연기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미국의 고교 졸업생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연령과 세대를 넘어 직장인이나 일반인들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지역도 미국을 넘어 유럽은 물론 아시아의 일본과 한국 사회에서도 점차 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김모씨는 “10여 년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너무 쫓기듯 살았다는 회의가 들고 있다”며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1년 정도 쉬면서 향후 진로를 모색하고 싶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제 곧 있으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는 만큼,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갭 이어 문화 현상에 대해 현대인들이 스스로의 삶을 관조하는 기회를 갖고 싶어하는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 해석한다. 농경사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산업화, 정보화 시대에 접어든 현대인들이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 싶어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돈, 명예, 학업 등 맹목적인 가치에 얽매어 살아가기 보다, 잠시라도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 자기 삶을 돌아보며 가치와 목표를 재정립하려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도 세계 제일의 교육열을 때문에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가야 하는 척박한 현실이 갭 이어 문화 확장의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갭 이어의 출발은 400여 년 전의 영국 귀족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귀족 가문의 자녀들이 학업을 잠시 쉬고 박물관, 건축물, 패션을 직접 체험하는 ‘그랜드 투어’에서 시작된 것이란 주장이다. 이러한 전통은 영국에서 면면히 계승되었고, 지금은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기업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잡스는 갭 이어를 즐긴 대표적인 인물이다. 대학교를 중퇴한 후 비디오 게임업체에 입사한 스티브잡스는 삶의 근본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1974년 회사를 그만 두었다.

그리고 떠난 곳이 인도였다. 훗날 스티브잡스는 “인도인들은 직관력을 사용하는데, 세계 어느 곳의 사람들 보다 수준이 훨씬 높았다”면서 “이 깨달음은 제가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그것이 바로 ‘직관’과 ‘경험적 지혜’의 힘”이라고 회고한바 있다. 인도인의 명상과 불교의 참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스티브잡스는 한계에 직면한 이성적 사고의 단점을 목도했다. 인도에서 갭 이어를 경험한 스티브잡스는 이성적인 사고의 경계 너머에 있는 ‘마음 ’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애플에 복귀한 후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도 갭 이어의 긍정적인 영향에서 비롯됐으며, 그 결과 애플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첨단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갭 이어가 단순히 학업이나, 직장 생활의 중단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중단 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삶을 충실하게 살 것인지를 살피는 생산적인 기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삶을 허비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재충전하고 관조하여 보다 의미 있는 인생의 길을 찾는 데 목적이 있다.

불교에서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삶을 화택(火宅)의 어린 아이에 비유한다. 불이 금방 삼켜버릴 듯한 집 안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놀고 있는 어린 아이가 중생이라는 비유이다. 현대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1년 뒤의 일은 고사하고 당장 내일의 일도 지혜롭게 내다보지 못하고, 순간 순간 연명하기 바쁜 것이 범부의 삶이다. 화택에서 뛰쳐나오는 일, 그리고 좀 더 미래를 바라보고 의미있는 삶을 찾는 일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자칫 지루하고 반복적일 수 있는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좋은 인연, 그것이 바로 ‘갭 이어’는 아닐까. 

단기출가도 갭 이어 

삶의 재충전 기회가 되고 있는 ‘갭 이어’, 불교의 단기출가도 일종의 ‘갭이어’ 이다. 사진은 월정사 단기출가 참가자가 절하는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사십이장경>에서는 “항상 덧없는 불길이 온 세상을 불사르고 있음을 생각하고 어서 자신을 구제하라”고 한다. 자신을 구제하는 일, 그것은 잠시 여유를 갖는데서 시작된다.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이 단기출가나 템플스테이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것도 갭 이어의 하나이다. 오대산 월정사는 2004년 9월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행자생활을 체험하는 단기출가 학교를 열고 있다.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기사원문보기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5802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