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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월정사·법보신문·선학회, ‘출가’ 세미나 ④ 4차 산업시대 출가문제와 미래적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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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8-05-09 08:45 조회6,0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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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현 스님은 “4차 산업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변화는 불교로서 재도약 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4차 산업시대는 디지털 영역이 현실적인 사물세계를 주도하면서 편리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전체가 통합되는 사회이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테이터에 기반한 사물인터넷의 통합적인 가치와 인공지능에 의한 합리성이 지배하는 측면이 바로 4차 산업시대인 것이다.

4차 산업확대, 새로운 문제 내포
소외·행복추구 이질적 양면 공존
출가는 자유·행복추구 욕구 충족

출가감소는 사회적 환경 변화와
불교 내적 모순이 중첩된 결과
현대인의 보람·행복 욕구 수용
출가 문제 해소할 수 있는 해법


4차 산업시대에서 작은 기기들은 스마트폰처럼 언제나 인터넷과 연결되는 기계 속으로 통합된다. 이는 휴대성이라는 미명 하에 시계·TV·오디오·카메라 등 우리 주변의 소소한 기기들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통해서 인지할 수 있다. 또 가전제품과 같은 큰 사물들은 집이라는 통합적인 조건 속에 하나로 연결된다.

4차 산업에 따른 초연결과 초지능의 구조는 더욱더 편리하고 보편적인 합리성을 인류에 부여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물리적인 직업의 박탈에 따른 삶의 가치 상실에 따른 소외’ 그리고 ‘규격화된 갑갑함이 빚어내는 내면적인 소외’의 문제를 새롭게 대두하게 된다. 소외는 필연적으로 인간 삶의 목적인 행복의 결핍을 촉발한다. 즉 4차 산업의 발전과 확대는 인간 행복에 있어서 새로운 문제점을 내포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인들은 이전세대와는 달리 개인의 행복추구에 있어서 보다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들은 개인의 행복과 충돌할 경우, 전통제도나 결혼과 같은 굴레를 벗어 던지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이는 1인 가구와 독신 인구의 비약적인 증가를 통해서 객관적인 인식이 가능하다. 이러한 현대의 연장선상에 4차 산업시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4차 산업시대는 소외를 통한 불안과 행복추구의 열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라고 판단해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불교의 출가문화는 시대의 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붓다는 왕궁이라는 물질과 경제적인 안정 위에서 성장한다. 그러나 이후 왕궁생활의 풍요는 노·병·사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통을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도달한다. 그 결과가 삶의 질적인 변화를 동반하는 행동주의, 즉 출가였다.

현대의 한국사회는 앞선 세대의 희생과 노력으로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달성해 물질적인 궁핍구조를 탈피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붓다와 붓다 당시의 귀족 자제들이 겪었던 심적인 갈등과 행복의 추구는 현대사회에서도 통하는 해법이 되기에 충분하다. 붓다는 ‘전도선언’에서 인간의 행복을 천명했다. 이런 점에서 출가는 현대사회 및 4차 산업이 만개하는 미래에도 충분한 타당성과 의미를 확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교의 출가문화는 인간의 궁극적인 욕구인 자유와 행복추구를 관통하고 있으며, 4차 산업시대는 인간소외의 대두를 통해 행복의 가치를 더욱 크게 요청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하는 사회는 인간소외와 개인의 행복추구라는 이질적인 양면성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이런 점에서 불교의 보다 유연한 출가관점은 사회적인 문제해소와 불교의 외연확대에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심출가를 확대하게 되면, 서양에서 티베트불교가 종교를 넘어선 명상문화의 관점에서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외연을 확장한 것처럼, 국내적인 가능성 역시 충분히 존재한다. 물론 심출가를 통한 외연확장은 한국승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 신출가와 연결되어 재조정 되어야만 할 것이다.

조계종은 10년 만에 출가인구가 절반 정도로 급감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 또 이 문제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끝을 모르는 감소 중에 있다. 이와 같은 출가감소에는 국가적인 문제인 인구절벽이 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경제성장에 따른 탈종교화와 여성출가자 수 감소가 특히 눈에 띄는 모습이다. 남성출가자 수 감소보다 여성출가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은, 남성중심의 사회구조가 변모하여 여성의 독립적인 경제활동과 지위향상에 따른 자아실현 욕구가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같은 여성 성직자 집단인 수녀의 급감상황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가 있다.

이상과 같은 한국사회의 변화양상과 더불어, 불교의 폐쇄적인 보수성과 생활환경의 낙후 등도 출가자가 감소하게 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출가하기 위해서 입산한 행자들의 상당수가 실제로 출가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점, 또 출가 후에도 속퇴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점 등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즉 현대의 출가인구 감소는 사회 환경적인 변화와 불교 내적인 모순이 중첩되어 작용된 결과라고 하겠다.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기존 출가자의 고령화와 신규 출가자의 축소로 인한 역삼각형의 승단구조, 그리고 초고령 사회의 진입에 따른 복지비 증대와 나이든 승려들에 의한 포교역량 위축으로 인해, 지출은 많고 수입은 적은 빈곤에 따른 또 다른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또 이러한 빈곤구조는 다시금 악순환을 되풀이하면서 조계종의 위축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즉 조계종은 한국불교의 전래 이후 출가자 감소에 따른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셈이다.

현대는 아직 4차 산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의 3차 산업과 4차 산업시대의 과도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조계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4차 산업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조계종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삶에 있어서 과거와 달리 보람과 행복의 비중이 증대하고 있다. 이는 직업이나 삶의 방식에 있어서, 선택의 방향이 부와 성공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한국사회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자발적인 다양한 봉사활동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참여하는 해외의 열악한 환경에서의 봉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삶의 방향 선택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조계종이 개방적으로 변모해서 현대인들의 보람과 행복에 대한 욕구를 수용할 수만 있다면, 이는 현대사회에 기여하는 동시에 출가문제의 정당한 해법이 되기에 충분하다.

조계종의 대다수 사찰들은 산사에 위치해 있다. 이는 자연을 통한 힐링과 삶의 만족도 개선에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동양종교의 특징인 수행문화와 이를 통한 자신의 본성 발견 및 정체성확립은 기독교나 이슬람이 줄 수 없는 삶의 만족도와 행복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조계종은 4차 산업시대에 있어서 다른 유신론적인 종교들과는 다른 적합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토인비 이래 서구의 지성들이 예견한 미래사회를 주도할 종교로서의 불교적인 한 측면이라고 하겠다.

또 대승불교에는 ‘지옥이 비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대원(大願)의 지장보살이나 모든 중생들의 바람에 따라서 제도하는 불편함을 편함으로 여기는 관세음보살의 자비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이 세상에 지옥을 벗어나라고 말하는 종교는 많아도, 스스로 지옥을 선택해서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적극적인 실천노력을 보이는 종교는 불교밖에 없다. 즉 여기에는 그 어느 종교도 흉내 낼 수 없는 높은 정신경계의 이타행에 입각한 삶의 보람이 농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대승불교에서는 서원이라고 하는데, 이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대한 제시에 있어서 크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서원의 관점에서도, 4차 산업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변화는 불교로서는 재도약을 통한 호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충분히 가능하다. 즉 4차 산업에 따른 변화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를 긍정하고 수용하려는 강력한 자신감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4차 산업시대의 변화는 현대인들을 더욱더 정제된 규격적인 틀 속에 가두게 된다. 그것은 편리와 합리라는 미명하에 부여되는 미래적인 숙명이다. 수행종교인 불교는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의 극복과 인간행복을 역설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조계종은 태생적으로 남종선이라는 인간수행과 현실긍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즉 조계종이야말로 4차 산업시대에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가장 정당한 종교적인 흐름인 셈이다.

물론 현대의 고착화된 조계종이 이와 같은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조계종 안에는 태생적으로 남종선의 활발발한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 4차 산업의 변화를 수용하고, 명상을 통한 심출가의 확대와 이를 통한 신출가라는 선순환의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측면이 조계종 안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출가라는 단어는 세속과의 단절과 같은 높은 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착화된 이미지를 무너트리는 것 또한 출가문제의 해법을 도출하는 급선무이다. 2002년 문화월드컵을 위한 측면에서 시작된 템플스테이나 템플라이프를 활용해서 현대인과의 공간적인 거리를 축소하고, 웰빙의 흐름과 더불어 유행하고 있는 사찰음식과 같은 측면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2004년 9월부터 시작된 월정사 단기출가로 시작된 다양한 출가프로그램의 확대 역시 출가의 장벽을 낮추는 타당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끝으로 출가문화를 사실 그대로 알려주는 서적의 간행이나, 현대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연결된 사회라는 점을 직시해서 SNS를 활용한 이미지 재고 역시 반드시 필요한 측면이라고 판단된다.
 

  

▲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이와 같은 출가의 이미지 재고 및 재구축과 더불어 명상문화를 통한 조계종의 유용성을 현대인에게 설득하고 각인시키는 부분이 필요하다. 현대인에게 명상문화는 종교를 초월해서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조계종은 다른 유신론적 종교와는 다른 폭넓은 외연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므로 바로 이 부분에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북송이래의 간화선만을 주장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선의 황금기인 당나라의 활발발한 기상을 진작해낼 필요가 있다. 또 이와 같은 조계종의 변화모색은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유지되고 있는 불합리한 측면들을 과감히 끊어버리려는 노력과 더불어 존재해야 할 것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1439호 / 2018년 5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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