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출가학교 | 단기출가를 떠나보자_매일경제(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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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7-07-18 23:39 조회8,476회 댓글0건본문
우리나라의 절은 종교 시설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한 사찰은 도시인들의 마음을 씻어주는 여행지로, 색다른 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템플스테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또는 삼천배를 통해 번뇌의 사슬을 끊고 심신 해탈을 꿈꾸는 기회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속세를 떠나 우주와 자신을 만나는 출가학교까지 불자와 비불자 모두에게 깊은 깨달음과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머리 깎고 중이나 돼 버릴까봐’. 이것은 ‘훌훌 털고 농사나 지으며 살까봐’에 버금가는 망언이다.
농사 아무나 짓지 못하듯 중 또한 아무나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장면 가운데, 어느 해 겨울 새벽 순천 송광사 부엌에서 본 행자의 찍찍 갈라지고 터진 손등, 그 틈으로 드러난 핏빛이 있다. 행자란 중이 되겠다고 절을 찾아온 중생이 결국 중이 되느냐, 못되느냐를 판가름 하는 일차 관문 시기의 인물을 말한다. 그들은 속세와 불계의 경계에서 심장과 육신이 찢어지는 고행을 겪는 과정에서 절간을 뛰쳐나가거나 끝내 번뇌의 무명초(머리카락)를 잘라버리고 구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숱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고, 그 사슬을 어떻게 하면 끊어버릴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고, 올레를 걷고, 그것도 모자라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유라시아 대륙을 혼자 오토바이로 횡단하고, 남미 대륙 종단을 하고, 때로는 피어싱을 하거나 문신을 하기도 한다. 월정사 출가학교의 대표 카피는 ‘이 세상에서 사람 몸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사람 몸으로 태어나서 불법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이다. 불법을 만나다는 것은 경전을 읽어본다는 것과는 다른 뜻이다. 그것은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 실천 과정의 일단을 만난다는 것으로, 결국 고행을 뜻한다.
우리가 대웅전에 들어가서 만나는 부처님의 모습은 온화하고 인자하며 살집도 어느 정도 붙어있지만, 싯다르타가 궁궐을 나와 보리수를 찾아 유랑할 때의 모습은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다. 해골에 거죽만 붙은 얼굴에는 가로도 아닌, 세로 주름이 가득하고 완전히 드러나 버린 쇄골은 당장이라고 부러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갈비뼈는 죄 드러나 있고 하반신 또한 골반과 다리뼈의 접점이 보일 정도이다. 월정사 출가학교의 프로그램을 싯타르타의 고행 과정에 비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을 속세를 떠나 불계의 언저리에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누구는 세상 뭐 있어? 이 정도의 깨달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고뇌 끝에 출가, 진짜 중이 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수사와 상관없이 단기출가학교의 팩트를 체크해 보면, 그냥 행자 과정 맛보기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출가학교에 입교하면, 남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여성은 희망자에 한해 삭발해야 한다. ‘행자과정을 체험한다’는 이야기는 이곳이 경전을 배우고 스님들과 선문답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행자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심신이 부르틀 정도로 자신을 혹사시켜야 하는 신분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에서는 스님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교리만 공부할 뿐 수행, 의식주와 관련된 예불, 발우공양, 운력 등 일상 생활은 스스로 해야 하는, 그야말로 행자의 일상을 행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출가학교를 시민 선방이나 템플스테이의 연장쯤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경우 대부분 중도에 절을 떠나게 된다. 종일 일과 수행을 실천한다는 일이 쉬울 리가 없이 않겠는가. 생각해보라.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예불하고, 5시에 108배와 참선, 6시30분에 발우(아침밥, 아침 공양), 7시20분에 운력(농사, 노동) 및 도량 청소, 9시 강의, 11시20분 점심 공양, 12시30분 걷기, 13시30분 강의, 16시 소임별 운력, 17시20분 저녁 공양, 18시30분 저녁 예불, 19시 정진, 21시 취침으로 이어지는 이 빠듯하고 쉴 새 없는 일정을. 이를 감당해야 할 만큼 자신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라면, 올해 또는 내년에는 단기 출가학교에서 자신을 쓰다듬어줌이 어떨까. 월정사 출가학교는 일 년 내내 운영되며 시기에 따라 정규 출가학교, 여성출가학교, 황혼기 나도 출가학교, 마음 출가학교, 가족 출가, 청년마음 출가학교, 외국인 출가 등으로 나눠진다. 월정사 출가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월정사 출가학교 웹사이트 캡쳐]
우리가 대웅전에 들어가서 만나는 부처님의 모습은 온화하고 인자하며 살집도 어느 정도 붙어있지만, 싯다르타가 궁궐을 나와 보리수를 찾아 유랑할 때의 모습은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다. 해골에 거죽만 붙은 얼굴에는 가로도 아닌, 세로 주름이 가득하고 완전히 드러나 버린 쇄골은 당장이라고 부러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갈비뼈는 죄 드러나 있고 하반신 또한 골반과 다리뼈의 접점이 보일 정도이다. 월정사 출가학교의 프로그램을 싯타르타의 고행 과정에 비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을 속세를 떠나 불계의 언저리에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누구는 세상 뭐 있어? 이 정도의 깨달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고뇌 끝에 출가, 진짜 중이 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수사와 상관없이 단기출가학교의 팩트를 체크해 보면, 그냥 행자 과정 맛보기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출가학교에 입교하면, 남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여성은 희망자에 한해 삭발해야 한다. ‘행자과정을 체험한다’는 이야기는 이곳이 경전을 배우고 스님들과 선문답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행자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심신이 부르틀 정도로 자신을 혹사시켜야 하는 신분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에서는 스님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교리만 공부할 뿐 수행, 의식주와 관련된 예불, 발우공양, 운력 등 일상 생활은 스스로 해야 하는, 그야말로 행자의 일상을 행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출가학교를 시민 선방이나 템플스테이의 연장쯤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경우 대부분 중도에 절을 떠나게 된다. 종일 일과 수행을 실천한다는 일이 쉬울 리가 없이 않겠는가. 생각해보라.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예불하고, 5시에 108배와 참선, 6시30분에 발우(아침밥, 아침 공양), 7시20분에 운력(농사, 노동) 및 도량 청소, 9시 강의, 11시20분 점심 공양, 12시30분 걷기, 13시30분 강의, 16시 소임별 운력, 17시20분 저녁 공양, 18시30분 저녁 예불, 19시 정진, 21시 취침으로 이어지는 이 빠듯하고 쉴 새 없는 일정을. 이를 감당해야 할 만큼 자신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라면, 올해 또는 내년에는 단기 출가학교에서 자신을 쓰다듬어줌이 어떨까. 월정사 출가학교는 일 년 내내 운영되며 시기에 따라 정규 출가학교, 여성출가학교, 황혼기 나도 출가학교, 마음 출가학교, 가족 출가, 청년마음 출가학교, 외국인 출가 등으로 나눠진다. 월정사 출가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월정사 출가학교 웹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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