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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나의 여행기] 동해안 일대 문화유산 답사 - 김병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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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8-09-04 08:52 조회7,1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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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에서 내려다 본 강원도 고성 앞바다 전경. 파도에 부서지는 모래톱과 한가하게 먹이를 찾고 있는 물새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동해바다의 빼어난 경관을 품에 안을 수 있도록 지은 청간정의 위치가 절묘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원에는 문화유산답사동호회가 있다. 변호사와 직원들이 회원이 되어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리 참 열심히도 다녔다. 안동 병산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 해남 녹우당의 단아한 정취 모두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제 회원들도 연륜이 쌓여 절집에 들어서면 금당(金堂)의 이름만으로 모신 주불(主佛)이 어느 분인지, 건물의 지붕이 팔작인지, 맞배인지 저절로 가늠하는 정도에 다가섰다. 우리 동호회의 모토는 “누구를 만나러 어디를 가나요?”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문화유산을 매개로 옛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비로소 답사가 완성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정했다. 덧붙여 답사여행은 회원들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니 우리 서로를 만나러 떠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도 사람들을 만나러 떠나기로 했다. 동해안 일대를 답사지로 정하고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 초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동호회원 함께… "문화유산 매개 옛사람과 대화"

상원사에도 올라 동종과 목조문수동자좌상 감상

초당마을에선 허균·허난설헌 애절한 삶 클로즈업


먼저 오대산. 그곳은 문수보살의 상주처(常住處)로 알려져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가 계곡 어디쯤에서 세조가 문수동자를 만나 피부병을 치유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월정사는 그곳에 이르는 전나무숲의 청량함과 대적광전 앞에 우뚝 솟아 있는 고려시대 팔각구층석탑의 수려함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절집이 된다. 내친 걸음에 상원사에도 올라 그 유명한 동종과 목조문수동자좌상을 감상하고, 적멸보궁을 뵙지 못한 채 돌려야 하는 발걸음을 아쉬워 하면서 오대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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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답사 회원들과 오대산 월정사 대적광전 앞에 자리한 고려시대 팔각구층석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2번째가 필자인 김병주(53·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 원 변호사(사진 위). 사진 아래는 조선시대 효령대군의 후손들이 자리를 잡고 누대에 걸쳐 지었다는 전형적인 양반가옥 선교장의 전경.

 강릉 초당마을로 갔다. 초당이라는 마을 이름은 허엽의 호에서 왔다. 강릉부사였던 허엽 이 손수 만든 두부가 지금 유명세를 얻고 있는 초당두부의 원조란다. 허엽은 그 슬하에 허성, 허봉, 허난설헌, 허균을 두었다. 아버지와 아들들 모두 높은 벼슬에 이르렀던 쟁쟁한 집안이다. 허난설헌 또한 중국과 일본에까지 그 시풍을 드날렸던 절세의 시인이었다. 하지만 홍길동전의 저자 교산(蛟山) 허균은 역모사건으로 옥사하였고, 허난설헌 또한 자식들을 모두 잃는 처참한 아픔 끝에 2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임금을 대역한 광대에게 먼 발치의 절을 올리는 허균의 영상이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호처럼 뜻을 이루지 못한 이무기였을까?, 아니면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완성된 삶을 마치고 승천한 용이었을까? 허씨 집안의 겹친 불행을 애잔해 하면서 허균, 허난설헌 생가터를 떠났다.

 

경포호수 옆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경포대는 빼어난 경관 때문에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달은 여러 개라고 했던가? 하늘, 바다, 호수, 술잔, 그리고 당신의 눈 속에 떠있는 달들. 경포대에 올라 관동별곡을 구상하였을 강원도 관찰사 송강 정철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효령대군의 후손이 자리를 잡고 누대에 걸쳐 지었다는 전형적인 양반가옥 선교장도 들렀다. 쉬엄쉬엄 정원과 건물을 둘러보면서 우리 전통가옥의 운치와 낭만을 마음껏 즐겼다.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되어 아쉽지만 원래 예정했던 강릉 오죽헌, 양양 낙산사 답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빼어난 풍광의 경포대·전통양바가옥 선교장 들러

고성 화암사 대웅전 앞 서면 속초 앞바다 한눈에

파도·모래톱·물새를 품에 안은 청간정은 숨은 보석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고성 화암사를 찾았다. 그곳 한켠에 수도하는 스님을 위하여 볍씨를 내주었다는 벼바위(禾岩)가 있어서 화암사로 부른다 했다. 진표율사가 창건했다는 오랜 사찰이지만 의외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곳이다.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는 길에는 벌써 부지런한 등산객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니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일망무제 멀리 속초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슴 시원한 순간이다. 더하여 사찰 진입로 한켠에 흐르는 도랑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이 다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7번 국도로 나와 또 하나의 관동팔경인 청간정을 들렀다. 관동팔경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의외로 많이 찾지는 않는 숨은 보석이다. 정자에 올라 내려다 보이는 모래톱과 한가하게 먹이를 찾고 있는 물새들을 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호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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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상으로 맛있는 간성의 막국수집에서 여유 넘치는 기분 좋은 점심을 먹고 마지막 일정인 고성 건봉사로 향하였다. 지금은 사세가 예전보다 못하지만 남북분단 전에는 금강산에 들어가는 관문이자 부처님 치아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본사로서 당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건봉사는 원래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절집으로 사명당 유정대사, 만해 한용운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불이문에 새겨진 금강저, 십바라밀을 조각한 석물들을 감상하면서 잠시나마 세속의 번거로움을 벗어나 보았다.

답사여행은 언제나 그렇지만 마칠 즈음에는 늘 아쉽다. 그 아쉬움이 또다른 답사여행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듯 하다. 다시 이어질 답사여행을 기대하며 우리땅 곳곳에서 숨쉬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늘 건강한 모습을 간직하기를 기원해 본다.

법무법인(유한) 원 김병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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