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언중언]적멸보궁(寂滅寶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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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8-07-09 08:41 조회5,970회 댓글0건본문
부모 형제까지, 일체의 인연을 끊고 출가입산하여 면벽수도(面壁修道)를 해야 했던 이유다. 번뇌의 숲을 벗어나 생사계를 초월한 불생불멸의 법을 체득한 경지에 오르고자했다. 열반(涅槃)에 들기 위해서다. 생사의 괴로움을 초극한 해탈, 번뇌를 말끔히 지워버린 상태, 적멸(寂滅)이다. ▼불가의 `궁극의 경지', 그 이상향이 `적멸의 세계'다. 우리가 성전의 일면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적멸보궁이다.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법당이다. 불단(수미단)은 있으되 불상이나 후불탱화마저 없다. 자장 율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사리를 안치한 곳이라고 한다. 한국의 5대 적멸보궁 중 4곳이 강원도에 소재해 있다. ▼“국내 명산 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이요, 불법이 길이 번창할 곳”이라는 게 `삼국유사' 저자 일연 스님의 오대산에 대한 견해다. 오대의 중심이니 중대(中臺)다. 여기에 적멸보궁이 있다. 부처의 정골(頂骨)사리를 봉안한 곳이다. 문화재청이 `평창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을 보물 제1995호로 지정했다. 건축사적으로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는 게 지정 취지다. “1435년 중창한 안동 봉정사 대웅전, 1448년 중수한 서울 숭례문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정사 홈페이지 `적멸보궁' 코너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이 없으니 괴로울 것이 없는 부처님의 경지를 나타낸다.” 무애도인(無碍道人)이나 범접할 수 있는 곳이리라. `우리 시대의 마지막 무애도인'으로 통했던 고(故) 조오현 스님의 시 `적멸을 위하여'를 거듭 되뇐다.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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