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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잃어버린 강원 문화재]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복사본 전시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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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8-08-06 08:36 조회6,6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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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16일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의궤 고유제(告由祭) 모습. 고유제 열흘 전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은 의궤는 행사가 끝난 후 실물 공개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서울로 옮겨졌다.강원일보DB.

약탈문화재 국내 되돌아와도
소장처 갈등 또다시 벌어져
보관·관리 어렵다는 이유
문화재 약탈국과 논리 똑같아


국제적으로 약탈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화국제주의(Culture internationalism)'와 `문화민족주의(Culture nationalism)'로 나눌 수 있다. 문화국제주의는 문화재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전시해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문화민족주의는 문화재는 그 문화재를 만들어 낸 국민과 그 나라의 국경 안에 귀속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약탈문화재의 창고라고 불리는 대형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는 문화국제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유네스코 협약(1970년)과 유니드로이트협약(1995년) 등 약탈문화재 관련 국제협약들이 소급 적용 금지 등 지나치게 문화재약탈국에 유리하게 돼 있어 문화재를 빼앗긴 나라는 지속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서 무단 반출돼 영국에서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엘진마블(Elgin Marble)'이 대표적. 영국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문화재는 그리스가 아테네올림픽(2004년)을 앞두고 일시 반환 또는 대여를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당시 대영박물관장이 밝힌 이유는 그리스에는 엘진마블을 보관할 수 있는 제대로 설계된 박물관 시설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이없는 주장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약탈문화재를 둘러싼 국제 질서다.

문화재약탈국의 배려가 없으면 반환은 꿈도 꿀 수 없다. 재밌는 것은 약탈문화재가 국내에 되돌아온다고 해도 소장처 갈등은 또다시 벌어진다는 점이다. 문화재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국가 간의 대립이 `중앙과 지역'에도 판박이처럼 재현된다. 제대로 된 보관·관리시설이 없고 학술연구가 어렵기 때문에 원소장처에 돌려줄 수 없다는 논리까지 똑같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최신 시설을 갖춘 `오대산사고전시관'이 문을 열었지만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복사본 전시만 겨우 가능했던 이유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하회탈이 없고, 기마인물형 토기가 경남 김해가 아닌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는 등 지역을 무시한 미스매치의 예는 수두룩하다. 바로 `문화재보호법'이 이러한 기형적인 상황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로 활용된다.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문화진흥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독점법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지역 균형발전 그리고 지역문화진흥에서 문화재는 제외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오석기기자 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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