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님 한암 스님 ⑥ 졸(拙)을 지키다 (월간 불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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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6-04-01 15:48 조회44회 댓글0건본문
- 조용명
- 승인 2026.03.24 12:37
날고 싶은 마음
그 다음에 금강경 오가해를 배웠다. 정말 좋았다. ‘이런 도리가 다 있는가’하고 신명이 나서 막 동심(動心)이 되는 것이다. 내가 움직이니 하늘이 움직이고, 내가 춤을 추니 해가 춤을 추고, 산천초목도 함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세상에 이런 도리를 가지고 만첩산중에 들어 엎드려 청산만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 법을 누가 있어서 아는가! 세상에 알려야지”
포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동해서 그때부터 발광기가 동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그럴 때 마음을 진압하여야 하는 것인데 거기서부터 마음이 비뚤어져 내 본분이 부스러지는 판이 되었다. 그 후에 금강산을 돌아다니며 백운 도인을 만나서 방망이를 주고, 석두당을 만나서 큰소리치고, 효봉 스님을 만나서 끄떡댔던 것이다.

화두 결택
우리 한암조실 스님께서 참선하는데 대하여 어떻게 가르치셨던가? 이에 대하여는 이미 얼마간 그 겉모습이나마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는 화두 결택에 대하여 한마디 하겠다.
우리 노장님은 누가 화두 공부를 물으면 대개 고봉원묘 화상 말씀을 많이 인용하셨다. 또 ‘어떤 화두가 좋겠습니까’하고 물으면 특별히 정해 놓은 것은 없으시고 '시심마' '구자무불성' 간혹 마조스님 법문인 '불시심 불시불 불시물'을 말씀하실 때도 있다.
그리고서 여러가지 화두 중에서 자기가 생각해보아 의심이 잘되는 화두는 그것이 인연이 있는 화두니 그 화두로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다. 일단 결택한 화두는 결코 버리지 말고 항상 끊임없이 추궁해 가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결코 혼침에 떨어지지 말고 산란심에 끄달리지 말고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간단없이 화두를 들 것을 간곡히 말씀하셨다. 또한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닭이 알을 품듯이 끊임없이 하라는 말씀도 또한 빼놓지 않으셨다.
그리고 '무간단시도(無間斷是道)라. ‘끊임이 없는 것이 이것이 도다’ 하는 것은 언제나 빼놓지 않으셨다. 화두를 결택한 다음에는 다시는 문자를 보거나 문자 속에서 언구를 생각하는 것을 금하셨다.
당연한 말씀이다. 순수하게 의심타파만을 생각하고 온 정성을 기울이라는 것이었다.

졸(拙)을 지키시다
보조 스님에 대하여도 각별한 신앙이 있었다. 혹 물으면 보조 스님을 찬탄하신다. 말세 중생에게 큰 이익을 준 것은 아무래도 불일보조 국사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남겨준 ‘간화결의’라든가 ‘원돈성불론’ ‘법집별행록’ 등 그밖의 여러 글들이 후래를 위하여 간곡히 남기신 법문임을 재삼 말씀하셨다.
우리 한암조실 스님께서 보조 스님을 숭상하긴 하였지만 거기서 보조 스님과 좀 다른 것은 당신을 스스로 졸하다고 생각하시고 수절(?)을 하셨던 점이다.
보조 스님은 선종도 일으키셨고 불교 교단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하셨다. 그렇지만 우리 스님은 먼저 자기 힘의 확충을 제일 요건으로 삼았다. 힘이 확충되지 못하였을 때는 힘을 확충하는 데 온 힘을 써야한다. 결코 지나치거나 넘어가거나 과장하는 거와는 천리만리였다. 성실하시고 늘 고인들이 힘이 확충하는 것을 기다려 교화하신 것을 거울 삼으셨다.
그래서 당신께서는 졸하게 지내는 것이 당신의 분에 맞는다고 하셨고, 보살도니 종단이니 사회니 하는 일은 입밖에도 내지 않으셨다.
(이어집니다)
이 글은 조용명 스님이 1980년 ‘월간 불광’에 <노사의 운수시절, 우리 스님 한암 스님> 코너에 연재한 글을 편집해 실은 것입니다.
월간불광/조용명 스님
출처 : https://www.bulkw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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